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러는 것인가?
부부싸움은 간혹 굉장히 심오한 이유로, 중대사항 때문에 발발하기도 하지만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약 80퍼센트 정도의 싸움이 유치한 이유 때문에 시작되는 것 같다. 아니, 설령 진지하고 복잡한 이유 때문에 한 싸움이 시작했을지라도, 불길이 번져 가는 가운데 나타난 어느 유치한 이유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있다.
그 순간에는 한없이 진지하고, 한없이 심각하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어느 토론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힘껏 논리를 펼친다.
나는 상대방에게 질 수 없다는 고집으로 전의를 불태우며.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의 싸움을 돌아보면 ‘우리 아빠는 선생님이야’라고 하는 아이에게 지기 싫어서 ‘우리 아빠는 경찰관인데?’라고 받아치는 아이의 말만큼이나 유치하다.
결혼하기 전, 어느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에 빠져서 한참 동안 본 적이 있다.
그곳에 나오는 부부들은 굉장히 유치했고, 싸움은 적나라했다.
대부분의 부부 싸움을 관전하며, ‘왜 저런 것을 가지고 싸우나?’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나는 시청자 입장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며, 조금 져주면 될 것 가지고 작은 것에도 자존심을 세우며 왜 저리 감정 소모를 하나 싶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제삼자의 개입까지 바랄 정도로 우리 사이가 나빠진 적은 없지만, 결혼 생활을 하고 보니 오히려 그런 프로그램에 나오는 싸움보다 우리 싸움이 더 유치하고 적나라한 게 아닌가?
마지막 남았던 디저트 하나, 단어 하나, 눈빛 하나, 그리고 목소리 하나에 일어날 수 있는 게 부부싸움이다.
애초에 양보를 한번 했으면 간단하게 끝날 일을, 쪼잔하고 이상한 이유로 싸움으로 만들어 판을 키우면, 결국 관련 없는 이야기까지 다 나와서 우리는 서로를 거침없이 공격한다.
단어 하나 때문에 싸움이 시작되어서 ‘너는 왜 맨날 그런 식이니?’까지 이어지며 엄청난 일반화의 오류가 일어난다.
그럼 상대방은 일반화에 참을 수 없어서 또 다른 일반화로 받아친다.
그렇게 우리는 티키타카를 지나 점점 단순해지고, 유치해진다.
참 남부끄럽다.
누군가가 우리 부부 사이를 관찰할 수 있도록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 안 한 게 다행이다.
아마 누군가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초딩.... 아니, 유딩 커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부 사이만 벗어나면 둘 다 한몫씩 할 줄 아는, 꽤 괜찮고 성숙한 어른의 모습인데.
부부 싸움만 하면 왜 우리는 자꾸 아이였던 때로 돌아가는 걸까? 왜?
유아기 때 상처가 있어서 그곳에 머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우리가 덜 자라서 그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50대 후반의 나이에 결혼 31주년을 넘긴 우리 엄마 아빠도 비슷하게 싸우는 걸 보면...
그냥 인간의 본성인가?
부부 싸움에는 네가 원하는 만큼 유치하게 굴어도 된다, 라는 암묵적인 룰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걸까.
참 알 수 없는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