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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7. 2023

30년 맛집, 99탄-충주 풍년식당 너구리맛 짬뽕

7오래된 식당들을 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허영만 화백님의 흔적을 마주치곤 한다.

이번에 방문한 충주 풍년식당도 그런 곳들 중 하나이다.

빗맞아도 30년 시리즈의 100번째 식당을 어떤 곳으로 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오늘 방문한 두 곳 중 풍년식당을 99탄에 쓰기로 했다.

오늘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일부는 고속도로를 탔지만 가급적 일부러 국도를 타기로 작정했다.

예전엔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타는 편이었는데 뭐가 그리 급한 건지 최근에는 고속도로만 타고 다니는 나를 발견한 거다.

어릴 땐 스피드에 꽂혀 미친 듯이 밟고 다녔지만 요즘은 철이 들었는지 거의 정속 주행만 하는 편이라 고속도로도 의미가 없을 정도인데...

아무튼 난 오늘 가급적 국도를 타며 유유자적 눈에 많은 걸 담아보려 했다.

덕분에 그토록 지나다녔던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못 봤던 문화재도 구경하는 호사를 부렸다.



이화령에 차를 두고 좌우측으로 두 번씩 라이딩을 할 생각으로 갔다가 비가 와서 포기하고 말았는데, 길가에 있는 문화재를 보고 급히 속도를 줄여 구경을 했다.

비가 와서 대충 보고 나온 게 안타깝지만 아무튼 여러 번 다녔던 길인데 이걸 처음 봤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화령, 조령을 넘어 충주 맛집을 검색하다가 마침 풍년식당을 보고 당장에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했다.

내겐 충주라는 곳이 조금은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라 마음이 동했는지 모르겠다.

이십 년 정도 됐을까, 미스코리아 충북 진에 선발되었던 아무개 씨와 충주호를 거닐며 데이트를 하던 그날의 기억이...



난 내비게이션을 잘못 찍은 줄 알았다.

차는 점점 시골로 향했고 난 동명의 식당인가 싶어서 연거푸 확인을 해야만 했다.

설마 설마 하며 간 그곳은 잘못 온 곳이 아니었다.



기껏 30 가구 정도나 살까 싶은 아주 작은 마을 안에 위치한 풍년식당은 간판도 다 바래서 알아보기도 어렵다.

좁은 동네 골목인데 주차할 곳도 없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기도 하고 토요일이라 그런지 동네는 차량으로 빽빽하다.

비도 내리고...

2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웨이팅이다. ㅎ

지 싶은 이 느낌은?


혼자라서 탕수육은 먹을 수 없으니 짬뽕을 한 그릇 주문하고 여기저기 사진을 남겨 봤다.



주문과 동시에 이게 기본 상차림이다.

ㅎㅎ

역시 중국집이군...

그런데 여기 상호는 분명 풍년식당인데 최초 메뉴는 과연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더니 역시 꽤 오래 걸려 이 녀석을 받아볼 수 있었다.
오징어가 한 마리 통째로 들어있다.

일단 합격.

역시 맛집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그런데 재밌는 건 후추를 엄청 뿌린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데 근처 테이블의 손님이 직원을 불러 언짢은 소리를 한다.

"내가 저기 손님들보다 일찍  왔는디 왜 우리 건 안 주는 겨? 너무 하는 거 아녀?"

충청도 특유의  느린 말투인데 분명 감정이 담겨 있건만 너무 웃겨서 뿜을 뻔했다.



일단 짬뽕의 내용물을 뒤져 어떤 게 들어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국물 생각이 왠지 흉악하다.

매워 죽을 맛인가 싶었다.

독특하게 미역도 들어있다.



대충 분해한 뒤 사진을 찍고 품평질 시작을...

눈에 보이는 국물은 매워 죽을 판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익숙함을 벗어난 맛이다.

야채도 생생하고 오징어도 싱싱하다.

게다가 바지락도 만만치 않다.

그러고 보니 충주엔 바다가 없는데 바닷가 중국집보다 낫단 생각이 들었다.



이젠 늙어서 국물을 다 못 비운다. ㅠㅠ

운전하는데 속이 부글거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억지로 참고 이만큼 남겼다.

바지락도 양이 상당하다.

그렇게 양껏 먹고 배 두드리며 나왔는데 맛버지 못한 탕수육에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서울 도착하자마자 이수역에 있는 단골 중국집인 이수짜장으로 향했고 못다 채운 양을 충전할 수 있었다.

가격은 충청도 시골 중국집보다 착하다.

유명 맛집은 비싸도 된다는 공식은 없다.

요즘 들어 자주 겪는데 맛집이 된 후 가격이 사악해진 식당들을 보면 초심에 재해 많은 생각을 한다.

나의 오랜 맛집인 이수짜장은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아직도 저렴하고 가격을 올려도 500원 단위다.

오늘도 좁은 식당 테이블이 만석이라 줄을 설 뻔했다. ㅋ


https://brunch.co.kr/@northalps/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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