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모략

인간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by moonrightsea

불안한 마음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정영을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고 정영은 어느새 울다 지쳐 그렇게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날이 밝아 오고 해가 뜰 무렵이 되어서야 연수는 돌아왔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지칠 대로 지쳐 들어온 연수는 그대로 화장실로 가서는 픽 쓰러져 버렸고 나는 정영을 얼른 아기 침대에 눕히고는 연수를 물에 씻겼다. 어느새 그녀의 몸에 났던 상처들이 희미해지며 아물기 시작했고 그녀도 곧 정신을 차렸다.

" 정영이는?"

" 지금 정영이 걱정할 때야? 괜찮아?"


내가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되어 연수에게 소리치자 곧 정영이 깨서 울기 시작했다. 나는 또다시 정영에게 달려가 정영을 업고 연수에게 가자 연수가 문을 붙잡고 일어나 정영을 받아 들고는 젖을 물렸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정영을 뺏어서 안아 들고


" 지금 네가 쓰러지게 생겼는데 애 젖 물리는 게 중요해?"


그러자 연수는 말없이 정영을 안아서는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젖을 물렸다. 그러며 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 우리 아기. 이쁜 아기. 엄마 여기 있어. 그러니 어서 먹고 힘내라. 아가. "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두 모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눈물이 차올라 말도 못 하겠지만 미칠 듯 화도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묻고 또 물어보고 싶은데 그녀는 말할 힘조차 없어 보였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등 뒤로 가서는 내 어깨에 기대게 하며 말없이 안았고 그녀는 내 품에 안긴 채 정영을 품에 앉고 그렇게 정영에게 젖을 물렸다.


' 하아. 왜 내게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걸까. 이 모든 것을 감내하기에 나는 한낯 인간이어야만 가능한 일인 건가.'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이유식을 만드는 책을 사서 마트로 가서 재료를 구입하고 그렇게 집으로 향했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주방으로 가서는 열심히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이유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영에게 한 숟가락 먹이며


" 자 아 해봐. 아빠가 만든 거야. 아~"

정영은 물끄러미 바라보다 내 입모양을 보고는 아~ 하고 입을 벌렸고 나는 냉큼 입안으로 이유식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정영이 깜짝 놀라 입을 닫았고 오물오물 씹는가 싶더니 이내 입 밖으로 주룩 흘러내렸다.

옆에서 보고 있던 연수가 까르르 웃더니 거즈로 정영의 입 주변을 닦아주고는 한 숟가락 떠서 연수가 먹었고 한 숟가락 떠서는 내게 주었다.


우리는 마주 보면서 맛있게 먹었고 다시 한 숟가락 떠서 정영에게 주자 정영이 한 입 입에 물더니 우리를 바라보며 우리 입모양을 따라 흉내를 내었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하다 겨우 정영이 한입 넘겼고 우리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 휴우~ 큰 숙제 하나 해결했네. 첫 시도 치고는 괜찮았어. 몇 번을 나 혼자 해서는 안되었는데."


연수가 이제야 한숨을 돌렸고 나도 나름은 도움이 된 것만 같아 뿌듯했다.

연수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 미안. 난 이유식은 그냥 먹이면 당연히 먹는 줄 알았지 먹는 방법도 넘기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걸 몰랐어. 더구나 그게 혼자서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란 것도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하나하나 다 배워가는 지도 몰랐네. 이제껏 정영이 보여준 게 다 이런 식으로 배운 거구나. "


그제야 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글썽였다.

" 당신이 워낙 힘든 일을 하니까. 나 혼자 해결해 보려 했지.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 안 해도 그냥 당연히 옆에서 보면 알 줄 알았거든. 흠. 보는 거랑 직접 해보는 거랑은 또 다르지?"

" 그렇네. 보통 일이 아니네. 아기 키우는 일이."


"어쨌든 오늘은 두 숟가락 떴으니 내일은 또 다른 걸로 시도해 보지 뭐. "


그러자 연수가 내 볼에 입을 맞췄다.

" 기대할게요. 정영이 아버님."





' 뭐지? 이 축축함은?'

가을 건조한 날씨 때문에 며칠을 산불 진화로 비상동원되어 못 들어오다 꼬박 10시간 가까이를 잠들었다 깨어보니 이불 한쪽이 젖어 있었고 인기척에 놀라 일어나니 연수가 침대에 온몸이 젖은 채 앉아 있었다.


