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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남식 Jun 05. 2024

충주시 홍보 잘 되라고 해본 것들

충주시 홍보 연대기

 새해를 문체부 강의로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업무는 마냥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충주시 SNS를 통폐합하면서 그동안 방치되어 깨진 유리창 같이 흐지부지 된 채널들을 모두 정리하고 페이스북과 네이버블로그에 온전히 힘을 집중했다. 규모에 비해 역할이 모호했던 서포터즈는 해산했고 블로그 기자단은 충주시SNS 타깃팅에 맞게 적합한 블로그기자단을 꾸렸다. 공무원 참여도 늘리고 싶어 내가 처음 SNS에 발을 들였던 공무원기자단도 정비했다. 다른 기관사레를 참고하여 공무원 기자단도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성과에 내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최대한 노력했다.      


 글로 적으니 ‘바꿨다’, ‘정비했다’라는 몇 단어지만 그 모든 과정은 객관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들로 채워졌다. 사실 SNS 홍보가 느낌적인 느낌, 임기응변과 직감적인 센스로 하는 부분이 없지않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것을 조직이, 심지어 공공기관이 충주시라는 간판을 달고 하려면 이런 추상적인 것들을 객관적인 데이터와 행정용어로 바꿔 윗선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솔직히 말하면 설득은 아니었다. 당시 과장님이며 팀장님께서는 나를 과분하게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다. 다만 그런 응원을 받는다면 나 혼자가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북치고 장구치며 도깨비마냥 설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내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논리로 움직일지 예측가능하게 만들어 주는게 도리라고 생각했다.(전역한지 얼마 안된 때라 업무를 미션과 작전수행 정도로 생각했던, 군복무 후유증이 상당한 시점이었다.) 지금 충주시 SNS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해서 보고 드리고 그 맥락을 전부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왜냐면 그것이 조직이니까(끄덕)

 

그것이 조직이니까(끄덕)


 

 혁명이었다.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블로그 기자단이 제출한 원고를 엄격하게 검수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어느 기자 분은 '조남식 주무관 인터넷 공부 더 시켜라'라며 시장님께 직접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 좋은 게 좋은 것이지만 모든 예산이 시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만큼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나름 자존심과 책임감이 있었다. 가령 복사해서 붙여넣기한 원고에 원고료를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충주시 홍보단원입네 직함만 두고 활동하지 않는 분들도 굳이 우리가 명단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블로그기자단은 충주시 홍보를 위해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나에게 줘야하고 나는 그것을 활용해 최대 홍보효율을 뽑아야 한다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오기 전부터 충주시 블로그 기자로 오래 적을 두고 계셨던 몇몇 분들은 결국 내가 담당자일 때 기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렇듯 있던 채널이 사라지고 오래된 얼굴은 새로운 면면으로 대체됐다.




 한 번은 옆에 담당자분이 충주시 지역 이미지 광고를 만들었는데 그 업체가 충주시B급 홍보에 착안하여 충주를 술주(酒)짜로 B급 감성 광고를 만들어왔다. 광고는 가야금 노래가락에 택견 추임세를 넣어 이크, 에크 하며 마지막에 충주 한잔 하실라우? 하며 충주를 권한다는, 충주에 취한다는 구성이었다.(가야금이니 택견이니 모두 충주가 갖고 있는 소재여서 나름 신경쓴 뜻 했다.) 쓸데없이 진지한 구성이 웃음포인트인 광고라 내 깐에는 전체적으로 조금 심심할지언정 시도는 좋았다 생각했다. 자꾸 시도해야 기존 껍질이 깨지고 뭔가 결과가 나올테니까. 그런데 일부 대중들은 그걸 보며 공공기관이 장난스럽고 경박다하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세금으로 장난치냐는 말을 이때 처음 들었다. 페이스북에서 한발짝만 나가도 공공기관 B급 감성 저항이 굉장히 심한 시기였다.


