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퇴사 몰래 이사
“과장님, 저…퇴사하려구요.”
과장님이 입을 떡 벌린 채 일시정지 했다.
본부에서 퇴사하지 말라고 만든 교육 프로그램을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과장님의 표정을 보고 순간 죄송한 마음이 들어,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득 혹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등의 관리자가 하급자를 붙잡는 전형적인 내용이었던 것 같다. 떨렸지만 이미 마음은 돌아섰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수백 번이고 머릿속에서 반복하던 일이었다.
답은 정해졌고, 노트에만 휘갈기던 꿈같은 일들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몇 번이고 눈물이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꾹꾹 욱여넣어었고, 부들거리며 미소를 유지했다. 썩어버려 문드러진 마음이 올라오려는 것도 애써 무시하고, 이성을 붙잡았다.
‘이제 끝이다. 마지막이야 새벽아. 괜찮아, 마무리만 잘하고 가자.’
주문처럼 되뇌었고,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겉으로는 사회인답게 행동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아이가 울부짖고 있었다.
그렇게 회사 일을 마무리했다. 다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사”였다.
기뻐할 틈이 없었다. 꿈 많은 아이와 마음을 다친 아이는 나중에 달래주면 될 터였다.
내 생일인 1월 1일에 혼자 관사에서 짐을 쌌다. 버리고, 포장하고, 버리고, 포장하고, 버리고, 포장하고.
스스로 이사 준비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낑낑댔고, 기간도 꽤 걸렸지만, 어찌어찌 끝내기는 했다. 나머지는 이삿짐 센터가 옮겨줄 것이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세상, 아니 우주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다음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이렇게 정새벽의 모험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