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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Sep 24. 2018

독일의 세금과 물가에 대한 단상

분명히 독일의 세금은 한국보다 비싸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얼마전, 한국 유튜버가 독일에 여행을 와서 독일 물가가 싸다는 내용을 다룬 영상을 올린 것을 보았다. 그 유튜버의 영상은 처음이었지만, 필자가 베를린에 와서 느낀 "저렴한 물가"에 대한 감상과 같았기에 반갑게 느껴졌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역시나 가관이다. 물가는 한국보다 비쌀지 모르지만, 세금을 엄청 내니 잘해야 비긴 셈이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원래 계속 독일 취업과 관련된 글을 쓸 계획이었지만, 이 댓글 덕분에 내가 느낀 독일에서의 세금과 물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앞으로도 늘 이야기 하겠지만, 여기에 쓰는 모든 글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일 뿐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내용은 아니다. 애초에 인간이란 객관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바란다면 필자의 글은 안읽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우선, 모두들 궁금해하는 세금 이야기부터 하겠다. 독일에는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세금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40% 이상의 세금을 낼수도 있고, 30% 초반에 해당되는 세금만 낼수도 있다. 구글에서 "독일 세금 등급"이라고 검색만 해도 유용한 정보가 많이 나오니, 자신에 맞는 케이스는 직접 계산해보면 금방 알수 있다. 여기에서는 필자의 케이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보겠다. 여기서 말하는 "세금"이란 근로 소득에 대한 세금 뿐만 아니라, 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포함한 것을 의미하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리 밝히지만, 필자는 독일에서 얼마를 더 내던지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독일의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믿음직하고 독일이라는 국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지금껏 내왔던 세금이나 국민연금이나 건강 보험료에 대해서 불만이 없던 사람이었음을 분명히 이야기하겠다. 많이 버는 사람은 몇천만원이나 몇억씩 종합소득세로 내기도 하지만, 필자는 연 1천만원 미만의 세금을 내던 사람이라 세무서에서 분할 납부도 안해줬지만 세금을 내는 것은 국가의 혜택을 받고 사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배우자가 얼마를 벌든, 나의 세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독일에서는 그 또한 세금을 얼마 내느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름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블루카드 승인이 난 직후, 집 근처의 세무서를 방문하여 나의 세금 등급은 3등급으로, 집사람의 세금 등급은 5등급으로 변경 신청하였다. 현재 필자는 수입이 있지만, 취업이 가능한 비자를 가진 집사람은 당분간 독일어 교육만 받고 직장을 다닐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등급을 조정한 것이다. 그래야 우리 입장에서 가능한 한 적은 세금을 낼 수 있다. 이렇게해서 우리 가족의 세금은 소득의 약 30% 초반대가 나오게 된다. 부양가족이 있고 외벌이이면 그만큼 세금이 낮아지고, 혼자 살면서 부양가족이 없으면 45% 이상의 세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 세무서에 엄청나게 들락거리면서도 거의 만족스럽게 일처리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독일의 세무서는 무척이나 한산하였고, 담당자는 너무 친절해서 너무나도 놀라웠다. 다른 곳도 아니고 "세무서"에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다니.


만일 한국에서 4인 가족의 가장의 연봉이 8,000만원이라고 가정을 해보면 월 급여는 666만원 정도가 된다. 그럼 세금을 포함한 공제 금액을 제한 실수령액은 약 560만원 전후가 된다. 즉, 약 16% 정도인 100~110만원 정도가 세금과 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포함한 공제 금액이 된다. 독일에서 4인 가족의 가장의 연봉이 6만유로 (약 8,000만원) 정도라고 가정을 해보겠다. 그러면 월 5,000유로가 월 소득이고, 이에 대해 약 33% 정도가 공제되면 약 3,350유로가 실수령액이 된다. 이것은 한국 돈으로는 약 450만원이 되니, 한국에서보다 110만원 정도를 더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분명히 독일에서는 한국보다 2배 이상의 세금 및 보험료로 내는 것은 사실이다.


