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열전 (2) 유사 초르바

닭고기로 만든 카자흐스탄 식 초르바의 유사품

by 이그나티우스

# 1편과 마찬가지로 제가 연재글을 발행하는 방법을 몰라서 브런치에 같은 제목으로 일반 포스팅으로 올린 글을 그대로 다시 연재글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리는 것이라 일반 발행 주기와 달리 오늘만 1, 2편의 2개의 글을 올립니다. 다음주 토요일부터는 정상적인 주기로 업로드하겠습니다. 제 브런치의 같은 제목의 포스팅을 이미 보신 분들은 굳이 다시 읽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같은 내용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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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르바는 카자흐스탄에서 먹는 양고기와 각종 야채 등로 만든 고기수프를 일컫는다. 사실 비슷한 이름의 음식이 중앙아시아 전역에 분포하고, 몽골이나 터키 요리에도 비슷한 고깃국이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도 소고기무국이 있고, 일본에도 톤지루가 있으니 고기국물에 야채를 같이 끓인다는 발상은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발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라는 딱지를 붙인 것은 양고기나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전역에서는 양고기나 소고기를 많이 사용하고, 닭고기의 사용빈도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 물론 터키나 이란 같은 완전한 이슬람권으로 넘어오면 닭고기를 많이 먹지만, 중앙아시아쪽은 그렇지는 않다. 아마도 생태적이거나 문화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닭을 키우기 적합하지 않다거나, 아니면 닭고기를 싫어한다든가)


하지만 돈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어디서 양고기나 소고기를 구하나. 결국 나의 영원한 친구, 페르디가오 2킬로그램 냉동 닭다리살을 이용하기로 했다. 챗 지피티는 이러한 나에게 아첨하기 위해서인지 “카자흐에서도 닭고기를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고 하는데, 당최 믿을 수가 없다.


어쨌거나, 때마침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우즈벡 사마르칸트식 논과 곁들여 먹기로 결정하고 나는 이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 쿠팡에서 딜을 같이 구매했다.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닭고기와 양파를 넣고 푹 끓인 뒤에 닭고기를 꺼내서 찢고, 국물은 체에 걸러서 맑은 국물만 남긴다. 그런 다음에 다시 찢은 닭고기와 당근, 감자, 마늘을 넣고 다시 한 번 푹 끓인다. 그리고 내기 직전에 딜을 올려서 향을 더했다.


핵심 재료를 닭고기로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단단한 우즈벡 논을 적셔서 고기, 야채와 함께 먹으니 든든하고, 담백하고, 무엇보다도 속에 부담이 정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좀 먹다보니 금방 물리는 문제가 있었다. 아무래도 향신료가 거의 안들어간 음식이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여기서 구원투수가 등판을 했다. 마침 얼마 전 만들어 두었던 마르코프차(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이 먹는 당근김치로 현재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몽골 등에서 즐겨 먹음.)와 같이 먹으니 간과 풍미가 보완이 되면서 다시 먹을만해졌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밍밍한 국물요리는 곁들여 먹을 풍미가 강한 음식이 하나쯤 있어야 하나보다.


다음번에는 냉동 소고기나 양고기 큐브를 저렴한 것으로 구해서 좀 더 현지에 가까운 버전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눈 찔끔 감고 구매할 정도 가격인데, 제발 구제역 같은 재난이 발생해 가격이 급등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영원한 친구 페르디가오 냉동 닭도 브라질 조류독감이 터지자 일제히 가격이 올라 이제는 나의 손을 벗어났다.


아참, 이 유사 초르바는 내가 크로스체킹 없이 챗지피티만을 통해 알아낸 조리법으로 만든 것이다. 당연히 할루시네이션이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처음부터 정통 초르바가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놔두었는데 이 글을 보고 실제 카자흐스탄 초르바가 이렇다고 오해하는 분들은 안 계셨으면 좋겠다. 이건 어차피 유사품이고, 이 시리즈는 괴식열전임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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