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만남
첫 번째 만남.
" 끼익. 쾅아아아앙"
" 안돼~~~~ 에 이에 엥."
" 정우야! 안돼!"
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들리는 소리.
" 끼~익. 끼~익. 끼~익...."
차가 흔들리는 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절벽 바위 위에 아슬하게 그렇게 전복이 된 채 나는 안전벨트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앞 좌석의 부모님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나는 그 순간 미친 듯 두려움이 엄습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아 무서워. 무서워. 나 좀 살려줘. 나 죽기 싫어. 왜 그래~ 나 무서워. 엉엉"
" 아아아아 악 살려줘 무섭다고. 엉엉엉엉엉. 아아아아악"
미친 듯 고개를 저어 가며 부정하는 현실. 하지만 내가 발버둥 칠수록 차는 더 거세게 흔들렸고 어느새 더 절벽에 가깝게 밀려가고 있었다.
그때,
창가로 그녀가 보였다.
갓 20대를 넘긴 듯 하얀 얼굴의 애띈 그녀.
절벽 가 나뭇가지를 한 손으로 움켜주고 내게 손을 내민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 쉬잇. 이번은 내가 용서해 줄게.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니까. 그러니 내 손을 잡아. 어서."
무서운 마음도 잠시.
나는 부서진 창 안으로 내 앞에 들어온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 순간.
정신을 잃었다.
두 번째 만남.
나는 건물 옥상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바닥을 바라보며.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 수 있을까?'
머릿속 지나가는 주마등 같은 기억들.
어렸을 때 부모님과 여행길에 있었던 교통사고.
그 빗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전복되며 결국 절벽에서 차량이 떨어져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나는 할머니 손에 길러져 중학교를 졸업했다.
힘겹게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시작한 아르바이트. 그리고 하루 4시간을 자며 미친 듯 공부한 내 인생의 유일한 희망은 육군 사관학교 입학.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12시쯤 집에 들어섰을 때 할머니는 의식도 없이 온몸이 축 늘어져 있었고 그런 할머니를 등에 업고 미친 듯 내달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께서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더 이상 갈 곳도 머물 곳도 없었기에 입소했던 청소년 쉼터.
내가 그곳을 벗어날 유일한 길은 내게 잠을 잘 수 있는 기숙사를 제공해 주는 곳. 그리고 전액 장학금을 주는 곳.
하지만 그 어디에도 나 같은 고아를 받아주는 대학은 없었기에 나는 결코 육사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미친 듯 몰두한 것인데. 가능하다고 했는데...
항상 신은 공평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 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반에서도 1등, 전교 석차도 손에 꼽힐 만큼 좋은 나보다 결국에는 별을 단 부모를 둔 진영이 합격한 날.
나는 벼랑 끝 그 옥상 난간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 뛰어내리려고?"
흠칫 놀라 바라보니. 하얀 원피스를 단정히 입은 그녀.
갓 20대를 넘긴 듯한 하얀 얼굴의 애띈 그녀. 긴 머리는 바람에 쉼 없이 휘날리며 내게로 다가온다.
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원피스에 놀라 그만 난간에서 휘청거릴 때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 이 손. 내가 잡은 이 손. 오늘 만이야. "
" 놔요. 엉엉. 이대로 죽어버릴 거야."
" 네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목숨이 아니야. 넌. 불행히도. "
" 당신이 뭔데...! 당신이 뭔데 그래? 당신이 날 잡았다고 내가 살 수 있을 거 같아?"
" 훗. 글쎄. 근데 지금은 아니야. 넌. "
그렇게 말한 그녀는 매섭게 나를 노려보며 손의 힘을 풀었다.
" 놓아봐?"
이미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상태인 내게 미련따위란 없었기에
" 엉엉. 희망 따위도 없는데 그 손을 놓은 들. 뭐가 달라진다고. 어서 놔! 놓으라고!"
내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을 흔들며 현실을 부인하려 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손을 힘껏 당겨 내가 튕겨 위로 올라오자, 옥상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아랑곳 않고 화가 나서 다시 난간으로 기어오르자, 그녀는 그 난간 위에 올라 나를 매섭게 노려 본 뒤 점프를 하며 내 뺨을 후려쳤다.
" 미친.... 정신 차려! 너 여기서 내게 목숨을 빚졌어.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그 자리에 넋을 잃고 주저앉아 버린 내게 다가와, 내 턱을 들더니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는 속삭였다.
" 또다시 만나면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키스를 했다.
세번째 만남.
' 꿈인가...'
눈을 뜨자 위로 하얀 백열등이 눈에 들어오고 연이어 부산히 움직이는 간호사와 의사... 그들이 내 눈을 열어젖히고 뭐라고 말을 하며 곧 내게 심폐 소생술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들리는 심장 소리.
희미하게 뜬 눈으로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옆 베드에 그 꿈속에서 보았던 그녀가 팔 베개를 한 채 나를 바라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매섭게 노려 봤다.
" 설마. 너 나를 기억한 거야? 그런 거야?"
내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려 일어나 앉더니 그자리에 서서는 손가락을 튕겼다.
일순간.
내 주변의 모든 것은 그대로 멈췄다.
놀란 내가 벌떡 일어나 앉자, 그녀는 내게로 서서히 다가왔다.
" 이대로는 불안해서 안 되겠어. 뭔가 잘못된 거야. 분명. "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녀는 발꿈치를 들고 그렇게 다시 내게 키스를 했다.
그녀와의 세 번째 만남.
우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 아니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