독일에서는 우선 건강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 연봉 6만유로인 사람이 TK(테카)라는 공보험에 가입하면, 월 보험료가 약 700유로쯤 된다. (한화 90만원 이상) 이중 300유로는 회사에서 내주고, 나머지 400유로가 개인 부담금이라서 매월 55만원에 가까운 건강 보험료를 내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봉 8,000만원 정도되는 직장 가입자라면 월 20만원 전후의 부담금만 내면되지만, 독일에서는 2~3배에 가까운 건강 보험료를 내야하는 것이다. 확실히 우리나라 의료 보험료가 싼 것은 맞고, 병원에서 치료나 처방 받는 것이 빠르고 편한 것은 맞다. 국민연금 또한 비슷한데, 동일한 조건이라면 한국에서 20만원 정도의 개인 부담금만 내면 되지만 독일에서는 50만원 이상의 개인 부담금을 내야한다. 즉, 절반 정도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로 내는 셈이다.


얼마나 더 내느냐를 비교해보았으니, 얼마를 쓰느냐를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다들 알고 있듯이 독일의 월세는 비싼 편이다. 우리 가족도 4 Zimmer Wohnung (방 3개 + 거실 1개 = 방 4개짜리 집)에서 거주하는데, 우리가 알아볼 당시에는 베를린 여러 지역의 4 Zimmer Wohnung의 월세가 한화로 평균 200만원 정도였었다. 새로 지은 집이나 마당이 있거나 큰 집은 그 이상의 월세를 내야했다. (월세에는 대부분 수도세와 난방비가 포함되어 있어서, 나중에 쓴 만큼 정산하는 방식이다) 오래 전부터 베를린에 거주했던 분들이라면 훨씬 더 싼 월세를 내고 있겠지만, 최근 몇년간 베를린 집값이 오른 편이고 4 Zimmer Wohnung 매물은 많지 않았고 게다가 한국에 있으면서 집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나름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독일에서는 회사 입사도 힘들지만, 그만큼 집주인과 면접 보고 계약하는 것도 꽤나 힘든일이기 때문에, 독일 오기전에 계약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게다가 살아보니 꽤나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참고로 베를린은 독일의 남부 지역 (프랑크푸르트, 뮌휀 등) 보다 집값이 싼편에 속한다. 


연봉 6만 유로 받는 4인 가족의 가장은 월 450만원 정도를 실수령하는데, 월세가 200만원 정도라니! 한국 같으면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는 수준이다. 역시 나중에 좀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다행히 18세 미만의 아이들이 둘이 있다면 월 50만원 정도의 Kindergeld가 지급된다. (18세 이후에도 학업을 하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급여에서 남은 250만원과 Kindergeld 50만원을 합치면 월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월 9.9유로인 프리페이드 유심을 사용하고 있는데 월 1.5기가의 데이터와 300분 무료 통화를 사용할 수 있다. (독일에 오래 살고 계신 한인분들께서도 여전히 프리페이드 유심을 사용하신다) 그리고, 인터넷 무제한 사용료는 월 35유로 정도 나온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고, 아이들이 엄청나게 데이터를 쓰기 때문에 무제한 요금제를 반드시 써야 한다. 처음에는 저렴한 월 100기가짜리 신청했다가 얼마 안지나서 무제한으로 바꿔야 했다) 즉, 통신비는 4인 가족 전체가 10만원이면 된다. 


독일의 전기세는 한국 처럼 쓴만큼 정산해서 내는 것이 아니라, 미리 월 정액을 내고 중간 중간 정산에서 돌려주는 방식이다. 필자의 경우 월 18만원 정도 전기세를 매달 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낯선 방식이지만 어차피 나중에 쓴만큼 정산해서 돌려주니 불만은 없다. 다만, 독일의 전기세와 수도세는 우리나라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또한,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집보험이나 책임보험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거나 공동 관리되는 집 열쇠를 분실했을때 전체 교체 비용 등을 대비하여 반드시 보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보험료로 월 35,000원 정도 내고, TV 수신료로 월 25,000원 정도 내고 있다. 이것들을 다합하면 월 35만원 정도가 고정비로 나가는 셈이다. 수도세와 난방비가 월세에 포함되어 있다보니 생각보다 안비싼것처럼 느껴진다. 여유잡아 40만원으로 잡으면, 이제 260만원 정도 생활비가 남았다.