" 당신 왜 이렇게 젖은 거야?"


" 추워. 나 이불 좀. "

나는 얼른 일어나 젖은 이불로 연수 몸을 닦이고 잠든 정영을 조심히 업은 채 이불을 새로 펴서는 연수를 눕혔다. 그러자 연수가 조금 두터운 솜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 나갔다 온 거야?"

" 쉿. 정영이 깰라. 조용히..."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연수는 잠이 들었다. 나는 정영이 깰까 봐 그렇게 토닥이며 정영을 재우고는 연수 곁에 눕혔고 이내 연수는 정영을 끌어안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 곁에 잠이 깰까 살며시 침대 끝에 앉아서 물끄러미 둘을 바라보다 문득 연수가 산불 진화현장에 왔었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때 진화현장에 그녀의 흔적은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등산객이 버리고 간 담뱃불로 추정되는 방화 흔적이었고 그 흔적으로 말미암아 마른나무 잎에 불이 붙어 번지기 시작해서 가을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다 모처럼 내린 비로 아마도 진화가 된 모양인데 그러기에는 연수가 젖은 몸의 상태로 보면 비의 양과 맞지도 않았고 시간도 맞지 않았다.


연수는 방금 쏟아진 폭우를 맞은 듯 홀딱 젖어 있었지만 내가 들어올 때는 이미 비가 보슬비로 바뀌고 거의 그쳤을 때였으니 이미 시간도 한참이 흐른 뒤였으니까. 그때는 연수가 이미 집에서 나를 맞았으니.


이러나 저러나 앞뒤가 맞지 않은 건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너무 궁금했다.




" 어제 그 비는 어디서 그렇게 맞고 온 거야?"

" 좀 멀리 갔었어. "


" 어디?"

" 서울."

" 응? 그렇게 멀리? 거기는 왜?"

" 그럴 일이 좀 있었어. 말하기는 좀 그렇고. 아무튼 가야만 했거든. "


흠. 나는 말없이 밥을 뜨다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고는 다시 국을 떠서 입에 넣고는 이유식을 떠서 정영의 입에 넣었다. 그러자 정영이 앙하며 한입 먹더니 야무지게 씹어서 넘겼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 우리 정영이 이제 이유식도 잘 먹네. 다음 달이면 돌인데 곧 밥도 먹겠어. "


그러자 정영이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 방긋 웃어 보였고 잇몸에 윗니가 조금 아주 조금 보이는 듯했다.

" 연수. 저거 보여? 저거 이가 난 거 아냐?"

" 어디?"

" 저기 봐. "


나는 냉큼 의자를 당겨 정영의 윗입술을 들어 올렸고 정영은 짜증을 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아랑곳 않고 잇몸을 가리키며

" 자 여기 봐. 이거 이거 이가 난 거 같은데?"


그러자 연수가

" 훗. 이가 올라오고 있어서 그렇게 젖을 깨물었구나. 이놈의 시키."

" 뭐야? 너 엄마 젖도 물었어? 아 이놈이 아주 나쁜 놈이네. 혼나야겠어. "


내가 이렇게 말하자 뭘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이내 입을 삐죽삐죽하더니 정영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수가

" 아유 귀여워. 혼나는지 아나 봐. 이리 와."

그러고는 정영을 안아서 품에 넣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 우리 아기 이제 엄마 젖도 떼어야겠다. 그만 물고. 자 아~"




이렇게 말하며 이유식을 한 숟가락 덜어 정영의 입에 넣었고 정영이 연수와 눈을 마주치며 '아'하고 입을 열어 냉큼 이유식을 받아먹었다.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수의 가슴을 쪼물딱 거리며.


" 어허 이놈이. 아주 엉큼한 놈이야. 이놈이. 그 손 내려놔. 내 꺼라니까. 응?"


내가 숟가락을 들어 마치 때리는 시늉을 하듯 나무라자 정영이 나를 또다시 흘깃 바라보며 고개를 돌려 연수의 품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런 정영을 보며 연수는 까르르르 웃었다.

" 아무튼 애기나 어른이나 남자들 질투는..."


