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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함을 지닌 성숙한 사람

성숙함의 세 가지 요건에 대한 고집

by 해센스

연애 대상을 고를 때 성숙함에 대해 중요하게 고려하기로 했다. 그래서 성숙함의 구성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정의한 연애에 필요한 성숙함이란 역지사지가 되는가,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는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성인으로서 갖춰야 할 담대함이 있는가이다.


첫째, 역지사지 능력은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역지사지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헤아려보는 것이다. 기본적인 존중과 배려와 관련된 문제이다. 연인이기 전에 한 명의 타인에게 존중을 가지고 대하느냐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엄성이 소중하듯이 타인의 존엄성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타인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언행을 살펴서 하는 것이다.


성숙한 성인이라면 타인의 신체적, 정신적인 자기결정권을 허락 없이 침범하려 하지 않는다. 경험적으로 역지사지, 존중, 배려의 문제만큼은 가정교육과 학습 수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인문학, 철학, 심리학 관련 독서량 등 돈벌이 외의 분야의 학습량과도 연관이 깊었다. 역지사지가 되지 않고, 나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손상시키는 사람은 절대 만나지 않겠다. 연인이 아니라 지인으로 알고 지내더라도 가까운 사람 범주에 넣지 않고, 어떤 장소에 함께 자리하게 될 때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겠다. 역지사지가 안 되는 사람 주변에 있으면 꼭 탈이 난다. 별표 오백 개다.


둘째, 자신의 위치와 그 위치에 합당한 역할을 인지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부모는 부모의 위치, 자식은 자식의 위치가 있다. 연인 관계에서 연인으로서의 위치가 있고, 조직에서도 자신에게 부여된 위치가 있다. 이 각각의 위치에 맞는 역할과 책임감이 부여된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이 위치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관계를 멀리 볼 수록 이 사항은 더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터 정립한 연애 상대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데이트를 미리 준비하는 가였다. 첫 데이트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식사 장소를 미리 찾지 않았다면 바로 탈락이었다. 스스로의 현재 위치, 즉, 연애를 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의 위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책임 사항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 데이트 폭력, 스토킹, 사기 범죄 등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초반에 수집할 수 있는 정보들을 가지고 어떤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이 연애에서만큼은 정말 중요하다.


자신의 위치 파악을 제대로 못함으로 인해서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부모는 부모로서의 위치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데, 자식에게 부모의 역할을 바라는 가정을 종종 보게 된다.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한 명의 사람이 스스로 깨치지 못하면 내가 자식인데, 부모 역할을 했으니 또다시 자식에게도 부모의 역할을 대신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역지사지가 안 되는 것이 교육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면 위치 파악의 부재는 보통 성장 환경에서 영향을 받은 심리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회사에서도 갑질을 일삼거나 조직 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위치 파악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역시 개인이 가진 심리적인 문제와 정신적인 미성숙에서 기인한다. 자신의 직급에 걸맞은 책임감,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을 다 하지 않고 타인에게 업무를 전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인이 만약 이런 사람이라면, 아마 연인 관계, 나아가 꾸리게 될 가정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위치 파악이 잘 되는 사람, 자신의 위치에 맡게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책임감 있게 행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인으로서의 담대함이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어린아이들이 겁이 많은 이유는 경험이 부족하고 따라서 자기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보지 않은 것들, 그래서 결과를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겁을 낸다. 엄마 없이 혼자 자는 것도 처음에는 무섭다가 엄마와 떨어져 지내보는 경험이 생기면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된다.


성인이지만 어린아이들처럼 겁이 많은 사람들은 많이 접했다. 나 역시 알 수 없는 것들에 겁을 내고 좋은 사람들을 놓치기도 했다. 상대방이 가진 조건들에 겁을 내는 것, 내 마음을 따라갈 용기가 없는 것이 담대함이 없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그저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나 사회에서 좋다고 하는 것에 내 결정이 좌우되는 것이 담대함이 없는 것이다.


나의 직감과 내가 선택한 사람을 믿고 상처받을 수도 있고, 서로 안 맞는 점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마음이 가는 상대와 우선 제대로 끝까지 사랑해보고자 하는 것이 담대함이 있는 것이다. 담대함은 연애를 시작하는데도, 지속하는데도 계속 중요하다. 연애를 하다 보면 담대함이 시험당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런 순간을 잘 극복해야 오래 함께한 시간이 주는 선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담대한 사람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나를 무조건 잘 알아야 나와 잘 맞는 사람도 알 수 있다. 자신감 있는 사람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한 이유가 그의 선택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잘 알고, 연애에 있어서도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그가 나를 선택했을 때, 의도와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나를 잘 알고, 내 선택에 자신감이 있다. 아직 스스로를 잘 모르겠다면 나를 믿으면 된다. 그래도 못 믿겠으면 내 글을 정독해 보고 혹시 음, 이 부분은 나와 다른데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직접 물어보면 된다.


외모가 최우선이었는데, 이제는 성숙함을 최우선으로 보려고 한다. 보이(boy)가 아니라 맨(man)을 만날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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