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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LOG Nov 01. 2020

크로아티아 자동차 여행 (2) : 자다르, 프리모슈텐

10월 3일 저녁 플리츠비체 - 자다르 이동

자다르에 가는 길은 절벽의 연속이었다. 200으로 쌩쌩 달리는 크로아티아의 무서운 차량들 사이에서 우리는 천천히, 조심하며 운전을 이어갔다. 애드 쉬런의 노래를 연속으로 재생하며 따라 부르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돌아보니 자다르로 가던 길 마주한 그 절벽이 가장 그리운 듯하다. 높은 절벽 아래로는 내내 바다가 너울거렸다. 바다는 저 멀리 아득한 곳까지 뻗어나가선, 조금씩 붉어지는 하늘까지 맞닿았다. 짧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너른 구릉에는 거친 환경에도 용케 잎을 틔운 풀도 보이는 듯했다.


그러다 길을 잃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방향대로 이동했건만, 길이 막혀있던 것이다. 돌아가는 길을 찾아 헤맸고 그렇게 1시간 반이 넘게 지연되었다. 그러던 중 우리는 아주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자다르로 향하는 길에 보았던 아름다운 석양

정말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하늘에 불이라도 난 듯, 활활 타오르는 붉은 노을은 그 언제 보았던 하늘보다도 아름다웠다. 잃은 길 위에서 만난 선물이었다.  그리곤 7시가 되어 자다르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 주인을 만나 키를 전달받고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정말 예뻤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숙소가 두 군데인데, 한 곳은 자다르, 다른 한 곳은 두브로브니크 숙소였다. 문제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으슬으슬한 추위가 다시 느껴지며,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했다는 것. 뒤에도 나오겠지만 그렇게 여행 중, 나는 저녁 5시 반만 되면 아픔을 호소했다. 원인 모를 아픔이 여행 3일 전 달렸던 마라톤 때문인지, 그동안 쌓여있던 피로가 문제였던 건지- 그저 가져온 약들을 하루에 3번씩 먹으며 아픔을 참고자 했다. 그는 그런 나를 위해 곁에서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주었다. 저녁을 먹지 못하고, 약만 먹고 또 바로 잠들어버린 나를 확인하고, 혼자서 마트와 식당에 가서 요깃거리를 잔뜩 사 가지고 온 그였다. 내내 아픔을 호소하는 나 때문에, 그가 여행 중, 저녁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날들이 연속되었다.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어쨌든 자다르의 밤도 그렇지 지나갔다.


10월 3일 자다르 여행 

새벽 5시에 일어났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휴가를 냈다지만, 담당자가 없었기 때문에, 일부 업무를 챙길 필요가 있었다. 급하게 메일 건과 업무를 아침까지 처리한 후 10시 반이 되어 그를 깨웠다. 아침이 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도 많이 괜찮아진 듯했다. 

아침에 일어나 같이 간단히 티를 마시고, 자다르 시내에 나갈 준비를 했다. 함께 맞는 이 아침이 참 좋았다. 날씨마저 사랑스러운 그런 날이었다.

자다르 숙소에서 만난 그날의 사랑스러운 날씨

그렇게 우리는 짐을 챙겨 렌터카에 넣어두고, 자다르 시내를 먼저 돌기 시작했다. 전날 밤, 아픔을 호소하며 먼저 잠든 나를 위해 밤새 식당과 마트를 돌아다녔던 그였기에, 이미 자다르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자다르의 낮의 모습

어젯밤에 혼자 돌아다녔을 때는 이곳이 이 정도로 사랑스러운 곳인지 몰랐다며, 같이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껏 웃음을 날려주던 그이기도-

자다르는 무엇보다 해변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 날, 날씨도 화창했던지라 그 빛나는 해변을 온몸 가득 느낄 수 있었다. 해변을 쭉 돌아 다리를 건너면 자다르의 올드타운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그토록 사랑스러운 자다르의 올드타운이다.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거리의 음악을 가만히 서서 들어보기도. 이곳의 낭만과 여유를 온전히 받아들이니, 이만큼 행복할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곳은 바로 자다르의 Sea Organ이라는 곳이다. 바다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 가만히 앉아 바닷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졌다.

사진 촬영 아이폰 프로
사진 촬영 : 갤럭시 노트 10

그간 이렇게 그의 사진 실력이 늘었다. 물론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자다르의 해변이 다하기도 했다. 넘실넘실 출렁이는 파도도 좋았고, 그에 맞춰 한 가닥씩 얼굴로 떨어지는 나의 머리카락들도 좋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을 뒤로 한채 우리는 다시 에어비앤비로 돌아왔다. 크로아티아의 라떼와 함께 말이다. 이제 다음 도시는 프리모슈텐이다. 너무 아름다워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10월 4일 자다르 - 프리모슈텐 이동

드디어 프리모슈텐에 도착했다. 이곳은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곳인데, 스플리트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 신혼부부의 프리모슈텐 후기를 보고는, 꼭 이곳을 데려오고 싶었다는 그. 

그가 운전 경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 우리는 크로아티아 버스 여행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가 데려오고 싶어 했던 이 곳은 버스로는 올 수 없었기에, 이곳을 꼭 보여주고 싶어, 운전연습을 그토록이나 열심히 했다고-

프리모슈텐의 물 색깔이 이렇게 예쁘다. 에메랄드 빛 해변이 바로 여기 있었다. 동네가 크진 않기 때문에 도보로 2시간 이내면 다 둘러볼 수 있는데, 우리도 이 어여쁜 바다를 거닐며 아름다운 상상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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