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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14. 2022

잘 노력했어요

-지리산 둘레길 여행기-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떠올려 보았다. 왜냐하면 당분간 걷자고 시작했던 지리산 둘레길 여행이 어느 순간 완주를 목표로 하게 됐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분명한 걷기는 지난하다. 종착지의 존재가 확실하다는 것은, 그곳까지 떨어진 거리도 확실하고, 걸리는 시간도 확실하고, 마주하게 될 힘듦도 확실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지난한 길을 걷다 보면 지금껏 이만큼 노력한 일이 뭐가 있었을까 싶어 떠올려볼 수밖에 없다.     



 ‘인 서울’을 목표로 하루 종일 자습실에 들어앉아 공부했던 고3 때나, ‘당선’을 목표로 퇴고를 거듭하며 창작했던 20대 중반이나, ‘취직’을 목표로 밤새워 이력서를 썼던 30대 초반이나, 평생에 노력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 노력들을 떠올리면 지리산을 다시 한 바퀴 도는 것이 더 쉬울 지경이다. 보통 이러한 노력들은 인내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인내란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그러나 흘러간 시간들은 내 노력을 낭비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동안 뭘 한 건지,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더 하면 되는 건 맞는지. 더군다나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땐 내 노력이 진짜 낭비가 된다. 그동안 뭘 한 건지, 어떻게 한 건지, 왜 한 건지.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동안 걸음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았지만 내 노력이 이만 보, 삼만 보 모이면 하나의 스탬프로 찍혔다. 그렇게 지나온 길은 길어지고 가야 할 길은 짧아져 마침내 목표점에서 마지막 스탬프까지 찍을 수 있었다. 내 인생의 스탬프북에도 노력들이 모일 때마다 스탬프가 찍혔으면 좋겠다. '잘 노력했어요' 도장. 그래서 내 인생의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 마지막 스탬프를 찍고 잘 지나왔다고 완주증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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