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0일 동안 쓰지 않았다

보류의 말 “올해까지만”

by 알미

“작가님 무려 60일 동안 글을 쓰지 않으셨군요.”

브런치가 알람으로 내 이마에 딱밤을 톡! 주었다.

서랍에 끄적였던 흔적은 있지만 맞다. 글을 안 써도 너~무 안 썼다. 하루는 힘들어서 하루는 쓰다가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또 어느 날은 쓸 틈이 없이 크고 작은 일들이 주렁주렁 열려서였다.


잠깐의 사건사고의 열매를 정리하자면.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났었다. 처음 경험해 본 일인데 서행 중에 앞차와 부딪혔는데도 굉음에 무척 놀랐다. 다행히 모두 무사하고 자동차만 크게 다쳤다. 긴장이 풀리기도 전에 아이가 아파서 2주 동안 가정보육을 했다. 그 후엔 내가 입술이 붓다가 치료한 이빨이 빠지다가 자잘하지만 성가신 일들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간간히 남편의 직장에서 확진자가 생겨 수동 감시 인물이 되어 퐁당퐁당 맘 졸임이

있었다. 그와중에 전세연장 계약을 위한 끊임없는 뺑뺑이질 (은행-부동산-동사무소-은행) …

그나저나, “왜 쓰지 않았지?”


마음이 힘들 때 글 쓰는 일이 도움이 됐었다.

그 후에 힘들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잠깐씩 평온함이 밀려올 때 쓰는 것보다 읽는 게 좋았고, 읽는 것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아니 생각하기 싫었던 것 같다. 이대로도 괜찮다고.


이전에는 아이를 보살피며 다른 일이 없다는 것에 불안하고 조바심이 났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작은 안도감이 피어났다. 이를테면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확진자 관련 알람이 올 때, 정말 오분만에 튀어나가 아이를 데려올 수 있다. (가야 하는데 상황에 묶여 갈 수 없을 때 불안함이란)

내일 긴장해야 할 일이 없는 풀어진 일상이 주는 평온함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보니 무기력과 조금 헷갈린다.


내려놓고 지금에 충실한 삶인지. 무기력과 게으름 이 호기심 세포를 죽이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행인 건 올해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올해까지만. 지금은 사건사고가 아슬하게 비껴감에 감사해야 해.”라는 보류의 사고가 통하는 시기.


연말을 보내는 이 시간 나를 너무 재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하루를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반짝이는 오너먼트처럼 봐주다 보면 올해는 그것으로 된 것이다. 이 시간을 믿으며 가야겠다.


요즘 나에게 밑줄을 부르는 책

-안희연, <단어의 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