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과연 당연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다시 한번 더 실감한 것이지만, 한국과 독일의 운전 문화는 꽤나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예전부터 선진국의 좋은 문화를 배우자라는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알면서도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복잡한 원인과 요인들, 이유들이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비교를 하는 것은 누가 더 잘 낫고 못낫고를 따지기 보다는, 이러한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넘어가는 목적 정도라고 봐주기 바란다.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운전을 해왔고, 그냥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2만 5천 km를 혼자 주행할 만큼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쓰는 글이니 감안하고 참고하면 될 것이다.
베를린의 인구는 약 350만명 정도이고 다들 아는 것처럼 서울의 인구는 약 1천만 전후이다. 약 3배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에서 살고 있고, 그만큼 많은 차량이 운행을 하기 때문에 항상 도로에 차가 많고 어딜가나 차가 막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베를린이라고 차가 적을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베를린도 서울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많은 차량이 운행을 하고 있고, 여기 저기에 주차된 수많은 차량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으며 여러가지 이유로 막히는 도로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에서 운전을 하는 것은 이상하게도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잠깐 대형마트만 다녀오는 와중에도 몇번씩 짜증이 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말이다. 단순히 차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당연히 여기에도 험하게 몰고 다니는 일부 아랍계 운전자들이나 택시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만 살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한국의 도로에는 지나치게 많은 과속 카메라와 과속 방지턱이 존재한다. 그리고 추월선인 고속도로의 1차선은 여전히 다른 차선들보다 더 많은 차들이 줄지어서 사이좋게 달리는 주행선처럼 보인다. 베를린 시내에도 가끔 과속 방지 및 신호 위반 카메라가 존재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과속 방지턱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속 방지 카메라나 과속 방지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차량들은 도로 오른쪽의 속도 표지판에 맞는 속도로 주행을 한다. 학교 앞 등의 이유로 30km 제한 속도일 경우에도 카메라나 방지턱이 없어도 천천히 속도를 지키면서 주행한다. 하지만 일반 도로 (제한 속도 50km 이상)에서 그렇게 얌전히들 몰고 다니는 것도 아님에도, 신호를 잘지키고 사람이나 자전거, 다른 차량을 배려하며 운전을 한다. 다들 아는 것처럼 독일의 고속도로에는 아우토반이라는 속도 제한 없는 구간이 꽤나 많고 길게 존재한다. 물론 속도 제한이 있는 구간에서도 주행 차량은 가능한 한 오른쪽에 붙어서 가고 고속으로 추월하는 차량들이 1차선을 이용한다. 속도 제한이 있든 없든 1차선에서 "주행"하는 차량은 거의 없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고속도로 처럼 사고가 난 상황을 거의 보지 못했다. 여기에서는 다들 자신의 차량의 한계를 잘 알고 운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차량의 한계를 잘 모르고 차를 고속으로 몰게 되면 당연히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 (특히 고속 안정성이나 브레이크 성능이 안좋은 차량들을 미친듯이 몰고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겁이 날 수 밖에 없다)
필자 역시 한국에서 운전을 할 때,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을 저주했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 다니는 차량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하게 사고를 유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독일에 살면서 약간 생각이 바뀌기는 했다.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간불이어도 다니는 차가 없으면 그냥 지나거나 건널목이 아닌데도 무단으로 횡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차량의 흐름을 살피고 오는 차량이 모두 지나가면 건너는 식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와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의 경우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도 전부터 차들이 멈춰서 건너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당연히 길을 건너고 있으면 다 건널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기본이다. 한국 같으면 신호등이 있든 없든 건널목에서 사람이 건너고 있어도 브레이크 안잡고 날라오는 인종이 적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것이 무단 횡단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사람이 길을 건널 때에는 무조건 내쪽에서 조심하고 감안해서 운전을 하고 있다.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행동이며,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도착해서 처가집으로 가기 위해 공항에서 대형 택시를 탔을 때, 곧바로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어떻게든 끼어들려고 하는 차들과 안끼워줄려고 하는 차들의 모습이다. 끼어드는 쪽도 매너가 없지만, 안끼워줄려고 미친듯이 앞차에 바짝 붙어서 공간을 만들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모습 또한 한심하기가 그지 없다. 필자 역시 한국에서 오랫동안 운전을 했었기에 어설프게 끼지 못하도록 앞차와의 간격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방법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피러스를 타기 시작한 2008년부터는 조금씩 변화를 하게 되었다. 행여 기분 나쁘게 끼는 차량이 있어도 무리하게 못끼게 막지 않기 시작했고, 신호가 바뀌는 타이밍의 교차로에서 무리하게 진입하지 않는 등 나름 매너 있는 운전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독일에 와보니 여기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깜빡이를 켜는 순간 해당 차선의 차량이 쉽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끼어들기에 약간 어중간한 상황임에도 순순히 끼워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골목에서 나와 큰길로 들어 설때에도 일부러 멈춰서 진입을 도와주는 친절한 운전자도 너무 많다. 이를 통해서 정상적인 합류이든 무리한 끼어들기이든, 들어오는 쪽이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흐름에 맞게 잘 받아주지 못하는 쪽이 문제라는 것을 배웠고 이들처럼 운전을 하니 독일에서든 한국에서든 짜증 날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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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과 독일에서 운전할 때 어떤 다른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대부분의 교통 규칙은 비슷하다보니 방심하면서 운전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이 여기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이번에 한국에서 운전할때 아차했다. 교차로에서 빨간불이라 당연히 우회전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택시가 살짝 클랙션을 울려주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빨간불에 우회전을 할 수 없고, 반드시 파란불일 때만 가능하다. 이렇게 운전을 하다보니 이것이 더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된다. 한국에서는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를 받아서 달리더라도 우회전하기 위해 무리하게 끼는 차량들 때문에 위험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진 신호에 우회전을 하더라도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자전거 전용 도로로 날라오는 자전거도 잘 살피면서 우회전을 해야한다. 자전거 입장에서는 직진 신호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우회전 차량보다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우회전 하는 차가 무리하게 우회전하다가 자전거와 추돌하면 가해자가 된다.
