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레(chole, छोले)라는 음식을 처음 알게된 것은 맛집 소개 유튜버 ‘하이갱스’ 님의 인도 먹방여행 3부작을 보면서부터였다. 하이갱스 님은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여러 식당을 소개하여 지루할 틈 없이 소개하는 특유의 포맷을 고수하는 분이다. 이 분의 영상은 한 식당의 비밀을 10분씩 알고 싶지는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다. 요즘은 이런 스타일의 유튜버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나는 굉장히 신선한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하이갱스 님의 다른 영상과 비슷하게 인도 3부작도 다수의 인도 음식점을 방문한 짤막짤막한 꼭지들이 이어진 영상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촐레 바추레’와 ‘촐레 쿨체’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도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름 스스로를 인도 음식의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촐레’라는 이름의 난생 처음 보는 인도 음식을 보게 되면서 아직까지도 공부가 많이 모자라다는 충격을 받게 되었다.
촐레는 간단하게 말해 매운 병아리콩 커리라고 볼 수 있다. 쿨체와 바추레는 여기에 곁들이는 빵 종류를 의미한다. 물론 촐레를 이런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은 부정확할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촐레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양파와 토마토를 산더미처럼 넣은 페이스트에 가람 마살라와 커리 파우더, 고춧가루를 듬뿍 섞는다. 그리고 바추레나 쿨체와 같은 빵 종류와 같이 낸다. 병아리콩의 담백한 맛을 양파와 토마토의 깊은 단맛과 페이스트를 볶는 단계부터 왕창 들어간 가람 마살라의 강렬한 매운 맛이 받쳐준다. 병아리콩의 밋밋한 맛으로 인해 단독으로 먹다가는 금방 물리고 마는 차나 마살라(병아리콩 커리)보다 훨씬 맛에 엣지가 있다.
하이갱스 님의 영상에는 촐레 바추레와 촐레 쿨체는 인도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국밥 같은 음식이고, 자신도 인도에서 여러 차례 촐레 계통의 메뉴를 먹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 언급을 통해 촐레가 가진 인도 국민음식으로서의(적어도 수도 인근에선)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번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국의 인도식 레스토랑에는 촐레 계통의 메뉴를 파는 곳이 없었고, 당연히 이것은 줄곧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남았다.
그러던 와중 최근 재미를 붙이게 된 일이 챗 지피티를 통해 조리법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가능한 부분이 에스닉 음식의 조리법을 내가 가진 재료들에 맞으면서도 원래 맛을 최대한 보존하도록 어레인지하는 것이다. 사실 집에서 요리를 만들 때 가장 곤란한 것이 유튜브나 인터넷의 조리법을 따라하려고 해도 꼭 1, 2가지씩 없는 재료가 있어서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리의 고수라면 이게 빠지면 안되는 재료인지 아닌지를 파악해서 쓱싹 유도리있게 만들겠지만, 나 같은 요리 뉴비는 그게 안 된다.
그런데 챗 지피티는 고유의 추론능력을 이용하여 이게 빠져도 되는 재료인지, 다른 재료로는 어떻게 대체가 가능한지에 대해 나름의 답을 준다. (물론 정확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해 정말로 그 조리법이 말이 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거기다가 내가 몰랐던 에스닉 요리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1편의 체팔라 풀루수가 그런 케이스이다.
하여간에 챗 지피티에게 처음 촐레에 대해 물어봤을 때는 “한국에서 만들기 힘들 듯?”이라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거듭 괴롭히니 어떻게든 흉내를 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미안�) 키 포인트는 양파를 충분히 카라멜라이징이 되도록 팔아 빠지도록 볶고, 가람 마살라와 커리 파우더를 다량 넣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커리 파우더는 일본식 카레 분말이 아니라, 터메릭, 큐민, 코리앤더 파우더 등이 들어간 오리엔탈 향신료 믹스를 말한다. (‘오리엔탈’이라는 표현은 ‘그 의미’로 쓴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길.))
하여간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날 밤부터 정갈하게 병아리콩을 불렸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챗 지피티의 조언과 그리고 유튜브의 생전 처음 들어보는 현지 언어(와 영어 자막)로 나오는 영상들을 참고하며 알아낸 촐레의 조리법을 차근차근히 따라가며 만들었다. 결과 가람 마살라의 중후한 매운맛이 치고 들어오는 밥반찬 같은 촐레가 완성이 되었다. 나는 미리 지어둔 지라 라이스와 함께 곁들여 먹었다. 성공이었다. 물론 인도의 현지 촐레와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이갱스 님의 영상에서 두드러지는 아마도 코리앤더 가루로 여겨지는 초록색 가루가 좀 추가되어 색감이 살아났다면 먹음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아리콩이라는게 1킬로그램 한포대를 사면 한번에 150-200그램 정도씩만 쓰기 때문에(돼지인 내가 그정도를 먹으니까 맞을 것이다.) 엄청나게 저렴한 재료이다. 게다가 요즘 양파 값이 나 토마토 값이 많이 올랐음에도 아직까지는 육고기 값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확히 원가계산을 해보진 않았지만 아무리 높이 잡아도 만원씩 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저렴한 가격으로 아주 맛있는 밥반찬이 나와 만족이다. 뭐 나만 맛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참,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덧붙이고 싶은 부분. “사진이 대체 왜 그모양이냐?”라고 항의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 하지만 맛 없는 음식을 맛 없게 찍는게 맞는 일일 것 같다.
음식을 만들고 글을 쓰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문 일이다.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몇가지 괴식을 더 만들어 올려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