 영상도 만들었다. 고구마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SSG닷컴을 패러디한 GGM닷컴 광고를 만들었다.(고구마의 초성을 땄다) 고구마축제를 하는 산척면 직원 둘이 출연했는데 어색해하지도않고 매우 잘해줘서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2016년 충주시에 입사한 신규 직원들 소개 영상도 만들었다. 정확히는 내가 기획해서 홍보실 주관 신규직원 합격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거기서 입상한 분들 사연을 영상으로 만들어 5분 상당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이다. 나는 밖에서 공무원을 괜히 욕하는게 싫었다. 욕 먹을 짓 해서 욕먹는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유없이 공무원이라고 욕하는 그런 것 말이다. 당시 나와 부모님 모두 충주시청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보니 충주시와 공무원 조직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주변에 동료들을 봐도 다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분들인데 인터넷에서는 공무원을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고 없느니만 못한 사회악인것처럼 매도하는게 싫었다. 그 오해를 풀고 싶어서 공무원이란 덩어리가 아니라 그 안에 사람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연말 종무식 영상을 만들어 전 직원과 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신규직원도 알리게 됐고 그들이 목표하여 이뤄낸 것이 공직이라는 점에서 기존 직원들 사기를 올리려는 취지도 달성됐다. 시장님 SNS에도 올리라고 하셨다. 음악 저작권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눈치껏 올렸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됐다. 소개된 사연 중에는 공무원으로 들어오기 전에 하수구를 뚫는 일을 하다 간절히 공무원이 되고 싶어 드디어 공무원이 된 직원이 있는데 그 분의 이야기를 접한 한 누리꾼이 ‘공무원은 성공한거고 하수구를 뚫는 일은 천하다는 거냐?’라며 부정적으로 보신 것이다. 다행히 더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고 두둔해주셔서 별탈 없이 지나가긴 했으나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와 비슷한 일로 어떤 갈등이 생기거나 집단 민원이 터지거나 할때면 충주시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군중이 몰려와 댓글로 항의하러 온다거나 게시물과 관련없는 정치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충주시SNS가 가장 눈에 잘 띄니 당장 궁금하고 답답한대로 일단 찾아온 것이다. 그럴 땐 최대한 빨리 상식선에서 일반론으로 임의 답변을 드린 후 '일단 가(충주시가) 인지했습니다. 말씀하시는 내용 제대로 들었습니다.'라고 대답을 하고 자세한 내용은 곧 정리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식으로 소통에 속도감을 주었다. 대화를 할 때 대답이 맘에 들고 안들고는 이어지는 이야기로 차차 풀면 될 문제지만 일단 저쪽에서 내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은 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충주시SNS는 24시간 열려있었다. 가장 빠르게 대응했을 땐 인터넷에 충주시 관련된 내용이 기사화 된 것을 보자마자 즉시 그 기사화된 내용을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려 수요자들이 딜레이 없이 정보를 접하게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어? 충주시에서 뭐 한 대? 그럼 이거 어디로 가면 자세히 볼 수 있지?"하고 두리번 거릴 때 그 앞에 충주시 페이스북이랑 블로그를 떡 하고 대령했던 것이다. 그럴 땐 고객들이 크게 만족했고 덩달아 조회수도 폭발했다. 인기검색어가 그대로 충주시SNS로 유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언제 터질지 모를 이슈를 캐치하거나 내가 올린 게시물 반응을 모니터하려고 계속 새로고침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콘텐츠 밑에 콘텐츠 내용과는 무관한 웬 민원이나 질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 했다. 그럴 때면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한번은 페이스북에 새벽 3시경에 시정에 대한 문의가 달렸는데 내가 우연히 바로 확인하고 즉답을 달았다. 댓글로 질문했던 분은 어떻게 답변을 3시에 실시간으로 하냐며 크게 놀라면서 고마워하셨다. 충주시청이 기계적인 답변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에 크게 감동하신 것 같았다. 예를 들면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으면 이게 접수가 된지만지도 잘 모르겠고, 오래 기다려 받은 민원답변도 두루뭉술해서 누구나 알 법한 내용만 담겨있는 게 보통 아니던가? 그런데 충주시라는 친구한테 야 나 이런 고민 있는데 어떻게 할까?” 물었더니 공공기관이 글쎄..나도 잘 모르지만 아마 이런 내용일걸? 자세한 건 한번 알아볼게 기다려봐.” 라고 친근하고 꾸밈없이 답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지자체가 있었을까? 흔치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보니 폰을 손에 쥐고 있을 때가 점점 아졌다. 이게 일이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SNS중독이기도 했다.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지만 워커홀릭, 개인 SNS는 전혀 없지만 SNS중독자, 보는 댓글 마다 우리 커뮤니티 회원 아니냐고 하지만 막상 컴퓨터는 고전게임이랑 웹툰보는 용도로만 쓰는 사람, 그게 나였다.


 그리고 이런 결실이 하나씩 나타났다. 일단 충주시 네이버 블로그가 쭉쭉 성장했다. 연초부터 포털 메인에 충주시 블로그관광지 소개글이 걸리더니 이후로도 다른 글들도 몆번씩이나 걸리는가 하면 8월에는 네이버가 선정하는  '이 달의 블로그'에 충주시가 선정됐다. 충주시 블로그 기자단이 올린 포스팅 원고 품질을 전국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충주시 블로그를 하루 평균 3천명 이상 방문하고 누적방문자도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예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등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들도 궁금했나보다. 충주시 홍보담당자는 공익인가 공무원인가. 이때 만난 것이 연이 되어 협업을 하기도 하고 충주시 공무원기자단과 함께 페이스북 코리아를 견학하기도 했다. 나 혼자 까부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놀고 싶었다. '공무원 블로그 기자단'2017년 충주시청 내 학습동아리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문체부 강의 후로 전국 공공기관에서 강의 섭외가 들어 왔다. 인터뷰 요청도 적지 않아 3년이 채 지나기 전에 국내에 있는 주요 방송이며 신문에 한 번 이상은 모두 충주시B급 홍보가 소개 됐다. 한번 화제가 되면 어떻게든 다음에 또 소개가 되어 충주시라는 검색어가 포털을 멤돌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계속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이슈를 만들었다. 보도자료도 적극 배포하며 활용했다. 뭐 하나가 화제가 되면 그것을 홍보했고 홍보가 잘되면 홍보가 잘됐다고 또 홍보를 했다. 무한 홍보였다.      