우리나라에도 비보호 좌회전이 있는 교차로가 많기는 하지만, 독일의 경우 아주 큰 교차로가 아닌 경우 대부분 비보호 좌회전이라고 보면 된다. 아니면 교차로의 대각선 방향 (좌회전하는 방향)에 직진 신호가 끝나고 잠깐 켜지는 신호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신호가 켜질때 좌회전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신호가 있어도 반대편 차선에 차량이 없으면 언제든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하다. 이것이 생각보다 편한데, 한국에 도입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반대편에 차량이 많아서 비보호 좌회전을 못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대각선 방향의 좌회선 신호에 2~3대가 지나가면 된다.
유턴이나 좌회전 신호가 따로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유턴이 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유턴 차선이 나올 때까지 계속 직진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를린에서는 중간 중간에서 반대편 차량의 상황에 따라서 쉽게 유턴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이 역시 베를린이니까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끔 유턴하기에 애매한 도로들이 있는데 (특히 트램과 같이 다니는 길 등) 이런 경우에는 사방 경계를 하면서 조심히 유턴을 하거나 안전한 곳까지 가서 유턴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다보니 가끔씩 잊어버리는데,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는 반드시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이 없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의 경우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은 내 차를 고려하지 않고 획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운전을 하면서 사고가 날뻔한 적이 한번 있는데, 바로 이 "우선권" 표지판을 이해하지 못해서였다. 조수석의 집사람이 난생처음보는 표지판을 봤는데 이해를 못했는데, 그것은 바로 맞은편 차선에서 좌측으로 꺾어지는 것이 내 차선에 비해 우선한다는 뜻이었다. 때마침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내쪽으로 꺾어서 오는 것을 보고 양쪽 모두 놀라서 클락션을 울렸는데, 나중에 보니 내쪽에서 잘못한 것이었다. 해당 상황에서는 맞은편 차가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내가 속도를 줄이고 그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곳곳에 이러한 우선권 표지판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주의 깊에 살피면서 운전을 해야 한다.
위의 경우 좌회전하는 차량이 우선권을 가지기 때문에 직진하는 차량은 무조건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에게 양보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사이렌을 울리며 뒤에서 달려오는 앰뷸런스가 있으면 차량들이 좌우로 붙고 멈춰서 앰뷸런스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베를린은 이보다 한술 떠 뜬다. 예전에 집사람이 운전을 할때, 꽉 막힌 도로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뒤에서 앰뷸런스가 시끄럽게 싸이렌을 울리자 차들이 갑자기 중앙의 보도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거기로 차들이 등산(!?)을 할거라고 생각치 못한 집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차로에서도 사이렌을 울리면서 어디선가 앰뷸런스가 오는 것 같으면 모든 차량과 사람이 진행을 멈추고 지나갈때까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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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의 운전에 대해 찬양에 가까운 글을 쓰기는 했지만,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자동차와는 또다르다. 자동차로 추월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발끈하지 않는 독일인들도, 자전거로 추월을 하면 미친듯이 다시 추월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앞에 가는 자전거가 천천히 가더라도 가급적 무리하게 추월하기보다는 적당히 따라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자전거가 인도를 다니는 것을 보고 후배한테 왜저러냐고 말했더니 차도로 다니면 차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인도로 다니면 보행자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어중간한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부담없이 어디든 편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것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한국에서 자전거를 일부러 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차는 그럴 수 없으니 비교를 안할래야 비교를 안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네덜란드 등 어딜가나 독일에서의 운전과 비교하게 되는데, 항상 독일이 가장 낫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독일을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직접 운전을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백번 말로 듣는 것보다 직접 한번 경험을 해보면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