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는 수많은 유적들이 있는 도시지만, 내게는 어릴 때 읽은 그리스로마신화가 가장 먼저 떠올라버린 신화의 도시였다.
로마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에스프레소와 티라미수뿐. 공부가 필요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남부투어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은 필수 코스라는 말에 두 개의 투어를 신청했다.
바티칸투어의 집결시간은 오전 7시 50분이었기에 일찍부터 서둘렀다. 바티칸 투어와 남부투어 등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투어가 많기 때문에 호스텔에서도 오전 6시부터 조식이 제공된다. 피곤한 탓인지 늦잠을 자버린 바람에 조식은 챙겨 먹지 못하고, 집결장소인 테르미니역으로 향하는 길에 커피와 바게트를 구매했다.
나 제법 유러피안 같잖아?
테르미니역에서 바티칸까지는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이탈리아 로마에 둘러싸인 형태로 존재하지만 이탈리아와 다른 나라로 엄연한 독립국인데 전철을 타고 이동하니 기분이 묘했다.
바티칸 박물관은 총 54개의 미술관에 1400여 개의 방을 채우고도 남는 어마무시한 양의 작품을 보유한 세계 최대 박물관이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 중세·르네상스·바로크 미술과 현대 예술 등 수천 년에 걸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몇 날 며칠을 둘러봐도 다 보지 못할 만큼 방대한 양이기에 투어에서는 핵심적인 작품들 위주로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꼽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우리가 잘 아는 <모나지라>와 <최후의 만찬> 등 대표적인 작품들을 남겼고, 미켈란젤로 역시 <피에타> <다비드> <최후의 심판> 등의 작품을 남겼다. 미술 문외한인 나 조차도 이 두 사람의 작품을 알만큼 유명한 화가들이다. 라파엘로는 내게 조금 생소한 인물이었지만, 빼어난 인성과 실력으로 바티칸박물관을 대표하는 작품 <아테네학당>을 그린 화가였다.
천재적인 화가들이 그린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노라니 제법 문화인이 된 것 같았다. 성경에 기반하여 그려진 작품들도 많았기 때문에 크리스천인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풍성했다.
바티칸 박물관 밖을 나오니 성 베드로 성당이 보였다. 성당은 미켈란젤로를 포함한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 여럿이 건물을 설계했고, 수 차례 설계 변경 끝에 완성된 건물이라고 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대표할 만한 것들을 채워져 있던 까닭일까.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고 한다.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로 들어가 봤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비롯해 수많은 조각상들이 있었고, 모자이크로 유화를 재현한 호화로운 벽화도 많이 있었다. 대성당 구석구석에 위치한 모든 작품은 예술품이었다. 성당의 실내 장식은 기존 르네상스 양식에 따라 화려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각과 모자이크를 추가하면서 바로크 양식으로 변했다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부터 성 베드로 성당까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바티칸의 모습을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