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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May 08. 2019

도쿄 여행기 1

쉬는 날의 일기

신주쿠, 언니.



도쿄 여행기 1 - 여행이 왜 좋을까?



2019. 05. 02



도쿄 여행기. 


 18년도 1월에 갔던 도쿄 여행이 너무 짧게 느껴져, 언니와 함께 또 도쿄 여행을 가기로 했다. 7시 25분 비행기라 네시에는 공항버스를 타야 해서 아예 밤을 새우고 공항으로 향했다. 모바일 체크인을 한 덕에 빨리 수속할 수 있었고 탑승동으로 향하는데, 설마 기타큐슈처럼 뭐가 걸리지는 않겠지? 하며 검색대를 통과했다. 하지만,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는다. 또 삐삐- 소리가 울리고 공항 직원분께서 몸수색을 하겠다고 하셨다. 대체 왜 항상 걸리는 것일까? 어쨌든 무사히 통과하고 언니와 얘기를 했는데 혹시 어릴 때 뭘 잘못 먹거나, 수술을 하다가 몸 안에 쇠 같은 물체가 들어간 건 아니냐고 해서 덜컥 겁이 났다. 혹시 내 몸안에 가위 라던지 뭐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난 수술 같은 걸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비행기를 타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창문을 통해 비행기가 출발하는 걸 확인하고 나서는 아예 숙면에 빠져버렸다. 이륙 직전 창문을 통해 바깥 배경을 보는 일은 나에게 있어 ASMR보다 더 효과적인 심리적 안정제였던 것 인가. 깨지 않을 것 같았지만 기내식이 나오자 눈이 말똥말똥해졌고 간단히 배를 채운 뒤 또 잠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고 짐은 찾은 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11시 차를 탔으면 좋았겠지만 11시 30분 차밖에 남지 않아 공항에 앉아 조금 기다려야 했다. 아직도 조금 몽롱한 상태였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커피라도 사 먹자 하며 아이스커피를 샀다. 일본에서의 첫 지출에 언니와 나는 기분이 좋아져 시원한 커피를 원샷했다.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 시내로 들어가자 쨍한 햇빛과 선선한 바람이 우리의 일본 방문을 환영해 주는 듯했다. 분명 버스 탈 때만 해도 여린 비가 한 방울 씩 내렸었는데… 날씨가 더워져서 겉옷도 벗고 지하철을 타 숙소로 향한 뒤 짐을 맡기고 점심을 먹기 위해 신주쿠로 향했다. 


 저번 도쿄 여행에서는 신주쿠교엔(공원)만 들리고 신주쿠 시내를 돌아보진 않았는데, 오늘 와보니 굉장히 큰 거리와 건물들에 놀랬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무인양품 매장과 큰 쇼핑몰 등이 우리를 압도했다. 언니와 나 둘 다 생각보다 엄청 크네! 를 연발하며 점심을 먹기로 한 가게로 향했다. 점심은 ‘오우로지 돈카츠’라는 가게에서 돈카츠 카레와 새우튀김을 먹었다. 도쿄를 가기 전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를 조금 찾아보다가 알게 된 가게인데 비주얼이 일단 침샘이 터지고도 남아서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기대 한 만큼의 맛은 아니었지만 첫 식사로 완벽했다. 골든위크 기간이어서 맛집들은 무조건 줄을 설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도 있는 것 같다. 


블루보틀 라떼




 밥을 먹고 나와 한국에서부터 내가 가자고 했던 ‘블루보틀’을 향해 걸었다. 사실 나는 블루보틀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저번 여행에서도 가지 않았는데 이번 도쿄 여행 준비를 내가 맡아서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가서 라떼를 마시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럼 나도 한 번..! 하는 마음이 들었었고. 예쁘고 탁 트인 길을 카메라에 담으며 길을 조금 헤맸다. 그러다 계속 헤매는 바람에 언니의 도움으로 매장을 찾아 그 유명한 라떼를 주문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라떼를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라 일본으로 오기 전 라떼를 좋아하는 엄마에게 라테 맛에 대한 속성 강의를 들었는데, 예쁜 하늘색의 빨대로 한 모금 들이키자 이게 엄마가 말한 그 라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었다는 뜻이다.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한 잔 더 먹고 싶다. 한국에도 오픈한다던데 가봐야겠다. 


 한 손에 차가운 라떼를 들고 기분 좋게 신주쿠교엔으로 향했다. 신주쿠교엔은 저번 도쿄 여행에서 언니와 내가 가장 좋아했던 방문지였기에 여행 계획을 짤 때부터 오기로 했었다. 분명 작년 방문에선 입장료가 2000원이었는데 5000원으로 파격 인상되어있었다. 1년 사이에 신주쿠 교엔에 무슨 일이..? 갑자기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입장료에 언니와 나는 잠깐 망설였고 자세히 읽어보니 학생증을 제시하면 2500원에 입장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언니는 자랑스럽게 대학원 학생증을 지갑에서 꺼냈고, 지갑에 카드 외에는 별로 넣고 다니지 않는 나는 결국 5000원에 입장권을 구매했다. 그래도 막상 들어가니 겨울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푸르게 물든 공원이 입장료에 대한 생각을 싹 없어지게 만들어 주었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고 커플들이 돗자리 위에 여유롭게 앉아있는 잔디밭에 우리도 쪼그리고 앉아 잠시 쉬었다.


 여행을 오면 왜 좋을까?라는 주제로 언니와 얘기를 시작했고 난 당장 내일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하고 대답했다. 사람마다 여행을 할 때 좋은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본이든 어디든, 장소를 떠나 일단 여행을 오면 내일 뭐 할지 대충 정해져 있지 않은가. 현실로 돌아가면 나만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나를 둘러싼 모든 걱정들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또 생각하고 그 생각과 복잡한 고민들이 계속해서 연장되는데, 여행을 오면 당장은 그런 걱정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여행을 오면 행복한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의 말에 언니도 어느 정도 동의를 했는지 그렇네. 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쉬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 저녁을 먹기 위해 공원을 나와 다시 신주쿠 거리로 이동했다. 화려한 간판들이 달린 건물과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 야끼니꾸 집에 도착했다. 이 곳도 줄을 설 것을 예상하고 빨리 온 건데 안으로 들어가자 우릴 제외 한 한 팀 밖에 없었다. 오늘 하루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했다. 고기는 언제 어떻게 먹어도 맛있기 때문에 기분 좋게 먹고 있었는데 아르바이트 생으로 보이는 분이 자꾸 우리가 한 주문을 까먹고 가져다주지 않으셨다. 두 번 정도 반복되자 두 손을 모아 우리에게 ‘ 아임 베리 리얼리 리얼리 쏘리. ’라고 말하셨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일을 시작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긴장한 상태로 보였기에 웃으며 괜찮다 말했다. 아무렴 어때 여행에서 이런 경험 하는 것도 다 추억이지 뭐. 긍정 회로 풀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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