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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권 Oct 19. 2022

대학원 연구실 레드플레그 리스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특히나 남들이 위험하다고 플래그를..

한국에서도 대학원에 있어보고 미국에서도 있어보니 사실 대학원 구조라는 것이 부패하기 너무나 쉬운 구조라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진지하지 않은 (진심이 아닌 건 아닌) 레드플레그 리스트를 공유해보겠습니다.


언제든지 댓글로 추가 수정 가능하니 의견 주시고 공감이 가신다면 공유하시어 단 한 사람의 (예비) 대학원생이라도 구해주세요...!


랩 웹페이지가 없는 연구실

회사든 대학원이든 뽑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만큼 시원하게 똘똘하고 똑 부러지는 고용을 하기가 어려운 인력난 시대다. 그러므로 이제는 심리학과와 인지 신경과학과 연구실들도 예전과 달리 뽑는 사람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중 하나가 랩 웹페이지다.


랩 웹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그 랩 연구실에 어떤 사람들이 몇 년 차로 있으며, 어떤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고, 가장 최근 발간된 논문은 무엇인지 볼 수 있는 것이 기본 설정이다. 추가로 많은 랩들은 자랑하고 싶은 뉴스를 뉴스 카테고리에 추가하여 매력도를 높인다.


이렇게 편리하게 랩에 대해서 자랑할 수 있는 플랫폼인 웹페이지가 없는 연구실 혹은 웹페이지가 공룡시대 때 업데이트되고 멈춘 연구실은 대부분 교수님 (그리고 랩 연구원 그 누구도) 이 랩에 대해서 자랑하기가 싫거나 귀찮은 경우인데...


그 귀찮아하는 마음, 혹은 자랑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자세는 내가 그 연구실에 들어갔다가 졸업했을 때 일종의 그 연구실의 상품인 나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 즉 내 추천서나 내 일자리를, 내 안녕을 위해서 홍보하고, 네트 워킹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에 쏟는 에너지도 아주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학생들이 자대 학부생이 없고 외국인이 많은 연구실

자 한번 뽑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미 1년 동안 자기 연구실에서 일한 똘똘한 자대 학부생과 몇 번 줌 미팅하거나 학회에서 본 타대 학부생, 특히 비자 처리와 국내 그랜트, 내국인 한정 그랜트를 딸 수 없고 언어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소통이 원활할지 잘 모르겠는 외국인이 자신의 랩에 지원한다면 누굴 뽑겠는가?


이런 이유로 많은 좋은 연구실에서는 그 랩에 지원하고 싶어서 연구를 학부 때부터 시작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다. 위와 같은 랩 웹페이지를 살펴보면, 설령 그 랩이 아니더라도 다른 아주 유명한 연구실에서 1-2년씩 랩 매니저로 일하고 온 학생들이 많은 것이 특히나 심리학계의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 이때, 내가 가고 싶은 연구실 사람들을 보았는데 자대 학부생이 없고 외국인만 많다... 왜일까? 그 외국인 학생들이 엄청난 천재라서 납치하고 싶어서? 보면 볼수록 학부생 때 대부분의 교수님의 학부생 시절보다 실적이 2-3배로 좋지 않은 이상...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나 인지신경학은 여러 학문의 교차점으로 물리학, 수학, 전자전기 공학과들과 달리 학부 때 모든 대학교가 탄탄하게 가르치는 커리큘럼의 깊이가 깊지 않고, 이는 연구실마다 기본적인 연구를 위해서도 가르쳐야 하는 기본 지식이나 기술들이 각각 있다는 말이며, 이는 학부생으로서 연구실적을 많이  내기 힘든 환경을 의미한다.


자 그럼 연구 실력이 잘 가려지지 않는 환경에서 왜 외국인을 뽑을까? 대부분의 연구실은 어떠한 이유로 자대 학부생이라면 가지 않는 연구실이 된 것임을 시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연구실이 생긴 지 꽤 되었는데도 (예: 박사 졸업생이 이미 3명 정도 있음) 랩원들이 다 혹은 대다수가 외국인이라면, 그 연구실 사람들과 그리고 그 연구실과 같은 과에 있는 다른 연구실 사람들에게 꼭 조언을 구해보자.


학부생 연구조교(research assistant)가 없는 연구실

학부생들은 간지 나는 (cool 해 보이는) 연구실에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다. 그래서 사실 그들의 관심사는 연구를 해본 사람의 시선에서는 너무 안일해 보이고 (naive 해보일) 확률이 크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펀딩을 주는 사람들의 시선이 학부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오 저 연구 재밌겠는데? 중요해 보이겠는데?' (예: 자율주행 자동차, 암 조기진단 연구)라는 연구를 하는 연구실이 있는 반면, 일반인들과 학부생이 딱 들었을 때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게 왜 중요하지? 현실에서 어떻게 쓰이지?' 싶은 연구들 (예: 미국 16세기 영시와 의복문화의 관계성)을 하는 연구실이라면 이 관심 척도와 그 연구실의 펀딩 정도가 상관관계가 꽤 높다는 얘기다.


그래서 학부생들이 '저 연구 배워보고 싶어요!' 하지 않는 연구실이라면 아마도 그 연구실은 펀딩이 적거나, 사양되어가는 분야일 수도 있다. 특히나 위의 항목 와 비슷한 이유로 자대 학부생이 연구 조교로 없다면 타대생은 모르는 이유로 도망가거나 기피하는 연구실이 있음을 주의하자.


연구원들의 표정이 안 좋은 연구실

Stumbling on Happiness라는 행복 심리학 책에서 Daniel Gilbert 교수님은 사람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보고 조언할 수 없으니 자신이 걸으려는 길을 걷는 사람을 보고 조언을 얻는 게 좋다고 했다.


즉, 연구원들의 표정이 곧 그 연구실에 들어갈 학생의 표정이 될 확률이 높다. 사내 정치질이든, 교수님과의 케미든, 연구실적이든 연구원들의 평균적인 안색, 특히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질문 혹은 현재 연구에 대한 질문에 표정이 숨길 수 없게 썩어간다면 레드 플레그다.


사실 이런 질문들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금기 질문이고 심리적 압박에 표정이 좋아질 사람은 적지만, 그래도 학부생 / 대학원 진학 고민 생들에게는 아주 자주 나오는 질문이기에 대부분 대외적인 답변과 표정관리는 기본 장착되어있기 마련인데 이것 조차 안되면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 기제가 작동하지 않고 고장 났을 확률이 높다.


여러 가지가 생각나는데 일단 꼭 적어두고 싶은 것만 우선 적어둡니다...! 슬슬 유학 지원 시기, 대학원 원서 시기인데 한 번씩 훑어보셔서 도움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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