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쾌한 당신의 공주를 꿈꾼다
연애와 독특함에 대하여
독특한 사람을 좋아한다. 독특한 사람은 사랑하기 쉽다. 가장 최근에 누군가 이상형에 대해 물었을 때, 엉뚱한 사람이 좋다고 대답했다. 남들은 하지 않는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이 좋다.
평범한 것은 지루하다. 평범하기만 하면 유쾌함이 사라질 것 같다. 평범한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해져 버릴까 봐, 거의 비슷한 삶에서 조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에 비교하며 살게 될까 봐 덜컥 겁이 난다. 독특하고 유쾌한 사람을 만나면 당장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을 수 있다. 평화로운 일상에 유쾌함을 더하는 독특함이 묻어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내가 만났던 누군가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노란색 고글 같이 생긴 안경을 쓰고 일한다고 했다. 그런 점이 좋았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지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것이 좋았다. 나도 이제 똑같이 갈색 쉐이드가 들어간 안경을 쓰고 모니터를 보고 실내에서 색깔 안경을 벗지 않는다. 나만큼이나 과음이 습관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는 회식을 가도 술을 조금만 마신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남다름을 무릅쓰는 모습이 좋았다.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각인된다. 그리고 그 모습에 사랑에 빠진다. 어떤 장면이 계속 생각나서 사랑에 빠지는 것인지, 사랑에 빠져서 생각이 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독특한 모습이 기억에 남고, 그 모습을 나는 사랑한다. 누군가는 집게로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다가 내가 빈 소주잔을 채워주려고 하자 잔을 잡고 싶어 고기를 굽던 집게로 소주잔을 잡았다. 집게가 손의 확장판이 된 로봇인 줄 알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지하철을 타고 같이 집에 가는데 검은색 지하터널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를 비추던 맞은편 창문을 보고 갑자기 사진을 찍을 때처럼 V자 모양을 만들었다. 그런 엉뚱함이 사랑스럽다.
그런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미워할 수가 없다. 아이들을 미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도 바래지 않는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 아이 같음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을 보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연인이라는 이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꽁꽁 묶어두고 싶다.
나의 그는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데 과자 안주를 먹을 때 과자를 하나씩 공중으로 던져서 입으로 골인시켰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를 좋아해 봐도 괜찮습니다. '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그는 독특함 테스트를 한 세 번쯤 통과했다. 특이한 사람 - 꽤 진중한 면도 있는 사람 - 역시 특이한 사람을 거쳐 그는 나의 유쾌한 연인이 되었다. 그의 고백 역시 평범함의 범주에 있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도중 틈틈이 시계를 보던 그는 정확한 시, 분을 계획해 손을 잡았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그의 그런 비범함이 좋았다.
친구에게 이해받거나 인정받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가 그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 특이함과 돌발성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연인의 독특함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대체불가능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내가 사랑하는 그만의 뾰족한 모서리가 깎여나가거나 둥글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내는 일이다. 나의 독특하고 유쾌한 연인이 우리 아이의 재미있고 특이한 아빠가 되었다가 손주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한 자리에서 바라보는 일이다.
50대, 60대, 70대가 되어도 독특하고 재미있고 순수한 사람을 볼 때마다 저런 사람과 가정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귀여웠던 할아버지, 그리고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인생 선배님들을 보며 쭉 순수하고 유쾌한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쾌한 사람을 좋아했던 나는 10대 때부터 이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좋아했다. 난 유쾌한 당신의 공주를 꿈꾼다.
시간에 쫓겨 지쳤던 일상들
욕심에 지쳐 어리석던 마음들
너를 만나고 난 알았어
일련의 규칙도 복잡함도 필요 없어
나 이제 유쾌해질 준비가 돼있어
단지 그것뿐이야 I need LOVE
난 유쾌한 당신의 공주를 꿈꾼다 - 아일랜드시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