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올리면 아픈 일 추억하면 과거의 일
" 다왔어. 조금만 힘내. 그래 그래 좋았어. 나이스!"
눈앞에 하얀 레인이 보였다. 일렁이며 나부끼는 그 선 리본 하나에 온 몸을 던지는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 나이스! 1등 !! 너 1등이야. 이리와! 최고다 !!!!"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코치님은 내게 달려와 나를 안고 한바퀴를 휙 돌았다.
꿈만 같은 그 순간들.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준비하였던가. 눈물이 흘러 복받쳐 흐르는 감정에 주체할 수 없었다.
" 미소 !! 바로 준비해. 계주야. 4번 인거 알지?"
" 네. "
" 화이팅! 화이팅!"
" 다음 경기는 여자 초등부 계주 결승 입니다. 선수들은..."
방송에서는 여자 초등 계주 결승을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잔뜩 긴장한 선수들이 출발선에 일렬로 서서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스타트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 탕!"
곧 경기는 시작되었고 미친 듯 달리기 시작한 1번 주자들의 치열한 선두 경쟁은 흡사 입시장을 방불케 했다.
우리팀 1번 선수가 선두로 운동장을 돌아 2번 주자에게 바톤이 터치되는 순간.
2번 주자는 바닥에 바톤을 떨어 뜨렸고 4명의 주자 중 가장 빨랐던 2번 주자는 1번 주자와 10m 넘는 차이로 전체 선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스타트를 끊고는 운동장을 내달리고 있었다.
" 화이팅 화이팅! 힘내! 달려!!!"
" 와~~~ ! "
" go! go! "
" 우와 추월 한다. 한다. 한다. 아싸!"
그렇게 맹추격 끝에 마지막에 출발했던 2번 주자가 겨우 4등을 제끼고 다시 3번 주자에게 바톤을 터치했고 3번 선수가 3등과 2등 사이를 거의 근소한 차이로 격차를 좁혀 막 나에게 바톤을 넘기는 차례가 되었다.
" 후우우우우~~"
" 긴장 하지마. 이미소 할 수 있다. 아자! 가자! "
" 헉헉헉헉. 자 달려 이미소."
바톤 터치 직전. 막 3등 선수를 제치고 내게 바톤을 터치한 3번 선수 재영이 나에게 소리쳤다.
" 가자!!! 이미소. 우승 가보자!!!!"
나를 따라 운동장을 돌며 미친 듯 소리치는 코치. 귓가에 울리는 함성 소리.
눈앞에 결승선이 다시 보였다.
나와 1등의 격차 5m.
운동장을 2번째 돌때 부터 계속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은 1등 팀은 여유있게 마지막 주자가 출발하였지만 곧 추격해 가는 2등과 3등 주자인 나를 의식해서인지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 기회는 지금!'
" 이미소 스퍼트!!! 스퍼트!!!! 제껴!!!! 할 수 있다. 아자!"
목이 터져라 추월하라는 신호들.
" 헉헉헉헉헉"
눈앞에 운동장의 둥근 라운드선이 펼쳐 진다. 저 구간. 저 구간이 추월 구간이다!
나는 속도를 더 해 미친 듯 그렇게 2등을 다시 제끼고 1등을 겨우 5m 간격으로 뒤쫒으며 운동장 라운드 부분을 크게 돌아 추격을 한 뒤 결승선 10m 앞까지 1등 과 선두를 치열히 다투며 그렇게 눈치 싸움을 하고 있었다.
나를 게속 돌아보는 그녀.
하지만 나는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정면을 주시하며 끝까지 시선을 고정한 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렇게 내달려 결국 결승 선에 골인하였다.
1등를 내어주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 내게 추월당한 그녀는 결국 바닥에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와 아랑곳 않고 우리팀은 둥글게 어깨동무를 하고 얼싸 안고 운동장 한 가운데서 그렇게 빙빙 돌며 승리의 환호를 외치고 있었다.
" 와 이미소! 화이팅! 우리 팀 화이팅!"
냉철한 승부의 세게. 오로지 1등만 존재하던 세상.
그곳에서 그 치열한 현장에서 나는 우승을 팀에 안겨준 에이스였다.
" 다들 수고했다. 다음 달이면 이제 도대표로 전국체전 출전이다. 우승을 축하해."
모두 그렇게 승리의 기쁨으로 우리는 똘똘 뭉쳤다.
아침 6시 반 아직 등교시간이 8시40분 까지인 걸 감안하면 2시간이나 남았지만 나는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안개 낀 운동장. 그 새벽. 새벽 공기는 왠지 상쾌한 기분을 내게 선사한다.
