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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03. 2024

고질라 마이너스 원*주인공이 왜 일본 해군 출신일까?

《Godzilla –1.0·2024》노스포 후기

1954년 원작의 오마주

70주년 기념작은 거장 스필버그가 3회 관람하며 캐릭터가 좋다고 덕담을 건넸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대단한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도호는 전작〈신 고질라〉이 월드 와이드 배급하며 흥행 수익 53억 엔을 기록했기에 애초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 최대 시장인 북미와 중국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최소화했다. 역사 인식 문제를 꺼낼 수 없게 일본 정부와 일본 육군을 배제한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몇몇 일본 평론가들은 ‘좌편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북미에서 비영어권 영화로는 역대 3위의 5500만 불의 흥행을 기록했다. 더불어 시리즈 최초로 1억 불을 돌파함으로써 도호의 전략은 성공했다.


"아직, 제 전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①인간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괴수물

고지라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 이야기는 종종 잊힐 수도 있고 무시당할 수 있다. 제목이 괴수이므로 인간은 어디까지나 해설자로 경기(작품)에 참가한다. 고지라는 자비나 고귀함이 없는 악마와 다름없이 날뛰기 때문에, 주인공 ‘시키시마 코이치(카미키 류노스케)’를 응원하게 만드는 고지라 시리즈에서 보기 힘든 심리 상태를 연출한다. 죄책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두려움을 다루는 강렬한 휴먼 드라마에 공감하게 한다.


원래 신파극이 일본에서 전래된 것이므로 야마자키는 신파의 맛을 제대로 우려낸다. 주인공은 카미카제가 무서워 도망쳐온 패잔병이다. 옆집 아줌마 오오타 스미코(안도 사쿠라)에게는 ‘염치없는 놈’이라고 비난받는다. 또 오오도 섬에서 기관총 사격을 명령했으나 무서워서 실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타치바나 소사쿠(아오키 무네타카)‘에게 "전부 죽었어! 네가 그때 안 쏴서!!!"라고 원망 받는다.


고향인 도쿄에 오니까 집은 공습 받아 폐허가 되었고, 부모님도 돌아가셨다. 주변 사람의 따가운 눈초리에 삶의 의욕을 잃었다. 그러다가 시장에서 오오이시 노리코(하마베 미나미)와 아기 아키코와 함께 살면서 조금씩 생의 의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노리코와 아키코, 동료들을 위해 다시금 특공(자살 공격)을 감행한다. 죽기 싫어서 카미카제에서 도망쳐온 주제에 피붙이도 아닌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게 된 경위를 영화는 전달한다. 주된 원인은 고지라다.


영화 속 고지라는 죄책감과 PTSD를 상징한다. 고지라는 애초부터 정치적·사회적 은유였다. 초대 고지라가 핵공포를 의미했듯이 말이다. 카미카제 대원이 스스로 목숨을 바치며 일본을 구하는 이야기는 《고질라 마이너스 원》는 패전의 잿더미 속에서 희망을 설파한다는 것이다. 국가나 관료, 군인 같은 엘리트에 의존하지 않고, 민중들이 뭉쳐서 고지라를 막아낸다. 이 작품의 고지라는 ‘재난이건 시련이건, 패전’이거든 간에 시련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영화는 서민들이 연대해서 국난을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우리의 가족, 이웃, 친구들을 위해서 함께 이겨내자고 주장한다.


인간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극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괴수영화 중 하나다. 인간의 기지, 이타심에 대한 예상치 못한 희망적인 묘사와 함께 진정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뭉치는 연대의식을 촉구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그들이 경험한 비극 이후 어떻게 스스로 추스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낙관적인 전망이 시대적 배경이랑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영화는 주인공의 심적 변화에 공감하게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연 캐릭터가 납작해지고, 일뽕을 조장한다.


②왜 일본 해군 출신이 주인공일까?

우리나라 관객에게 주인공이 카미카제 조종사라는 데서 서류심사 탈락이다. 그리고 일본인이 패전의 멍에서 벗어나는 긍정적 묘사 자체가 금기어다. 그러나 '노다 켄지(요시오카 히데타카)'의 대사는 가슴에 와닿았다.


"이 나라는 사람의 목숨을 너무 경시했어요. 보급의 무리한 긴축, 그리고 말기에는 탑승자의 목숨을 거들떠도 안 보는 병기까지...


일본 제국은 자국민에게 반자이 돌격, 카미카제로 무의미하게 희생시켰다. 자국 여성을 위안부로 차출한 치졸한 나라였다. 일본인들의 책임 의식의 부재와 사회·역사 교육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자국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인들끼리 하는 것이라는 무책임함과 무지함, 무관심이 일본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재앙을 안겼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 투하는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일본인 스스로가 정치에 무관심했던 대가이다. 오키나와 전투에서 자국민을 인질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걸까? 일본은 무단정치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온 국가다. 일본의 집단주의적 압박은 칼로 지배하는 정치 토양에서 잉태했다. 그 칼은 높으신 분들에게도 당연히 적용되었기에 회피하려고 몸부림쳤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기 때문이다. 윗분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다 보니 모든 국민이 책임 의식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해졌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꼬꾸라지는 것도 이런 책임감 없는 리더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득권만을 위한 나라는 반드시 멸망한다. 중산층과 서민이 무너지면 그 상위 계급도 내려앉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일본 우익과 일본 육군의 근거지, ‘조슈번(야마구치현)’을 제외했다. 이곳은 정한론의 요시다 쇼인, 이토 히로부미, 자민당 초대 당수이자 총리인 기시 노부스케, 그리고 그의 손자 아베 신조를 배출했다. 조선 총독도 단 한 명 빼고 이곳 출신(1대, 2대)이거나 육군 출신이다. 영화는 일본 육군과 일본 제국 내각 (육군 출신이 대다수였음)를 다루지 않는다.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이 일본 해군 출신인 까닭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이 영화는 〈국제시장〉처럼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는 서민들을 응원하는 작품이다. PTSD을 겪는 주인공이 유사 가족을 이루고 동료와 이웃을 위해 전투기를 다시 탑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견해는 전세계 배급을 위해 ‘반전주의’에는 제외했다. 고지라 퇴치 당시 구축함에 포탑 같은 무기가 제거되어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점 때문에, 불편할 수 있다.


★★★★ (4.0/5.0)


Good : 절망에서 희망을 말하다

Caution : '일제시대'가 주는 불편함


● CGI를 무분별하게 사용해서 사실상 애니메이션이 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리 실사감에 주력했다. 심지어 뻣뻣하고 꼿꼿한 슈트 액션의 전통을 이었다.


■일본은 집단주의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옥쇄로부터 살아남은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도구로 취급하는 전통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자국민에 대한 인명 경시 현상으로 되돌아온다. 일본인의 비극은 일본인이 자초한 결과다. 자꾸만 일본 정부 탓하고 일본인을 분리하려고 하는데, 정치적 무관심과 우민화 교육으로 역사와 사회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해서 그렇다. 일본은 이탈리아처럼 무솔리니를 제 손으로 처단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탈리아처럼 일반 백성들은 전범국이 아니라는 변명은 하지 마라!


■뉴 엠파이어 개봉 기념으로 감독 간담회가 열렸다. 고지라 영화 TOP3를 묻자, 애덤 윈가드는 〈고지라 vs 헤도라〉, 〈고질라 마이너스 원〉, 〈고지라 vs 데스토로이야〉를 꼽았고, 야마자키는 〈GMK〉, 〈신고질라〉, 〈고질라 vs 콩〉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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