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깁스 생활의 고통과 슬픔에 관해 한창 신세 한탄을 했지만, 여러 용품들 덕분에 그래도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역시 깁스 생활도 장비발이다! 처음에 막막했을 때 검색을 많이 하고 후기들을 찾아보면서 유용하게 쓴 깁스 용품 10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양한 장비들 덕분에 입원 생활을 불편함 없이 쾌적하게 할 수 있었다.
1. 깁스 긁개
통깁스 생활 동안 가장 많이 사용했던 물품이다. 이것이 없었다면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병에 걸렸을 것 같다. 평소에도 간지러움을 잘 못 참는 편인데 통깁스의 간지러움은 상상 초월이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통깁스를 깨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깁스 긁개는 작은 것과 큰 것 두 개를 샀는데, 작은 것은 발가락 사이에 넣어서 발등을 긁을 때 좋았고 큰 것은 허벅지 쪽으로 넣어서 다리를 긁을 때 좋았다. 단, 이때에도 상처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서 긁어야 한다. 통깁스 기간 내내 깁스 긁개를 옆에 두고 수시로 긁었다. 사람의 몸에서 각질이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때 깨닫게 되었다.
통깁스 기간에 처음으로 샤워를 했었는데, 모두 이 깁스 방수 커버 덕분이었다. 깁스 안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방수가 필수인데, 이 커버를 씌우면 끝이 고무로 되어 있어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 준다. 조임이 심한 대신 물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샤워하는 동안만 참으면 개운함을 얻을 수 있다.
입원 기간에는 샤워를 거의 못 하고 머리만 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머리 감기용 받침대가 유용했다. 대부분 통으로 된 받침대를 쓰는데 내가 있던 병원의 샤워실에는 세면대가 없어서 천으로 된 것을 샀다. 휠체어를 타고 샤워실에 들어가서 휠체어와 깁스 부분에 김장용 봉투를 씌워 물기를 차단한다. 그 뒤 휠체어에 저 받침대를 두고 머리를 뒤로 젖혀서 감으면 된다. 나의 숱 많고 긴 머리를 감겨 주느라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거의 머리를 빠는 수준이었으니) 가볍고 잘 말라서 입원 기간 내내 잘 사용했다. 침대 옆에 걸어 놓으면 사람들마다 저게 뭔지 물어보기도 했다. 물론 수술 직후에는 머리 감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때에는 드라이 샴푸를 사용했다.
흰색 머리 감기용 받침대는 잘 마르는 편이어서 쓴 뒤에 샤워실이나 침대 옆에 잘 걸어서 말려 두었다.
4. 거상용 발 베개
처음에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제공했던 발 베개가 좋아서 그 후 개인용으로 하나 샀다. 들고 다니기에는 좀 무거울 수 있지만 안정적이어서 집에서도 잘 사용하고 있다. 깁스를 하면 부기를 빼기 위해 다리를 올리고 있어야 하기에(거상) 이와 같은 발 베개가 무척 유용하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이 일회용 수건이었다. 세수를 하고 몸을 닦을 때뿐만 아니라 손수건, 걸레, 깔개, 턱받이 등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나는 몽골에서 찬물로라도 매일 샤워를 해야 했을 정도로 위생에 신경 썼던 사람이기에 매일 못 씻는 게 큰 고통이었다. 그래서 여러 용품을 사용해 몸을 매일 닦기라도 하려고 노력했다. 간혹 빈 플라스틱 통에 물을 담아서 손에 물을 조금씩 담아 몸을 씻은 뒤 일회용 수건으로 닦기도 했다. 이때에는 초반에 기저귀와 함께 구입했던 일회용 깔개 매트를 바닥에 깐 뒤에 했다.
초반에는 물티슈로 닦거나 일회용 티슈에 물을 묻혀 닦았었는데, 샤워 티슈는 그보다도 훨씬 좋다. 샤워 티슈 하나로 몸을 닦으면 일시적으로나마 샤워를 한 것 같은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물티슈와 티슈는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 생각보다 일회용품을 많이 쓰게 된다. (환경 파괴자 같아 죄책감이 들지만 일시적이니.......) 종이컵과 일회용 접시, 나무젓가락과 일회용 숟가락, 비닐장갑과 일회용 비닐, 이쑤시개 같은 것들도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간혹 병원에서 공용 손세정제가 아닌 공용 비누가 있을 때, 개인적으로 일회용 손세정제를 사서 사용했다. 병원복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쓰니 편했다.
9. 깁스 바지
입원 생활이 워낙 편했기 때문에 퇴원한 뒤에도 병원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맞춰 주면 좋다. 특히 집에서 통깁스나 반깁스, 보조기를 할 경우에 바지를 입는 것이 매우 불편한데 병원복처럼 깁스 바지를 사서 입으면 좋다. 양옆이 단추로 되어 있어서 입고 벗을 때 매우 편하다.
퇴원 후에 가장 걱정되는 것이 샤워였다. 화장실이 가장 위험한 공간이니 말이다. 고민하다가 목욕 의자를 샀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최대한 좋은 걸로 사고자 했다. (지금 다시 보니 며칠 전에 내가 샀을 때보다 가격이 올랐다. 운이 좋았네!) 다리에 미끄럼 방지가 되어 있고 튼튼하며 샤워기 걸이가 있고 의자가 U자형이어서 씻기 편한 것으로 구매했다.
위의 장비들을 꼭 모두 갖출 필요는 없지만, 각자의 선택에 따라 쾌적한 깁스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골절인의 슬픔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상생활들을 혼자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게 생각보다 사람을 많이 우울하게 한다. 혼자서 화장실을 가고 씻는 것에서부터 제약이 생기니 자괴감도 든다. 하지만 그와 같은 순간들도 언젠가 다 지나가니,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장비의 도움도 받고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 골절당한 것만으로도 이미 슬픔은 차고 넘치며 주변에서도 그 고통을 많이 헤아려 주니, 쉽지 않겠지만 깁스 기간 동안만에라도 뻔뻔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