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출구없는 귀여움에 대하여
귀여움에는 출구가 없다. 귀여우면 끝이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 귀여움은 마음의 시작이다. 한 번 귀여우면 계속 귀엽다. 귀여운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귀엽고 죽을 때까지 귀엽다.
어떤 행동, 어떤 모습이 머릿속에 사진이나 짧은 영상처럼 각인되고 반복 재생된다. 그 리플레이 영상 때문에 어떤 사람이 계속 생각난다. 마음에서 정리해야지 마음먹었는데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어주던 모습이 머릿속에 반복재생 되어 다시 속절없이 사랑의 노예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귀여운 사람이 계속 귀여움을 발산하는 한 사랑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가 않다.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 보통 사람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귀엽다.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줄 생각이 없는 철벽 방어 모드일 때는 누군가가 에이티피컬(atypical, 비전형적인)한 모습을 보이면 이상하네하고 방어막을 한 껏 올리지만,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장면마저 귀여움의 한 요소로 편입되어 버린다.
마음 속에 누군가가 자꾸 들어온다면 그를 다시 만났을 때 귀여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단지 그가 나의 마음에 노크를 해서 떠오르는 건지, 내 마음이 자꾸 그를 불러내는 건지 알아보려면 얼굴을 봐야 한다. 용기 내서 잠시 빤히 바라보고 '귀여운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음. 좀 귀엽네. '라고 귀여움 테스트에서 오케이 사인이 떴다면 바통은 이제 내 마음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제 그를 조금 더 확신 있게 좋아해 보아도 되는 것이다.
귀여움 테스트 한 번으로는 확신이 부족할 때도 있다. 평소에 내가 좋아해 본 적이 없는 유형일 때는 테스트가 조금 더 많이 필요하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사람에게 귀여움이라는 사랑의 만능열쇠가 작동하는지 확신을 얻으려면 문이 제대로 열리는지 몇 번의 테스트가 필요하다. 또 봤는데, 귀엽고, 세 번째 봤는데 '그래. 난 이 사람이 귀엽구나. '라고 스스로 인정이 된다면 확실히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귀여움 만능열쇠는 강렬하다. 잘생김, 똑똑함, 책임감, 믿음직함 모든 좋은 가치를 능가하는 강렬함이다. 이해해 주고 싶고 믿어주고 싶게 만드는, 웃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내는 동력 장치이다. 귀여운 사람은 무해하고 귀여운 사람을 보면 마음에 잡념이 들어오지 않는다. 무념무상, 그저 머릿속 전체가 귀엽다는 단어 하나로 채워진다. 귀여움의 젠(Zen)의 상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