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에그누들을 처음으로 맛본 것은 생전 처음 타는 국제선에서 먹은 기내식이었다. 대만여행을 가는 길에 먹었던 기내식이었는데, 그곳에서 처음 맛본 에그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에게는 정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이미 파스타를 많이 먹어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쫄깃쫄깃한 식감을 중시하는 한국식 면요리에 익숙했었다. 이상하리만치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굉장히 쫄깃쫄깃한 고무줄 같은 식감의 면을 선호하는 것 같다. 특히 요식업계에서는. 짜장면, 짬뽕, 쫄면, 냉면, 밀면 등등 밖에서 사먹는 면요리는 대부분 이빨로 잡아당겨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고무줄 같은 식감인 경우가 많다.
역사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내력과는 무관하게 나는 그런 면을 싫어한다. 일행과 나눠먹은 것을 제외하면 내가 내돈을 주고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주문해서 먹은지가 10년이 넘었다. 냉면과 쫄면은 태어나서 한번도 단독으로 1그릇을 주문해서 먹어본 적이 없고, 밀면 역시도 먹어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왜 그렇게 한국식 기계면을 싫어하냐고 물어도, 그냥 그건 어디까지나 내 취향인 것 같다. 아마도 질깃질깃하게 입안에서 계속 굴러다니는 면의 식감이 나에게는 잘 안 맞는지도 모르겠다. 먹을때마다 면에 압도되는 그 기분이 너무 싫다.
하지만 내가 면요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 특유의 한국식 기계면이 아닌 파스타나 일본식 라멘, 그리고 중국의 볶음국수 계열은 없어서 못 먹는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본 모든 음식 중에 최소 탑 3등안에 든다고 생각하는 몽골식 볶음국수 초이왕 역시 면요리이다. 내가 짜장면과 짬뽕을 극혐해서 그렇지, 나는 면요리 자체는 굉장히 좋아한다.
어쨌거나 이런 나의 골때리는 취향 덕분에 에그누들은 나의 미각 순위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는 메뉴이다. 마치 처음으로 피운 담배 맛을 잊지 못해서 평생 니코틴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나도 처음으로 먹어본 에그누들의 그 신기한 맛을 잊지 못해서 평생 기회가 날 때마다 에그누들을 사 먹었다.
한국에서는 중국집에서 에그누들을 먹기는 어렵고,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의 볶음국수 정도가 에그누들을 먹을 수 있는 통로이다. 가보진 않았지만 최근 조금씩 유행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스타일의 중식당에서도 아마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먹은 에그누들에서는 예전 그 기내식에서 먹었던 맛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자취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에그누들을 사서 볶아 먹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중화권이 아닌 에그누들을 잘 먹지 않는 모 국가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한식 소면과 별 다를바가 없는 축축 처지는 힘없는 맛이 났다. 그래서 한동안 실망감에 에그누들을 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홍콩에서 직수입한 에그누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그 제품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내가 사려고 했을 당시에는 품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이 제품을 보자마자 최근 공짜로 얻은 무항생제 닭다리살이 생각났다. 그렇다. 이걸로 숙주와 함께 볶음국수를 만들어 먹자는데 생각이 도달했다. 홍콩산 에그누들 한묶음은 꽤나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나는 고민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배송이 도착한 며칠 뒤, 나는 별 이유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집에 쳐박혀서 전기기사 시험 준비와 취업준비를 하면서 점차 생활리듬이 망가져가는게 느껴졌다. 낮에 햇빛을 볼 일이 없다보니 수면시간이 점점 뒤로 밀려났고, 아예 밤을 새우고 대낮에 자는 일도 가끔 있다.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시가 넘어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나는 문득 심한 허기를 느꼈다. 잠은 잠대로 안오고, 배는 배대로 고팠다. 어쩌면 아침을 좀 일찍 먹으면 새벽녘에라도 잠이 들지 않을까? 라는 멍청한 생각에 나는 벼르고 벼르던 에그누들을 해먹기로 결심했다.
오늘은 다른 챕터와 달리 만드는 방식을 직접 소개하진 않겠다 오늘 내가 만들어 먹은 에그누들 볶음요리는 어떤 유튜브에서 본 방법 그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해당 유튜브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중간 과정은 부득이 생략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에그누들로 볶음국수를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간단하다는 것이다. 거의 짜파게티를 끓이는 수준의 난이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나는 그마저도 제대로 못해서 언제나처럼 바닥이 다 타고, 냄비에서 빠져나온 숙주로 주방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되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주방이 폭격을 당한 것과는 별개로 오늘 내가 만든 에그누들은 고등학교 1학년때 기내식으로 먹었던 에그누들 다음으로 맛이 있었다. 확실히 에그누들의 고향인 홍콩에서 나온 제품은 적당한 탄력을 유지하면서도 부드럽게 끊기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다가 거의 삼겹살 가격에 육박하는 무항생제 순살 닭다리살은 누린내와 느끼함 없이 깔끔한 맛이었다.
중화요리를 만들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중식의 매력은 단순함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중식조리기능사 이상 수준의 FM 중화요리는 온갖 화려한 조리기술의 향연으로, 그 복잡성과 세련됨이 프랑스 요리에 못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집에서 만드는 수준의 중화요리는 굉장히 간단하면서도 맛은 결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요리에 뒤지지 않는다.
내가 일전에 음식을 만들 때 일단 불이 올라간 순간부터는 금방 끝나버린다는 이야길 했었는데, 거기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중화요리이다. (반면에 불이 올라간 뒤부터가 진짜인 것은 인도요리이다.) 중화요리는 재료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뿐이지, 일단 불이 올라간 뒤로는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내가 예전에 시간을 재본 바로는 밥과 국을 뜨고, 어머니가 싸준 한식 밑반찬을 꺼내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중화요리에서 불이 올라간 뒤부터 요리가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거의 비슷했다. 숙주같이 다듬지 않아도 되는 야채와 커팅된 고기를 사용한다면 거의 라면 끓이는 정도의 시간에 한끼 요리가 준비가 되는 셈이다.
물론 한국식 중화요리인 짜장면이나 짬뽕, 탕수육은 집에서 만들기에는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정통 중화요리에 가까운 간단한 볶음메뉴들은 놀라우리만치 손이 덜 간다. 탬퍼링을 하고, ‘마살라 그레이비’를 만드는 골치아픈 인도요리에 비한다면 가정식 중화요리의 조리과정은 최하수준의 난이도라 할 만하다. 물론 동파육처럼 손이 많이 가고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중국요리들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런걸 집에서 해먹을 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중국과 가깝고 최근에는 교류도 많이 이뤄지는데 비해 간단하고 재료도 구하기 쉬운 중국식 요리는 잘 소개가 안 되어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있어 아직도 중화요리라고 하면 짜장면, 짬뽕, 탕수육, 그리고 최근에 추가된 마라탕과 양꼬치 정도이다. 하지만 중국에는 각 지역별로 다양한 요리가 있고, 그중에는 거의 라면 끓이는 수준의 간단한 요리들도 있다. 게다가 중국요리의 재료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은 경우가 많다. 혼자서 밥을 해먹는 입장에서 본다면 중화요리는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