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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Nov 30. 2024

아주 NICE합니다.

니스, 프랑스

파리에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애정이 식어갈 때 니스에 방문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니스는 작은 도시다. 연평균 기온이 15°C인 따뜻한 온도를 자랑하는 곳인데 내가 도착한 즈음에는 비가 오는 탓에 살짝 쌀쌀했다.


호스텔 스탭이 말하기를 니스의 날씨는 일주일 단위로 바뀐다고 한다. 이번 주가 따뜻했다면, 다음 주는 쌀쌀하고, 그 다음 주는 다시 따뜻해지는 날씨인 것이다. 내가 도착하기 직전 일주일 날씨가 굉장히 따뜻했다며 호스텔 스탭은 나에게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니스에 딱 일주일 머무는데, 내내 흐리려나?'

날씨 운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해변의 한쪽 끝에 위치한 공항에서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시내에 닿는다. 해변과 살짝 떨어진 곳에 호스텔을 구했더니 조용하다. 로비에 비치된 탁구대와 미니 농구대 덕분인지, 쌀쌀한 날씨 탓인지 한창 돌아다닐 오후 시간인데도 로비에 사람이 많다.


이동하느라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쌀쌀한 날씨 탓에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호스텔 옆에 위치한 쌀국수집에 들어갔다. 파리와 니스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베트남만큼이나 프랑스는 쌀국수가 맛있다는 점이다. 가격은 베트남의 몇 배는 되지만 맛있으니 그거로 됐다. 배가 고파서인지, 날이 추워서인지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을 금세 비워냈다.


든든해진 배를 통통거리며 행동반경을 시가지로 좁혔다. 니스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둘러보고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길을 따라 나있는 길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나처럼 걷는 사람과 달리는 사람, 그리고 연인들이 보인다. 쌀쌀한 날씨지만 해수욕을 즐기는 가족들도 보인다. 얼굴에는 저마다의 행복이 가득하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무해한 웃음을 짓는다. 여행자의 신분이든 그렇지 않든.


뭉근한 구름을 비집고 떨어진 한 줄기 햇빛이 수면에서 부서져 반짝인다.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이 참 예쁘다.  


비 오는 니스는 운치 있었다. 비가 와서 추웠고 3월이지만 아직 겨울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곧 맑아질 날씨를 기다리며 여유로웠다. 호스텔에 들어가서 낮잠을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며 정처 없이 시가지를 걸어본다. 찬 바람에도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니스 사람들을 보니 해산물을 즐겨 먹는 듯했다. 항만 도시라 그런 거겠지. 생선과 갑각류, 조개 등은 어느 식당에서나 준비 돼 있는 식재료다. 고기보다 생선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저녁으로 선택한 메뉴는 배스구이였다. 성인 팔뚝만 한 커다란 배스를 통으로 구워서 가져다준다. 요리의 전체 모습을 보여준 후 다시 가져가 먹기 좋은 크기로 발라내준다. 함께 주는 소스와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크기가 큰 만큼 가격도 비싸지만 괜찮다. 원래 여행은 돈 쓰는 재미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곁들인다.


'나도 한 잔 시켜볼까?' 

생각해 보지만 술은 아예 마시지 못하기에 괜한 도전은 하지 않기로 한다.


고소한 배스를 먹고 다시 시가지를 산책한 후 호스텔로 향했다. 로비에 앉아있던 한 여행자와 미니 탁구대에서 탁구를 몇 세트 쳤다. 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프랑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파리에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프랑스 자체가 싫어질 뻔했는데, 니스가 참 예쁜 도시라서 파리의 기억이 잊혀지는 것 같다고 했더니 재미난 일화를 들려준다.


우리는 흔히 프랑스 하면 파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프랑스인들은 남부 도시를 떠올린다고 한다. 니스와 아를, 모나코 등 남부의 여유로움을 사랑하고, 남부의 날씨를 사랑한다. 하나의 예로 프랑스에서 일하는 부부 중 한 명이 갑자기 파리로 발령이 났다고 하면 가족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우울해진다고 한다. 반면 남부로 발령이 난 가족은 축제 분위기일만큼 파리에 대한 인식은 프랑스인들에게도 썩 별로인가 보다. 더러운 파리를 느낀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괜스레 안도감이 든다.


니스는 일반 형용사 NICE와 동철어다. 그래서인지 모르나 Nice ville로도 자주 쓰인다고 한다. 따뜻한 기후를 자랑하는 만큼 영국과 미국의 은퇴한 부자들도 많이 산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온화하고 여유가 넘친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아주 나이스한 니스. 파리에서 좋지 않았던 기억을 니스의 해변에 씻어내고 떠나본다.


쌀쌀한 일주일이 지났기 때문일까. 니스를 떠나는 날, 파란 하늘과 내리쬐는 햇볕까지 니스에 있으면서 처음 마주한 맑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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