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안 되는 사람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을 뚫고 내 달렸다.
눈앞에 펼쳐진 불바다. 그 복도 끝. 거기에 한 아이가 있다.
내가 살려야 하는 아이. 간절한 외침을 외면할 수 없어 다시 뛰어들었지만. 무심한 불길은 어느새 건물 전체를 화마로 집어삼켰고 모든 소방 인력은 붕괴와 폭발 위험으로 대피한 상태다. 하지만 나는 외면할 수 없다. 왠지 그 아이가 나 같아서.
나는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길게 이어진 복도 끝으로 달리며 위를 보자 자욱한 연기와 함께 불 구름이 몰려 내게로 달려드는 것만 같다. 무섭게 내달리는 내 속도만큼 내 뒤를 따르는 화마.
곧 나를 집어삼킬 듯 달려드는 그 불길을 미친 듯 내달려 다다른 마지막 방.
저 문을 잘 못 열면 그 아이마저 갑자기 들이닥친 공기로 화마에 휩쓸릴 수 있는 터라, 나는 그 불길 속에서 그 아이에게 제발 살아 달라며 소리치고는 숨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불길을 뚫고 문을 열어 그 아이에게 다가가며 문을 닫았는데...
애초에 시작은 그 방인 것인가.
앞을 알 수 없는 검붉은 불길이 온 방을 뒤덮었었고 나는 곧 떨어질 산소로 힘겹게 숨을 이어가며 그렇게 바닥에 쓰러졌다.
" 살... 살려주.... 줘...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아..... 난.... 아니야.... 이번에는 아니라고..... 나... 아니야....!"
흐미하게 느껴지는 차가운 한기.
온몸을 파고드는 그 한기에 흐미하게 눈을 뜨자,
그녀가 서 있었다.
온몸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는 그녀. 한기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알 수 없는 그녀를 에워싼 공기.
그녀는 서서히 몸을 굽힌 채.
"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미련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