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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세살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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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Oct 24. 2023

Have no words!

말로 표현 못할 아이의 예쁜 말

 아이의 말은 순간적으로 빛나는 비눗방울 같아서 순간 적어놓지 않으면 톡! 하고 터져버린다.

들은 즉시 메모장에 남기는 버릇이 생겼다. 이렇게 두서없이 적어놓은 말이 큰 힘이 된다. 보통 아이가 잠들기 30분 전 침대에서 들을 수 있는데 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아이 딴에는 잠을 조금이라도 미루려는 속내가 있지만 침대에서의 대화는 재미있어서 자꾸만 묻고 싶어 진다. 갑자기 생각난 재미있었던 일이나 오늘의 기분을 표현하는 색깔, 유치원에서 배운 귀여운 손유희와 동요를 알려준다.


 4년 육아를 통틀어 제일 힘들었던 것 하나를 꼽자면 나는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잠! 잠이 제일 힘들었다.

영아일 때는 조는 수준으로 쪽잠을 잤고, 18개월 무렵에는 새벽에 2시간에 한번씩 깨서 이유 없는 오열과 짜증을 받아야 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천국이지만 유치원 셔틀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게 관건이다. 잠이 들기 싫은 아이를 얼르고 달래서 침대로 유인한다. 요즘 쓰고 있는 수법은 불을 다 끄고 '이불 텐트'를 만드는 것. 캠핑에 온 것처럼 상상하고 누워 달을 보거나, 재밌었던 일, 무서운 마음을 이야기하고도 잠이 오지 않으면 휴대폰에서 빨간 버튼을 눌러 노래를 부른다. 음성녹음이 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 같이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이유 없이 간지럽히듯 큭큭큭 웃는다.

오늘도 포근한 이불속에 먼저 누워 아~ 밤이 되었네 빨리 텐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너스레를 떨면

어느새 동생들(토끼 인형들)을 이끌고 칙칙폭폭 침대로 올라온다.


 "엄마, 슬프지 않은데 울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건 어떤 마음일까? 좋은 마음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을까? 묻자,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으며

"이렇게! 엄마를 안으면 행복해져"

나는 너무나 좋아서 더 꽉 안으며 말한다.

"문어처럼 더 꽉 안아줘."


몹시도 마음이 고단했던 그날의 기억은 사라지고 행복만 남는다.

"아, 오늘은 행복만 남았다."

이 포근한 말 역시 루아의 말이다.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위해 아침부터 잠드는 이 순간을 고대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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