" 음~~~ 하. 음~~~하아~"
" 미소야. 일찍 나왔구나. 이리와 봐. "
두손을 등 뒤로 깍지를 끼고는 연신 좌우로 흔들며 코치는 조회대 앞에서 운동장 끝에 서 있던 내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 선생님 부르셨어요?"
" 이번에 도대회 우리가 1등해서 전국체전 나가면 아마도 지금 실력이면 상위권 랭크도 가능할 거 같아. 그러니 훈련 동안은 몸 살살 다루고 전국체전에서도 3등 안에만 들어. 그리고 체육 전문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되니까. 가는 길은 이 선생님이 안내 할테니 딱 지금 처럼만 하면 돼. 기특한 자식! 아 그리고 너 몸 좀 사려. 무리하면 안되니까. 알았지?"
"네."
" 그럼 애들 오면 체조 잘 부탁해. 그럼 난 하암~~ 한숨 자고 오마. "
코치는 그렇게 내게 지시를 하고는 조회대로 들어갔다.
코치가 그렇게 사라지고 나면 하나둘 운동장으로 아이들은 아침 훈련을 하려고 몰려 들었다. 어느새 운동장 가는 육상을 연습하는 우리와 축구를 연습하는 축구팀으로 그렇게 매워졌다.
" 야. 이미소 공 좀 줘."
공손히 내 앞으로 굴러온 축구공. 나는 공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
" 야. 니들이 가져가."
그렇게 투명스레 말하며 하던 체조를 마저 하며 구호를 넣고 있었다. 그러자 정환이 달려와 공을 운동장으로 던지면서 내게,
" 야. 그거 좀 차주면 발이라도 나가? 매몰차긴."
" 자꾸 훈련 방해하면 다음부터는 축구훈련 시간도 안겹치게 조정해 달라고 할거야. "
" 워. 무서워. 어디 우승 못한 팀은 서러워서 살겠어?"
" 뭐해. 정환아 어서 뛰어. 패스 !!"
운동장 한가운데서 내 곁에 서 있던 정환을 부르는 주장. 그런 주장을 바라 보더니 정환은 고개를 돌려
" 야. 너 오후 훈련 끝나면 뭐하냐?"
" 꺼져라. 관심없다. 그러니 너도 관심 꺼. "
매섭게 뒤돌아서는 내 등 뒤에 정환은 패스를 받으러 가지도 않고 그렇게 서 있었다. 나를 노려 보며.
지독한 훈련. 하루 4시간.
원래라면 아침에 1시간, 오후 1시간 이었던 연습은 도대표가 되면서 부터 아침 1시간 30분, 오후 1시간 30분으로 늘어나 있었고 거기에 나는 남들보다 먼저 나가 몸을 풀고 팔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100회, 스타트 연습을 루틴을 삼아 그렇게 매일 훈련을 하루 4시간씩 채워 갔다.
" 너 이 아침에 어디가?"
" 아 학교가서 숙제 못한게 있어서. 아침에 가서 하는게 편해요."
어머니께 학교에서 아침에 공부며 숙제를 한다는 핑계로 그렇게 일찍 나와 시작한 연습은 어느새 5월달이니 횟수로 1년째 이어지고 있었고 내년이면 중학생을 앞둔 시점이다 보니 무엇보다 이번 경기가 내게는 사활을 건 경기였다. 그래서 더 남들 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더 열심히 몰입했다.
6월이면 경원시에서 주체하는 전국 체전이 있기에 우리는 하교하면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하여 인근 중학교에 모여 도에서 직접 파견한 코치의 지도 아래 1시간 30분씩 매일 운동장 10바퀴를 워밍업으로 빠른 속도로 돌고 윗몸일으키기 100회를 하고 훈련에 들어갔고 훈련이 끝나면 온 몸은 땀에 젖어 입고 있던 T셔츠가 비칠 만큼 그렇게 훈련을 고대고 악착같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땀흘리는 순간은 내게는 없어서는 안될 힐링의 시간이었다.
반에서 회장으로 선발이 되었지만 이런 과정으로 제대로 회의나 활동도 할 수 없어서 결국 부회장 정환이 거의 대부분의 학급 업무를 맡고 있었고 어머니께 내가 학급 회장이라고 학교에서 오시라고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한번도 학교에 오시지 않았다.
" 형편도 어려운데 뭐하러 시키지도 않은 학급 임원을 맡아? 그냥 집안 일이나 좀 더 열심히 도와. 안그래도 힘든데. 일찍 일찍 좀 다니고. "
여느때와 다름없던 오후.