대중 교통비도 역시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필자는 출퇴근을 위해 월 정액권을 구입해서 사용하는데, 우리 돈으로 11만원 좀 안된다. 평일이나 주말 상관없이 지역 열차, S-반, U-반 및 트램, 버스까지 모두 탈 수 있기 때문에 꼭 비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2배 정도 교통비가 드는 셈이다. 아이들은 학생이기 때문에 월 정액권이 28,000원 정도된다. 집사람은 주로 차를 운전하고,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중 교통비는 한달에 20만원 정도 든다고 계산하면 된다. 필자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차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 정도 주유를 한다. 리터당 1800원 정도로 독일도 휘발유값이 비싸지는 않아서, 8만원 정도 주유하고 약 450km 정도를 주행하고 있다. 독일에 와서 1주일만에 현찰 박치기로 구입한 1리터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신형 폴로는 연비가 정말 좋아서 마음에 든다. 한달 교통비 30만원 정도를 제하면 230만원이 남는다.


한국에서는 반드시 들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교육비가 여기서는 0원이다. 한국에서는 두아이에게 월 300~400만원 정도의 교육비를 부담했었다. 이 또한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교육비가 많다면 많다고 볼 수 있겠지만 미술을 전공하는 딸아이는 사립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지출만 해도 그 정도였다. 아들내미는 검도,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고 집에서 학습지를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둘다 공립학교의 Willkommen Klass를 다니고 있는데 별도의 교육비가 들지 않는다. 이것만 해도 가계 경제에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 있었으면 좋은 시험 점수를 위한 소모적인 교육비 전쟁터에서 살고 있었겠지만,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관심 속에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독일에 온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시험과 점수만을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여전히 230만원 남았다.


앞에서 언급했던 유튜버가 다루었던 독일의 생활 물가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대형 마트에 가서 한번 장을 보면 20만원을 훌쩍 넘겼었다. 독일에서는 한번 장을 보면 평균 6만원 정도가 나오고 많이 산 것 같아도 10만원은 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한창 많이 먹는 나이라, 거의 매일 장을 보지만 한달에 100만원 정도면 충분한 식비를 부담할 수 있다. 여유있게 130만원 정도 (약 1,000유로)를 오로지 먹는데만 쓴다고 계산해보겠다. 독일 직장에서는 대부분 점심을 집에서 싸오는데, 필자도 집사람이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운다. 따라서 점심값은 거의 들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마시는 물(스틸, 탄산수)과 콜라, 맥주 및 에스프레소 머신과 카푸치노용 우유 등은 회사에서 충분히 제공해준다. 중요한 식비 빼면 100만원 남는다.


생활 물가는 싸지만, 외식 물가는 비싸다는 이야기는 필자도 많이 들어왔다. 저렴한 생활 물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확실히 비싸게 느껴지지만, 필자는 한국에서도 외식을 즐기던 사람이었기에 솔직히 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집사람과 둘이서 다양한 종류의 단골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자주 외식을 했었는데, 기본적으로 둘이서 한번에 6~7만원 정도를 썼었다. 여기서도 여전히 외식을 자주하지만 비싼 축에 속하는 일식집이 6만5천원 정도가 나오고, 보통 4~5만원이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살인적인 외식 물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점심때 가끔 먹는 호무스는 4.5유로, 양도 많고 맛도 좋은 케밥은 3유로 밖에 하지 않는다. 한달 외식비로 40만원 정도를 잡도록 하겠다. 그럼 이제 60만원 정도가 남는다. 


최대한 생각나는 비용을 모두 적어 보았는데, 사실 그냥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겠지만 저축을 하거나 뭔가 다른 것을 더 하기엔 빠듯하다고 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옷도 사야하고 다양한 생활 필수품도 구입해야하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비용이 지출될 때도 있을테니 말이다. 물론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자동차 보험료(한국과 비슷)나 자동차세(한국보다 쌈) 등도 내야 한다. 따라서, 좀더 여유 있게 살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처럼 부부가 같이 일을 하거나 최소 7~8만 유로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경력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여러분이 궁금해할 독일에서의 세금과 물가에 대해서 가볍게(!?) 살펴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IT 업종에서 적당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 4인 가족의 가장이라면 한국과 큰 차이 없는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혹시 필자가 잘못 알고 있거나 빼먹은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아무쪼록 관심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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