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로에게 올인(All-in)할 수 있는 관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by 해센스

올인(All-in)하는 상대의 진심을 의심해 본 적 없다. 나와 함께하는 시간, 나에게 연락하는 시간이 연인의 거의 모든 자유 시간일 때가 있다. 바쁘지만, 피곤하지만, 쉬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난다는 것이 어떤 의지와 노력일지 상상해 본다.


연애는 세상에 존재하는 평범한 한 개인이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의 취미이자 계획이자 미래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연인이 또한 나의 취미이자 계획이자 미래가 되는 일이다. 서로와의 계획이 가장 중요한 계획이 되고, 서로와의 미래가 가장 생생한 미래가 되는 신기한 경험이다.


올인하는 연애를 주로 해왔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에게 올인하는 연애 속에서만 행복했고 비교적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4~5년 전쯤 연애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올인하는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내가 하는 일들이나 친구와의 약속을 모두 제쳐두고 연애를 한다는 뜻의 올인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심리적, 시간적 올인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을 만날 수 있다면 그 시간만큼은 연인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할애한다. 마음의 전체를 모두 주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분명히 알 수 있게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투자에서도 마음의 문제에서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risk high-return, 고위험 고수익)이다. 연애에서 올인한다는 것은 마음의 고위험 투자이다. 고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처참하게 마음이 다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올인을 하고 똑같이 올인하는 상대를 만나 서로의 모든 것이 되는 시간과 깊이를 쌓는다.


서로의 트라우마를 조금씩 꺼내어 나눈다. 이미 꺼내놓았기에 다른 누구도 나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지만, 나의 연인만큼은 나에게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마음이 다치는 것을 무릅쓰고 연인에게 털어놓은 비밀은 더 이상 혼자만의 비밀이 아니게 되고, 이따금씩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조금은 가벼운 주제가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면서 그까짓 것은 우리 관계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단단한 확신을 쌓는다.


서로의 타임라인을 입 밖으로 꺼내어 나눈다. 내 머릿속에만 있는 우리 둘의 미래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연인과 나누는 리스크를 진다. 비슷하게 상상력이 좋고 비슷하게 미쳤다면 조금 미친 계획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느끼는 안정감과 확신에 아주 단단한 기반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각자 쌓아왔던 인생과 생각들이 그것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태도, 남들과 조금은 달라서 튀어 보이는 한이 있어도 나만의 원칙을 타협하지 않고 살아온 날들, 과거의 연인과 나누었을 수많은 대화, 미래의 계획에 대한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느꼈던 답답함과 꽉 막힌 기분, 이런 각자 쌓은 모든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새로운 연인을 만난다.


새로운 연인과는 이 모든 답답함의 성벽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험을 할 때 묘한 감정에 빠진다. ‘그렇게 애쓰고 발버둥 쳐도 나아갈 수 없었던 관계는 과거에 속하는 것이구나, 나의 새 연인이 어쩌면 나의 미래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하는 그런 생각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 안으로 들어갈 때 생각은 확신으로 바뀐다.


올인의 패를 보여준 것이 확신이라는 리턴으로 돌아온다.

keyword
이전 11화안정감에 필요한 5가지 엘리멘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