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과 10년 만난 사람 vs 10년 간 10명 만난 사람
연애는 양극화가 심한 분야이다. 연애를 하는 사람은 계속, 많이 하고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뜸하게, 적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다. 긴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긴 연애를 하고 짧은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짧은 연애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왜 연애는 하는 사람만 하고, 긴 연애도 하는 사람만 하는 것일까? 나를 스쳐 지나간 모집단을 분석해 보면 이렇다.
연애의 시작이 쉬워지는 조건은 있다. 남자라면 키 180cm 이상, 여자라면 미소와 웃음, 좋은 리액션을 갖추면 연애의 시작이 쉽다. 이성이 대표적으로 좋아하는 조건이다. 그리고 남자가 연애를 하는데 필요한 두 번째 요소는 정성이다. 키가 평균보다 작고 외모가 평범해도 연애에 정성을 쏟는 사람들은 연애를 꽤 꾸준히 한다. 데이트 때 갈 장소를 알아보고, 삼프터 고백 때 꽃을 준비하고, 만나러 오고 가는 이런 정성을 말하는 것이다. 나도 이런 정성을 쏟는 남자들과는 꽤 오래 잘 만날 수 있었다.
고학력(좋은 학벌), 괜찮은 직업과 연봉, 적당히 큰 175~180 사이의 키, 나쁘지 않은 패션 스타일, 잘생겼다고도 칭할 수 있는 외모를 가졌음에도 모솔이거나 짧은 연애만을 했던 사람들도 만나봤다. 이들은 왜 연애 경험이 적고 기간이 짧을까? 이들이 여자에 관심이 없지도 않았다. 팩폭(팩트폭격)을 날리자면 이들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센스와 배려가 부족했다. 자기 입으로 한 약속 지키기, 시간을 들여 데이트 준비하기,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하면 여자들이 좋아하는 작은 배려하기 등이다. 예를 들면 조금이라도 데려다주고 배웅하기 같은 것이다.
카이스트 수학과 나온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스테이크를 한 개 시켜서 나눠먹고 있었다. 먹다가 스테이크가 조금 남았는데 나에게 권하지 않고 냉큼 먹어버렸다. 권하지 않고 남은 것을 먹어버린 것에 대해서 서운하다고 말했더니, 지켜봤는데 내가 반을 먹어서 자기가 남은 것을 다 먹었다고 한다. 얼마 안 가 헤어졌는데, 그때 수학과 나온 사람들은 계산에 철저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분 역시 33살 때까지 짧은 연애경험 1회만 있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내가 반을 먹은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반반에 집착하는 마인드가 연애를 못하는 사람의 마인드이다. 반반치킨 같은 사람과 행복한 연애, 행복한 결혼 생활이 상상이 될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어도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에게 우선 권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다. 나도 긴 연애에서 늘 음식을 서로 권했다. 제일 맛있는 부분은 남겨두고 연인에게 먹으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스테이크 사건 이후로 사람을 볼 때 맛있는 것이 있을 때 권하는지를 좀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나는 솔로 돌싱특집에서 돌싱들 중에 연애 경험이 아주 짧은 분들이 꽤 있었다. 연애를 길게 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들 역시 그걸 알아서 짧은 연애만 했다는 것을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 보았다. 선입견을 가지고 볼까 봐 두려운 것이다. 기준이 확고하다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빨리 헤어지는 것은 결단력이고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나이가 들고나서 한 짧은 연애는 오히려 성숙하고 지혜로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애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고 외모가 나쁘지 않은데 거의 모솔이거나 짧은 연애만 한 사람들에 대해 경험적으로 선입견이 생기기는 했다. 정성 또는 배려가 부족한 사람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긴 연애를 했던 사람도 만나봤지만, 이들과 성향이나 상황적으로 안 맞아서 길게 만나지는 않았다. 긴 연애를 했던 사람과 나 역시 긴 연애를 하면서 이들의 특성에 대해 길게 파악은 못했다. 하지만 짧게 파악한 바로는 그래도 이들은 연애 센스가 있었다. 길게 연애했던 사람들은 연락을 잘 하고 안정감을 주는 편이었다. 혼자 있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사람은 다 다르고, 나의 몇 가지 경험만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재미 삼아 분석해 본 것에 가깝다. 그래도,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 만날래 거의 없는 사람 만날래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을 고를 것이고, 긴 연애를 했던 사람을 만날래 짧은 연애만 했던 사람 만날래 묻는다면 긴 연애를 했던 사람을 고를 것이다. 연애를 시작할 정성이 있으니 연애를 많이 한 것이고, 연애를 지속할 배려심과 인내심이 있으니 연애를 오래 했을 것이라는 편견이다.
아, 그래도 1명과 10년 만난 사람과 10년 간 10명 만난 사람 중에 고르라면 1년 이상 지속한 연애도 몇 있다는 전제 하에 10년 간 10명 만난 사람을 고를 것이다. 맞지 않는다고 판단이 들 때 끝내는 것도 용기 있고 결단력 있는 일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과 어떤 사람이 잘 맞을지 알고 있는 사람이 나를 선택했을 때 그 판단에 더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은 연애 능력을 확실히 향상한다. 연애에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타고나지 않아도 경험이 쌓이면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