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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LOG Dec 05. 2021

[일기] 우리의 숱한 대화, 인연은 이렇게

너와 헤어지고 지하철 안에서 일기를 쓰다 역을 지나쳐버렸다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슷한 시기 해외 생활을 했던 그녀를 만났다.

2021년 9월 11일

나에게 너는 정말 신비주의 같은 사람이었다

대학시절 일절 술을 마시지 않았던 나도,

그래서 술자리엔 거의 참석하지 않았던

매일 10시에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났던,

학교에서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과만 어울리던 사람이었는데, 너는 나보다도 더 그런 사람이었다.


오직 내가 너에 대해 아는 건,

수지를 닮은 예쁘장한 신비주의

일주일에 딱 두 번만 학교에 나오는 친구

그마저도 학교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였다.

아 영어를 정말 잘한다고 들어, 유학파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 당시 우린 접점이 없었다.

꽤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학교를 2년간 다니며 널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딱히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너의 소식을 들었다.

같은 미디어 전공으로 버클리로 편입했단 소식이었다.

너는 여전히 멋졌고 그 도전이 아름다웠다


너는 졸업을 하고 일을 조금 하다

갑자기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때쯤 나는 싱가포르에서 어려운 타향살이 중이었다

그런 네가 내가 한국에 들어온 소식을 듣고,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주었다.

우리가 꽤나 공통점이 있다는 거였다.

고마웠다, 나도 네가 궁금했다


물론 첫 두 번의 약속은 파토가 났다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참 무료해서, 내게 지금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하루 종일 짐 정리하다, 시간이 허락하여 만나게 되었다. 베이스만 바르고, 그것도 아주 오랜만이라 화장품을 뒤적이다, 거울에 걸쳐진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밖으로 향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 둘 다, 을지로 그놈의 힙지로가 오랜만이라 이곳의 한 칵테일바에서 보기로 하였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7년을 풀었다

접점이 없던 우리는 꽤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에겐 늦게 찾아온 방황의 시기가 있었고

비슷한 정도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게 누군가에겐 독특하지만 부담을 주기도 하였고,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토닥이기도,

어려운 타향살이를 지내며 많이 울기도,

어려웠지만 그 안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너는 나의 이야기에 같이 웃어주었고 공감의 박수를 쳐주다 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쉼을 안아주며 환영해주었다


한국에서 배운 한계가 있는 미디어 전공이 아닌, 네가 미디어가 되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 준

미국의 미디어 전공이 어떻게 너에게 모티베이션을 주었는지, 나와 다르게 계속 그 길을 가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한참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너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너는 내가 말로 나의 관심사를 전하는 플랫폼이 된다면 잘할 것 같다 그랬다. 예를 들면 테크 리포터-

얼렁뚱땅한 우리의 대화가 일목요연하진 않았지만, 참 좋았다. 나도 그런 따뜻한 너를 응원한다


우린 비록 7년이 지나서야 이토록 숱한 대화를 하게 되었지만 난 오늘이 참 좋았다.

인연이라면 언젠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우리처럼, 어떠한 삶의 사건들도 그렇게

짧지만 좋았던 너와의 대화가

마치 건축학개론을 보는 듯했다

김동률 노래를 듣기로 했다


코로나와 함께,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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