 문제는 페이스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되긴 했다. 페이스북에서 소란을 피워 대중의 관심을 끌면 네이버 블로그에서 정책이니 행사에 대해 고객이 듣고 싶은 내용을 최대한 깔끔하게 속시원하게 설명하는 식으로 홍보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 둘의 시너지효과를 최대한 활용했다. 그 덕분에 위에 상당한 효과를 봤다. 페이스북도 구독자가 2배 이상, 좋아요라든지 공유하기 같은 활성화지수도는 50배 이상 왕성해졌다.     


 응? 그럼 뭐가 문제였느냐. 옥수수, 고구마가 문제였다. 충주하면 사과 아닌가? 그런데 작년에 다소 뜬금없이 옥수수가 빵 떴다. 고구마도 떴다. 심지어 밤도 떴다. 여기까진 좋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돌고 돌아온다. 즉 올해도 봄, 여름을 지나며 옥수수철, 고구마철, 밤철이 차례로 돌아오는 것이다. 작년에 그렇게 요란을 떨었는데 올해 안할 수도 없었다. 안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있는 것이 부담이었다. 하긴 해야하는데 뭘 어쩌지. 작년에 다 우려먹어서 소재고갈이랄까.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과장님이었다. 나를 홍보실로 이끌어주신 김익준 과장님께서 처음 충주시 옥수수라는 신문물을 소개하셨다면 새로 오신 백인욱 과장님은 포스터에 직접 등판하신 것이다.


 배우 김남길씨가 주연한 SBS 드라마 <나쁜남자>가 있다. 거기서 김남길이 파티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여주인공과 눈이 마주쳤을 때 ‘오늘 이곳에서 당신이 가장 아름답네요’라며 무심한 듯 수화를 보내는 쏘 스윗한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익살의 민족 우리 K-누리꾼들 그 장면을 캡쳐해서 완전 엉뚱한 자막을 절묘하게 입힌 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새롭게 입힌 자막 내용은 ‘너의 / 옥수수를 털어 / 고인돌을 세우겠다.’ 그렇게 우리 과장님은 담당자의 옥수수를 털어 김남길이 되었다. 심지어 이 포스터는 네이버 메인에도 소개되다.


옥수수를 털어 세울 수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


  소재고갈은 고구마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영상을 만들었다 했지만 당시 메인 콘텐츠는 포스터였다. 뭘할까..고민 하면서 한글자 한글자를 되뇌다 인터넷에서 광기의 비둘기가 생각났다. 우산 손잡이가 비둘기 모양인데 어떤 사람이 그 비둘기와 대화하며 혼자 노는 맥락없는 영상인데 이게 묘한 흡인력이 있어서 나름 인지도를 쌓고 있었다. 왜 보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보게 되고 기억에 남는 영상이랄까. 고,구,마 한글자씩 되뇌다 보니 삼행시도 나왔다. 고구마, 구우면, 마시쪙. 결국 고구마는 구구구 비둘기를 쓰게 됐다.


근데 둘다 잘됐다?! 어쩌면 맥락도 없고(전에도 없긴 했다.) 매니악해서(이전에도 매니악하긴 했다.) 남들이 몰라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됐다. 작년에는 옥수수든 고구마든 어라? 어라?하던 사람들이 올해는 기다렸다 오픈런하듯 유입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벤트를 실시했고 작년보다 더 많은 호응을 얻었다.


 충주 밤도 시원찮았다면 홍보를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충주시에서도 밤 줍기 축제를 하고 있었고 알아보니 충주시가 밤에 일가견이 있는 도시였다. 전국에서는 공주 밤이 유명하지만 충주밤이 그에 못지 않게 생산량도 많고 품질도 훌륭했다. 오히려 ‘아니 이 정도인데 왜 지금까지 홍보를 안했지?’ 싶었다. 이번에는 산림과장님께서 등판하셨다. 완판이었다. 누리꾼들은 내가 '충주시 밤'이라 적은 것을 굳이나 '충주 시밤'이라고 댓글창에 서로 따라 적으며 놀리기도 했다. 내가 원했던 대로 충주시 댓글창이 여느 커뮤니티 댓글창처럼 놀이터가 되고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고 있었다. 어쨋건 옥수수, 고구마, 그리고 밤까지. 사과가 아닌 충주시 농산물이 이전에 없던 킬러 콘텐츠로 자리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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