" 어허. 나도 얼마 손도 못대 봤는데 말이야. 어느 순간 뚝 떨어져서는 내 연수를 뺏어가고 말이야. 이건 너무 불공평해. "


그렇게 말하며 내가 밥 숟가락을 놓고 일어나자 연수가 손 사레를 치며

" 아 왜 그래요? 애처럼. 어서 밥이나 다 먹고 그래요. 애도 보는데."


그러며 이내 정영을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정영을 바라보자 정영이 동그랗게 눈을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아 이래서 어른이 되는 게 힘들구나.'


연신 씩씩 거리며 밥을 퍼서는 국에 말아 후루룩 먹어치우고는 냉큼 일어나 설거지까지 해치워 버렸다. 그래야 모든 방해물이 사라질 테니까.

그리고 정영이 덕분에 새털처럼 가벼워진 연수와 정영을 안아 들고는 거실 소파로 향했고 둘을 내려놓고는


" 아이고. 조만간 조금만 더 크면 둘 다 안기는 힘들겠는데?"




" 정영이 얼마나 나간다고 그래요. 아직 채 10kg도 안 나가는데."

그렇게 연수가 말하며 정영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 에험. 뭐. 난 당신이 더 가볍게 느껴지는데? 정영이 보다? 왜 그렇지?"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연수를 안아서는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자, 정영이 엉금엉금 기어서는 내 배 위에 올라탔다.

" 크큭. 이 녀석 이럴 때 보면 정말 질투가 질투가... 하하하하"

우리가 왜 웃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다고 웃는 정영이. 눈치도 빠르고 나름은 질투도 심하지만 사랑스러운 내 새끼.

정영을 안아서 위로 치켜 드니 까르르 거리며 더 좋아했다. 그런 정영을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자 연수가 곁에서

" 너무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애기한테 안 좋아요. 천천히 살살 다뤄야 해. 애기들은."


그러며 나를 진정시켰다. 그래도 나는 너무 신나하는 정영을 보며 기분이 좋아서 몇 번을 더 그렇게 정영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고는 이내 팔에 힘이 빠져 그대로 소파에 늘어졌다.

그러자 내 곁에 연수가 스르륵 기대고 그 위에 정영이 탁 하고 올라타서는 이내 발을 잡고 뒹굴 뒹굴 거렸다.


" 아 이 녀석 진짜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네. 당신이 살이 빠질 만하겠어. "

내가 그렇게 말하며 정영을 바닥에 내려놓자 정영이 이내 소파를 잡고 일어나 옆으로 한 발짝씩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우리는 놀라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 거... 걷는다!"


그러자 정영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고 그 순간. 사방으로 퍼지는 냄새.

" 으~~~ 정영이 똥 쌌나 봐. 자기.... 기저귀 좀. "


연수는 코를 막고 내게 손짓을 했고 나도 얼굴을 찌푸린 채 방으로 냉큼 달려 들어가 기저귀를 가져와서는 신이 나서 도망가는 정영을 붙잡고 기저귀를 갈았다.


와 누워서 뒤집는 걸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벌써 서서 걸으려 하다니 애기들 크는 건 진짜 금방이구나.


내가 그 숱한 밤을 잠도 못 자며 일어나 우는 걸 달래고 업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고생의 순간들은 찰나처럼 지나가고...

어느새 내 기억에는 정영이 태어나던 날로부터 눈을 맞추고 나를 알아보던 날, 첫 뒤집기, 정영이 처음으로 배밀이 한날, 앉은 날... 기어 다닌 날... 그 행복한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 오늘은 기필코 연수를 따라가리라.'

원래라면 야간 근무조이지만 나는 미리 근무조를 바꿔 풀로 근무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들어왔다. 이틀 연달아 근무를 한터라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늘 밤만은 연수 곁을 지키고 그녀가 어디를 가든 따라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새벽 1시가 넘어가자 내가 잠든 지 알았는지 아니면 어디선가 또다시 부름을 들은 건지 그녀는 스르륵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내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자,

" 당신은 안돼. 이 손 놔요. "


연수가 내 손을 뿌리치려 들었고 나는 더 강하게 두 손으로 움켜쥐며 조용히 속삭였다.

" 안돼. 나 당신 혼자 못 보내."


