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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Jun 04. 2024

재고 세어보고...
아이가 발견하는 멋진 것들

<문어 뼈는 0개>를 읽고

  6월, 여름의 아침이 부지런해졌다. 

6살이 되어가는 루아는 이제  한 시간 앞당겨 일어나 셔틀버스를 타기 전 놀이터에 간다. 

놀이터에 가자고 하면 동작이 조금 빠릿빠릿해져 준비가 수월해진다. 매일 가는 장소, 매일 하는 놀이에도

질리지 않는 포인트를 찾는 아이들의 능력은 참으로 부럽다. 


빈 놀이터에 적당한 볕이 든다. 초록 나뭇잎이 반짝거려 기분이 좋아진다.  

루아와 나는 머리를 뒤로 한껏 젖히고 그네를 탄다. 구름 없는 새 파랑 하늘처럼 바람이 시원하다.  


 놀이기구 중 그네를 좋아하는 나. 다른 놀이기구에 비해 운동 난도가 낮으면서도

하늘이나 나무에 닿을랑 말랑한다. 무섭지 않고 딴생각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루아는 요즘

그네 줄을 꼬아 과한 꽈배기를 만들고 힘껏 밀어달라 주문한다. 꼬인 줄이 빙글빙글 돌며 아슬아슬하게 정지하는 그네에 몸을 기대면 스릴이 느껴지나 보다. 재주문이 이어진다.


여고생 시절에도 그네를 종종 탔다. 삐그덕-- 삐그덕--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어둑하고 조용한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고민을 나눴다. 

- 이과가 유리할까? 문과가 맞을까?

- 대학 전공은 어떻게 정하는 걸까? 

- 나는 뭐가 될 수 있을까....


성적도, 하고 싶은 것도 애매했던 나는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것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도고 답답했다. 


"공연을 좋아하니까 공연을 만들면 어때?"

"TV 나 라디오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지방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여고생에게 "왜 안돼?"라고 말해준 친구.

"나도 할 수 있을까?"

묘한 두근거림 덕분에 해보고 싶은 일에 다가갈 수 있었다.  

'와이 낫?!'의 미덕을 가르쳐준 그 친구는 에디터에서 편집장으로 작가로 흥미로운 콘텐츠들을 만들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는 어느새 놀이터 바닥의 개미들을 보고 있다. 여러 마리 개미가 힘을 합쳐 죽은 벌을 옮기고 있다. 

"벌이 죽은 척하다가 워! 하고 일어나서 개미들을 다 먹어치우면 어떡하지?"

몸을 웅크리고 멀찍이서 상황을 주시한다. 


벌이 살아서 침을 쏘면 어떻게 될지, 죽은 지렁이들은 왜 바닥에 혼자 있는지

아이에게 보이는 것은 모두 궁금증이 되고, 상상의 재료가 되는 것 같다. 

우리도 분명 같은 과정을 거쳐온, 한때는 아이였을 텐데 이제 더 이상 개미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지 않다.

죽은 지렁이를 보고 멈춰 서지 않는다. 줄어든 호기심처럼 숨 쉬는 횟수도 줄어든다. 

어른의 숨쉬기는 하루 2만 번쯤. 아이들은 두 배인 4만 번쯤 숨을 쉰다고 한다. 


앤 리처드슨 글/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문어 뼈는 0개> 중에서


숨소리를 크기로 잴 수 있을까? 

숨소리의 크기는 10 데시벨. 숨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소리 중 하나이다. 

소리가 10 데시벨씩 커질수록 우리가 실제로 듣는 음량은 두 배씩 더 시끄러워진다고 한다. 

빗소리는 50 데시벨. 헬리콥터 소리는 100 데시벨 정도.


 <문어 뼈는 0개>를 쓴 앤 리처드슨은 우리 주변의 세상을 알아가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는 

수를 세고 재는 것이라 말한다. 얼마나 긴지, 얼마나 시끄러운지 따위를 설명하고 비교하는 능력을 갖추면 

세상을 이해하고 싶을 때, 소통할 때, 문제의 해답을 찾고 싶을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것들을 궁금해하는 것.

마음껏 상상해 보는 것.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고 세상에 대한 모든 호기심을 열고 흡수하는 시기.

육아는 그런 아이의 시기를 함께 지내고 있다. 이건 사소한 일상이 아닐 거다. 


"엄마, 여름에 눈이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놀이터를 뒤로 하는 길에 아쉬운 듯 말하는 아이에게 책에서 본 지식을 뽐내본다. 

눈덩이를 만들려면 6 각형의 눈 결정을 6백만 개쯤 뭉쳐야 눈뭉치 만들어진대. 


"그게 무슨 소리야~"


핀장을 주듯 아이는 뒤통수를 보이며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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