다른 친구들에게는 인근 중학교로 먼저 가서 연습을 하라고 하신 선생님, 내게는 운동장에서 대기하라는 말만 남기고 교장실로 들어가시고 곧 있으니 코치가 학교에 도착해 내 머리를 한번 쓱 쓸어 넘기며
" 음. 너 어머니 오셨대. 내가 잘 말해볼게."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교장실로 들어가셨다.
" 엄마가 여기 왜?"
뭔가. 불길한 예감.
내가 학교에서 무얼 하든 관심도 없던 어머니가 학교에 오신 날이었다. 1시간쯤 지났나. 어머니는 교장실 밖에 서 있던 나를 한번도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고 그렇게 교장실 문을 나와 내 앞을 지나가며,
" 대충 이야기 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집으로 돌아가신 뒤였다.
이윽고 체육선생님과 코치가 밖으로 나와 한참 두분이서 교문을 향해 걸어가며 이야기 나누고는 코치가 내게 손을 들어 흔들며,
" 난 너 믿는다. 해낼 거야. 포기 절대 하지마!"
그렇게 말하며 곧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그런 코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배웅하고 돌아선 선생님께서 나를 불렀다.
" 미소야. 아무리 해도 안되네. 나도 애들 지도만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아무리 자신 있다고 어머니를 설득을 해도 안돼. 미안하다. 이번 전국체전만 출전하고 너 이제 육상부 활동 그만 하기로 교장선생님, 어머니, 코치님과 다 협의 했으니 이번 대회만 하고 육상부 안나와도 돼. 휴우. "
" 선생님... 안돼요. 설득 해주신다고 했잖아요? 저 달리기 없으면 안돼요. "
나는 두 눈에 눈물이 맺혀 어찌할 바를 몰랐다.
" 부모님이 저렇게 완강히 반대 하시고 또 우리가 네 인생 책임 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데... 뭐라 할말이 없다. 미안하네. 울지마. 응?"
전국체전.
" 자 다들 준비. 1.2 탕!"
레인에 섰던 선수들이 신호에 맞춰 일제히 뛰기 시작했고 그 긴 레인을 바라보며 나는 미친 듯 갈구했다. 저 결승선에 내가 먼저여야 한다고.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내 다리는 가속도가 붙지 않았다.
' 이번에 마지막 경기 구나. '
" 미소야. 고생했어. 너 3등이야. 축하해. 고생 했어. "
집으로 돌아온 나는 책가방을 집어 던졌다.
" 엄마. 엉엉. 왜 안돼는데. 왜. 왜 안되냐고?"
" 어디 기집애가 육상이야. 응? 그 사람들이 너보고 꼬시던? 육상 선수하라고? 그리고 그걸로 밥 먹을 수 있다고? 누가 그래? 여자 애한테 말도 안되는 소리를... 결국 다 널 위한 거야. 아버지 아시면 어쩔려고 그래? 너 뒷바라지, 우리 형편에 말이나 돼? 더는 쓸데 없는 일따위 집어치워."
" 기집애가 허파에 바람이 들어서 말이야. 어디 밤낮으로 싸돌아다니면서 어른 들 걱정이나 시키고 싹수가 노래. 그냥 학교나 다니고 돈이나 벌고 때되면 지언니들 처럼 시집이나 갈 것이지. 재수가 없어서는."
곁에서 어머니와 내 대화를 문을 열고 엿듣고 계시던 할머니께서는 방문을 닫으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들으시라고.
" 엄마. 내가 정말 안하면 죽을 거 같아. 응? 이 집에서 숨막혀 죽을 거 같다고 응?"
" 조용히 어른들 들으셔. 어디 버르장 머리 없이 엄마한테 때를 쓰고 함부로 말대꾸야? 그만 씻어."
" 왜 왜 내가 좋아하는 거는 못하게 하는데 응?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허락만 하면 되는데 내 일 내가 알아서 하잖아. 왜 안되는 데 응?"
" 쓸데없는 소리 더 하지도 마."
" 그만. 그만 그렇게 맨날 입 닫고 귀 닫고 그렇게 하라고 구박하면 엄마 속이 좀 풀려?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인정 받는데. 유일한 낙인데 ... 그렇게 못하게 막아야 하는거야? 할말도 못하고 속이 상해도 한마디도 못하는 거 그거 보다는 나아. 엄마도 할머니나 아버지께 할말 다 하고 살아. 왜 그런 말은 못하면서 내게 그래? "
" 짝!"
할머니의 거친 손. 내 뺨을 향해 날아든 그 손은 연이어 두번이 더 날아들었다.
" 미친.. 어디서 함부로...버릇없이. 어른한테. "
어머니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할머니를 노려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잘 못가르쳐서..."
" 어디 기집애가 말하면 알아 들어야지. 너 눈 안깔아?"
