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 놓고 놀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인상적이었다. 처음 이 예전의 가족계획 표어를 어딘가에서 봤을 때 뇌리에 딱 박혀서, 종종 생각나곤 했다.
난 그저 뒹굴뒹굴하며 편하게 놀면서 사는 걸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인가를 목표로 계속 달려야만 이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는 압박에 눌렸다. 앞서의 문구는 '이런 식으로 너 하고 싶은 대로 생각 없이 편하게 놀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무서운 말로 치환이 되어, 나를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목표하고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채찍질로 다가왔다. 딜레마는, 나는 원래 본성이 쉬고 싶고 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을 하더라도, 최대한 품이 안 드는 방향으로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방식으로 하고는 가능한 많이 내 시간을 가지려 하는데, 내 시간이라고 하는 게 결국은 빈둥빈둥하면서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는 게 다반사다. 폰을 만지작하면서, 재밌는 기사 없나 뒤적거리기도 하고, 웹툰을 정주행 하다가 카톡 리스트를 훑으면서, 이 시간을 함께 때울 친구는 없나 찾아보고.. 머리 아픈 생각은 최대한 안 하고, 해야 될 집안일도 최대한 미루며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게 소소한 행복으로 느끼는 게 나의 본성이다. 내 마음의 소리는 언제나 이렇게 외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런 내가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압박을 민감하게 느낀다는 게, 아이러니하고도 슬픈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개 처음에는 여유롭다가 나중에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쫓기는 스타일로 커리어 플랜을 만들고 준비해오곤 했었다.
대학시절, 군대를 다녀와서도 졸업반이 될 때까지, 내가 졸업 후에 어떤 것을 하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는 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에 옮기는 것은 귀차니즘의 벽에 막혀 수그러들곤 했다. 대학생활 내내 친구들 방에 틀어박혀 위닝 실력만 키워온 게 마음이 아파, 졸업해서 못 가기 전에 부랴부랴 급히 지원하여 다녀온 교환학생도 그런 나의 뒤늦은 발동의 결과였다. 그리곤 졸업학기만을 남기고 복귀한 학교에서, 취업을 해야지 급히 결심을 하고, 바로 지원서를 써서 경황없이 준비해서 시험, 면접을 백 미터 달리기 하듯이 진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들어간 첫 회사에서 적응하며 좀 편히 지내보려다가 MBA로, MBA에서 다시 취업, 그리고 이직한 회사에서, 또 새로운 부서로..
이렇듯 틈만 나면 누워서 뒹굴 하다가 다시 벼락치기하듯 전력 질주해온 게 지금까지 나의 삶의 궤적이다. 내가 지금까지 온 길이 정답이라던가 좋은 예시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으면서도 지금의 내가 불안한 많은 이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타산지석이 되기도 하리라 믿어 얘기를 조금씩 풀어보고자 한다.
커밍 쑨!
표제 사진 출처: MBC베스트 극장 '형님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