그러자 연수가 내 손을 천천히 떼어 놓으며

" 당신만이 정영이 곁을 지킬 수 있어. 당신이 없으면 정영이 지킬 수가 없어. 그러니 이 손 놔요. 제발. "


" 어딘데? 도대체 이 밤에 또 어딜 가는 거야?"

" 서울. "

" 연수야."

" 정영이 깨요. 어서 놔야 해. 이러다 정영이 까지 위험해져. 어서. "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내 손을 푼 채 사라졌다.


아마도 더 세게 있는 힘껏 집중해서 잡았다면 나도 갈 수 있었겠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정영은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 아기였고 그런 정영을 연수말대로 혼자 두고 연수를 따라나설 수도 그렇다고 연수가 도대체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는데 어른인 나도 그렇게 이동하기 힘들었던 곳에 정영을 데려갈 수도 없었다.


동이 틀 무렵에야 돌아온 그녀는 피를 뚝뚝 흘린 채 화장실로 들어서서는 그렇게 문을 잠그고 흐미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듯 안 들리듯 하더니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문을 열고 나왔다.

" 괜 찮은거야? 연수야?"

" 흐음. 오늘은 좀 많이 피곤하네요. 나 한숨 자고 일어날게. "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침대에 누운 채 잠에 빠져 들었다.




우석은 많이 섭섭해 했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이유는 연수도 나도 우리 말고는 부를 가족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웃도 없었거니와 소방서 식구들을 부르기에는 다들 교대 근무를 하는 통에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안부르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무엇보다 연수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촐히 정말 단촐히 우리 셋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정영의 돌을 준비했다. '


주말에 시간을 내어 사진관에 들러 가족 사진을 찍고 연수가 준비한 떡과 음식을 미리 소방서에 배달해서 소방서에서만 따로 음식상을 내가 차려서 섭섭지 않게 식사를 대접도 했다.


다들 미안하다면서 축하한다고 옷이며 신발이며 선물을 한 아름 챙겨주셨고 그런 고마운 마음을 또 작은 답례품으로 보답을 드리고 그렇게 하나하나 우리는 정영의 돌을 기다리며 준비해 나갔다.


막상 정영의 돌이 다가오자 정영은 아프기 시작했다.


온 몸에 발진이 돋더니 몸살도 같이 시작해서는 한 겨울에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 급히 응급실에도 두세 번이나 다녀와야 했고 그 추운 겨울에 홀랑 벗겨서 기저귀만 채우고 두었지만 그놈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지 몸의 열은 아랑 곳 않고 온 방안을 기어 다녔다가 걸어 다녔다가 뒤뚱거리며 넘어졌다 하면서 나름은 열심히 자신만의 통과의례를 준비하는 듯했다.


어찌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르게 하루하루 다가온 날들은 어느새 찬바람 마냥 금방 우리 곁을 파고들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다음 날이면 정영의 돌.


밤이 깊어지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연수와 약조하길 정영의 아침 생일 돌 상을 차리고 식사를 하면 같이 우리는 이틀 날을 잡아 여수로 여행을 다녀올 참이었다. 모처럼 여행이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녀석이 벌써 태어난 지 일 년이 되었다는 게 사실 실감도 나지 않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곁에서 곤히 옆으로 누워 잠이 든 정영. 그런 정영을 바라보며 나와 마주 누운 그녀.




어느 틈엔가. 그렇게 행복한 마음이 가득 차올라 스르륵 눈이 감길 때 문득

차가운 한기가 느껴져 잠이 깼다.

눈을 뜨자 방 안에 낯선 그림자가 보였고 나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공포감에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거의 본능 적으로.


내가 침대 위에 벌떡 서서 바라보자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 아니 내 발아래 보이는 풍경.


연수가 바들바들 분노에 떨며 서 있었고 그런 연수가 바라보는 곳에


내 아들.


정영을 품에 안은 채 서 있는 사람.


그였다.


나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가? 그가 왜 갑자기 여기 서 있는 것인가.

왜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내 아들을 안고 서 있는 것인가.


그는 천천히 조소 어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드디어 네 기도 많이 쇠하였구나. 역시. 내 짐작이 맞았어. 허허. 어리석은 인간이 되려 하다니. 내 이리될 줄 알았지. "


" 다... 당신이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당신이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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