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열정에 대하여
지금껏 연애에서 이별의 방향으로 마음이 향하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끌림의 부족과 열정의 부족. 관계의 시작에도 두 가지가 필요하다. 끌림과 열정.
끌림만으로 혼자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끌림만으로 연애를 시작하거나 시작하자고 할 수는 없다. 거절당할까 봐 고백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고백에 이르게 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열정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누군가에게 끌릴 순 있지만 혼자서 열정을 지속할 수는 없다. 눈빛과 행동에서 열정이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더 이상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
초반에 데이트를 할 때 갈 곳을 찾아보지 않는 것이나 식당을 잘 찾지 못한다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단히 좋은 곳, 맛집을 찾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소 검색 후 사진 몇 장만 보면 5분 안에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을 못한다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 의지와 열정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데이트나 연애에 자신의 열정을 할애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상대방과 보내는 시간의 퀄리티에 열정을 조금도 할애하지 않는 사람과 그다지 특별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다.
열정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다.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렇다. 열정이 있다는 것은 호기심이 가는 것이 있고, 재미있는 것이 있고, 인생에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목표와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열정을 잃은 나는 재미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이다. 살아있지만 살아있다고 느낄 수 없는 상태이다.
열정을 쏟고 있는 내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열정이 사라진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타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열정이 없는 사람은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생생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어떤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눈빛이 반짝여야 한다.
나에 대해서,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눈빛이 이글이글하고 반짝인다면, 게다가 내가 그 사람에게 끌림을 느낀다면 관계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지도 모른다. 책임감 있고 성실하고 배려심 있는 좋은 사람이 나에게 열정을 보이는데 끌림까지 있다면, 그것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드물고 아주 귀한 일이다.
하지만 사랑과 열정을 유지하려면 이것들로만은 부족하다. 내가 아닌 다른 것에도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 보여야 한다. 그래야 매력적이다. 열정을 쏟는 대상이 자신의 꿈이었으면 좋겠다. 또는 추구하는 어떤 가치였으면 좋겠다.
돈이 살아가는데 중요하지만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일 이외에도 진짜 하고 싶은 일, 추구하는 돈 이외의 어떤 가치에 열정의 일부를 쏟았으면 좋겠다. 목표하는 바가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아무튼 추구하는 지점이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내가 그 가치관을 지지할 수 있어야 그 사람에게 열정을 유지할 수 있다.
나는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열정을 쏟지 못한다. 이 사람이 가는 길 역시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여야 내가 평소에는 하지 않을 온갖 것들을 할 의욕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