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도널드 레이 폴록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종전 이후 1560년대 웨스트버지니아와 오하이오 주를 배경으로 개신교의 타락과 죄악을 기소한다. 그러나 판결을 내리기 전에 이 영화는 반기독교적인 작품은 아니다. <신정론>이라 불리는 신학계의 수수께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원작 소설이 명망에 모여든 스타들 톰 홀랜드, 로버트 패틴슨, 세바스찬 스탠이 빌 스카스가르드, 엘리자 스칸렌, 라일리 키오, 미아 와시코프스카, 해리 멜링 등 초호화 배역진이 뭉쳤다. 줄거리는 단 한 줄도 쓰지 않고서 영화를 분석해보겠다.
영화는 장편소설을 2시간 내외로 옮기기 위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색됐다. 주인공 부자 이야기와 목사 부부의 비극, 연쇄살인마 부부, 부패한 보안관, 타락한 신임 목사 등 여러 갈래의 플롯을 진행시킨다. 이 많은 이야기를 한데 모으기 위해 원작자 도널드 레이 폴록이 직접 내레이션을 맡았다.
방대한 소설의 디테일을 상당량 뺐음에도 각각의 캐릭터는 살아있고, 복잡한 사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한다. 다시 말해,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모든 등장인물별로 이야기를 따로 진행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행속도가 약간 느려졌다.
원작만큼 체계적으로 이야기를 쌓아올리지 못했으므로 원작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작자의 내레이션에는 뼈가 담겨있다. 분위기로 겉으로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살인사건을 이어붙이고, 은유로 이야기의 공란을 메운다.
관객들이 아는 것은 미국의 건국이념인 개신교(청교도) 정신이 타락했다는 것뿐이다. 다음 장에서 영화가 비워놓은 빈칸을 채워보려고 한다.
2. 선과 악의 싸움
영화는 ‘세상에 왜 악은 존재할까?, 왜 고통은 존재할까?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라고 묻는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일신교도들은 지적인 곡예를 부려야 했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했으므로 인간이 악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신은 악인에게 벌을 내린다. 그러나 만일 그 인간이 자유의지로 악을 선택하고 그 결과로 지옥에 영원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을 신이 미리 알았다면 신은 왜 그를 창조했을까? 이 문제는 수많은 신학자들을 쩔쩔매게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종교가 있긴 하다. 바로 이신교(二神敎)이다. 이신교는 서로 반대되는 두 힘의 존재를 즉 선과 악을 믿는다. 악은 선한 신에 의해 창조된 것도 그 신에 종속된 것도 아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 싸움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선과 악이 싸운다면 이들이 공통으로 따르는 규칙은 무엇이며, 누가 그 법칙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일신교는 질서를 설명하지만 악은 얼버무린다. 이신교는 악은 설명하지만 질서의 문제 앞에서 무기력하다. 이 수수께끼에 대한 논리적 귀결은 세상을 창조한 유일신이 존재하는데 그 신이 악하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역사적으로 그렇게 용기 있는 신학자나 성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3. 주제는 미국의 타락이다.
영화는 신학적인 모순 즉, 신정론을 등장시켰지만,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원작자의 본심은 어디까지나 미국 사회를 비판하려는 의도다. 종교를 활용하는 방식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법론 중 하나다. 그러니 더 이상의 신학적인 논의는 무의미하다. 거듭 말하지만 원작자가 겨냥한 미국 사회의 타락은 무엇일까?
인간이 종교를 발명한 것은 수많은 집단을 형성해서 질서정연하게 협력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들은 국가, 신, 민족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분들이 많다. 조금 달리 말하면, 우리 사법체계는 공통의 법적 신화에 믿지 않는가? 법정에서 변호사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변호하는 것은 정의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의 존재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돈, 법률, 국가, 민족 등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합의한 상상의 산물이다. 우리 사회가 평등하지도 선하지도 않음에도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공통된 신화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미국인은 어떤 신화를 공유하고 있는가? 1620년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즉, 원작자는 개신교로 상징되는 미국의 타락을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 (3.1/5.0)
Good : 톰 홀랜드 등 배우들의 열연
Caution : 영화가 너무 문학적이다.
●원래 크리스 에번스가 리 보데커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스케줄 문제로 하차하고, 세바스찬 스탠으로 교체되었다.
■거미 장면은 CG를 일체 쓰지 않았다.
■목사는 성직자에 준하는 지위이며, 장로회의 경우 단순히 설교권과 교육권이 인정되는 장로일 뿐이다. 애초에 개신교가 만인사제론을 이론적 근거로 목사는 가톨릭 사제와 달리 성직자가 아니며 회중교회의 경우 아예 목사 직위도 형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