할머니는 여전히 부들부들 떨며 내게 말씀하시고 어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붙잡으며 내게 사과 드리라고 말했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달려 나왔다.
어둑해져 어느새 가로등이 들어온 운동장.
인근 시장에서 불빛이 환하게 내린 운동장 주변은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다리가 풀려 쥐가 나고 구토가 쏠린다. 하염없이 흘린 눈물로 어지럼이 느껴졌다. 그렇게 온 몸이 땀에 젖어 내 눈물이 땀인지 구분도 안될 정도가 되어서야 나는 집으로 향해 달렸다.
" 미소 또 운동하고 오는구나. 위험한데 달밤에 체조는... 들어가자. "
아버지와 집으로 들어서자 어머니께서는 급히 나를 화장실 앞으로 이끌어서는
" 왜 이제와. 니 아버지 아시면 어쩌려고... 얼마나 걱정 한 줄 알아? 어서 씻어. 너 다시는 이시간에 밖에 외출 못해. 알았어?"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자 남동생이
" 누나. 그렇게 어른들 걱정시키고 싶어? 철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 니가 뭘 알아? 넌 뭐든 다 해주시잖아. 니가 뭘알아?"
그러자 방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 기집애가 어디서 남의 귀한 손자한테..."
어머니가 놀라 들어오시며 남동생을 밖으로 내 보낸뒤
" 미소야. 늦었는데 어서자. "
내게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불을 끄고 방문을 닫으셨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참을 울며 흐느끼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중학교 3학년.
여느때와 다름 없이 방과후면 독서실로 향했다. 육상을 그만두고 뒤떨어진 학업성적을 올리려 나는 미친 듯 공부했다. 늘 11시까지 공부를 하고 마치면 집으로 향해 잠만 자고 일어나 아침이면 늘 하던대로 설거지를 하고 어머니가 돌려 놓은 빨래를 널고 거실을 쓸고 닦고 방마다 뒷정리를 끝내고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독서실.
" 똑똑."
누군가 내 독서대를 두드려 보니 독서실장. 내게 밖으로 나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 이거. 받아. 누가 너 주래. 이것도 ."
그가 내민 것은 초콜렛과 커피.
" 아 ... 이거 그냥 드세요. 저는 필요없어요. "
" 왜? 여기 포스트 잇도 주던데? "
그가 내민 쪽지에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화이팅!'
나는 그 종이를 구긴 뒤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다. 그러자 독서실장이
" 그래도 너 응원하는 글 같던데... 그 사람이 실망하지 않을까?"
" 상관없어요. 나이도 어린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정신 못차리는 애들 장난. 전 관심없어요."
하지만 쪽지는 거의 매일 그렇게 한달을 내 책상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참다 참다 독서실장에게 갔다.
" 저 죄송한데 다음에는 이거 저한테 전해주지 마세요. "
" 왜? "
" 이런 거 더는 안받을래요. 전해주시느라 고생하는거 아는데... 그분께 좀 전해주세요. 다시는 어린 여중생한테 장난질 치지 말라구요. 이건 제가 드리는 뇌물. 괜히 이런거 전해 준다고 고생 많으세요. 공부하시는데 방해 되게 해서... 죄송합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 30분 뒤 독서실 통로. 나올때 까지 기다릴게. '
내 독서대에 붙어 있던 메모. 나는 다시 구겨서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렸다. 그리고 포스트 잇에 적어 내 독서대에 붙였다.
' 공부나 하시죠. 내게는 관심 끄고. 적어도 이런거 붙일때는 내가 20살이나 넘고 당신이 당신 인생 책임 질 수 있을 때나 하시죠. 사랑이나 연애.'
나는 그렇게 내가 적은 포스트 잇을 독서대에 붙여 놓고 그길로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독서실을 다시는 가지 않았다.
한창 공부할 시기. 친구들은 독서실에서 만난 남친과 데이트를 하고 쪽지를 받았다느니 자랑을 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여느 잘 살던 주변 친구들과 달리 나는 집안 형편도 힘들었고 독서실 비도 학원이며 과외를 못가는 대신 겨우 졸라서 받은 터라 자신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내게 사치로 보였다.
학원이며 과외를 받던 동생과 달리 나는 학원한번 가 본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학습지 한번 한적이 없었다. 늘 친구들이 학습지며 문제집을 사서 내게 자랑을 하면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나는 그럴 형편이 안되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혼자 그렇게 열심히 교과서를 들여다 보며 문제를 풀고 친구에게 다 푼 문제집을 받아 답을 지우고 다시 풀었다.
그렇게 미친 듯 공부해서 어느새 성적이 반에서 3등 정도로 올라와 인문계 고등학교와 실업계 고등학교의 진학을 압둔 시점.
그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