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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꾸미는 남자가 오히려 좋다

연애와 소나무 취향에 대하여

by 해센스

철 지난 단어지만 메트로섹슈얼한 타입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최정원, 유아인, 이기광, 임시완 이런 류의 소나무 같은 취향을 고집했다. 근황을 실시간으로 알정도로 팬은 아니고 그저 외모만을 말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다른 남자 배우들도 괜찮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드라마에서 일 뿐이다. 정해인이 반듯하고 해맑게 잘생겼지만 섹시하게 느끼나라고 묻는다면 섹시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참고로 나는 LGBTQ와 기타 다양성을 지지하며 현실세계에서 게이 절친이 있고 호모포비아가 없는 사람이다. 그저 단순히 취향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하며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외모적으로 좋아하는 연예인들은 게이 의혹이 늘 따라다녔다. 그런데 게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것은 단지 취향을 저격한 연예인 뿐만이 아니다.


10대 때 외국에서 게이친구랑 친하게 지내면서 게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 친구를 좋아했던 적이 있다. 엄청 진지하게 좋아했다기보다는 그의 어린 왕자 느낌의 외모와 다정함을 좋아했다.


우락부락한 얼굴, 마동석 같은 근육질의 매스큘린한 느낌은 외모적으로 끌리지 않는다. 섹시하게 예쁜 얼굴에 슬림탄탄한 몸이 이성적으로 끌린다. 남자의 스키니진을 좋아하는 취향, 핏 되는 맞춤셔츠, 퍼아우터, 액세서리, 아주 짧거나 옆으로 흘러내리는 약간 긴 헤어스타일, 깔끔하게 다듬은 수염 등의 취향을 존중하고 어쩌면 오히려 좋아한다. 짧은 머리에 턱수염을 수염을 예쁘게 관리한 미국 팝가수 느낌의 스타일링을 좋아한다.


남자가 여행 갈때 나보다 스킨케어 아이템을 꼼꼼하게 챙겨 다니고, 아침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머리를 만지는 모습은 익숙하다. 사실 그런 데서 오히려 매력을 느꼈다. 나는 위아래로 추리닝을 입고 동네를 나가도 남자친구는 머리를 만지고 나름대로 차려입고 나가는 것이 좋았다. 전혀 관리하지 않고 차려입지 않는 남자는 나한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메트로섹슈얼한 남자들과는 패션, 예술, 스쳐가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심도 깊은 비평을 주고받는 대화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20대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 중에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사는 이야기, 큐티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몇 년 전이라 그 당시에는 꽤나 신선했다. 지금은 다른 분과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는데, 그 당시에 직장 동료들이 게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내가 잠깐씩 만났고 외적으로 매력을 느꼈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정체성을 깨닫고 카밍아웃을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완벽하면 결혼했거나 게이라고 하던데 이미 결혼을 한 과거의 남자친구들이 갑자기 게이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만날 때, 여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믿었지만, 나중에 이 사람들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솔직히 스쳤다.


어쨌든 나는 일부 남자들도 같이 매력을 느끼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남자여도 ‘오, 이거 예쁜데’라고 생각이 드는 포인트가 있어야 하고 미적인 취향과 옷, 신발, 액세서리, 인테리어 등에 대한 디테일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 우정이 아닌가 헷갈리기도 했지만, 사랑은 동성친구보다 어쩌면 더 깊은 취향의 공유와 그로부터 오는 우정에 기반한다고 믿는다. 손가락이 섬섬옥수가 아니고 목소리가 하이톤이 아니라면 충분히 남성적이게 느껴졌다.


잘 꾸미고 섬세한 남자를 내가 더 오래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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