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알렉토는 내 잔소리를 듣고 나더니 그냥 머무르기로 한 모양이다. 아, 저 심드럭하게 판단하는 듯한 표정이라니… 마치 몇 년째 사춘기를 못 벗어난 애를 돌보는 보육교사가 된 기분이다. 저 펜 끝에서 나오는 힘만 아니었어도 단 1분도 옆에 두지 않았을 텐데. 그는 나를 그저 편집자로만 생각하겠지만, 어느샌가 나는 그의 매니저가 되어 있었다. 그를 발굴하는 게 내 인생 최대의 전쟁터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밤새도록 그를 최대한 인간답게 보이게 하려 애써야 했다. 그래서 아주 권위 있는 기자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기자는 알렉토에게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내놓는 작품마다 기대를 모으는 성공한 작가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작가가 되는 게 힘든 일인가요?”
정말 단순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알렉토의 대답은 이랬다.
“작가가 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죠. 저라고 특별할 건 없습니다.”
‘화내지 마, 데이지. 참아야 해.’ 혼잣말로 스스로를 달래는 것도 이제 지친다. 작가가 되는 게 어렵지 않다고? 아, 알렉토!
기자는 처음엔 당황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독자들에 대한 모욕 아닌가요?”
나는 얼른 알렉토의 손을 잡으며 끼어들었다.
“X 기자님! 알렉토 씨를 오해하셨네요. 이 친구가 이런 칭찬을 들으면 쑥스러워해서 자신을 낮추는 버릇이 있거든요. 글을 쓸 때는 단어들이 즐겁게 그를 따르지만, 말을 할 때는 단어들이 영 그를 배신하네요.”
기자는 납득하지 못한 눈치였지만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기자가 멀어지자마자 알렉토를 데리고 그 자리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터져 나올 기사가 어떨지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벅찼기에, 더 이상의 소동은 원치 않았다.
그리고 아침, 신문을 집어 든 순간 나는 내 공포와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