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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분을 위로 끌어올려주다

로마, 이탈리아

by 우연

4시간의 바티칸 투어를 마무리한 후 판테온 신전과 트레비분수 등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트레비 분수는 물보다 사람이 많았지만, 파란 하늘과 맑은 물색, 하얀 조각상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냈다. 트레비 분수를 조각했다는 베르니니도 만만치 않은 천재가 아니었을까.


소매치기로도 유명한 로마, 특히 사람 많은 트레비 분수에서는 소매치기가 훔친 지갑을 다시 소매치기당한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앞으로 맨 가방을 꼭 쥔 채 젤라또를 떠먹는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던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기본 티라미수와 딸기가 가득히 올려져 있는 티라미수를 사 들고 스페인 광장 계단에 앉았다.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로 Tirare(들어 올리다) mi(나를) su(위로)의 합성어다. '나의 기분을 위로 끌어올리다' 즉, 기분 좋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달콤한 티라미수를 먹으면 입안에 달콤함이 가득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티라미수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먹는 티라미수는 가히 천상의 맛이었다. 마스카포네 치즈의 부드러움이 온몸을 감싸안았다. 여기에 에스프레소를 한잔 탁 털어 넣으니 달콤함이 깔끔함으로 바뀌면서 완벽해졌다.


조용한 트레비 분수가 궁금해 늦은 밤과 새벽 다시 한번 트레비 분수로 향했다. 물 떨어지는 소리보다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더 가득했던 트레비 분수는 낮과는 다른 소리를 들려줬다. 트레비 분수에 도달하기 몇 블록 전부터 분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귀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분수 소리를 들으며 도착한 트레비는 낮에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함 속의 요란함이 펼쳐지고 설렘에 흠뻑 젖어 들었다.


오른손에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 너머로 던지면 좋은 일이 찾아온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트레비 분수. 인파에 휩쓸려 낮에 던지지 못한 동전을 한번 던져봤다. 한 개를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개를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올 수 있으며, 세 개를 던지면 행운이 온다는 썰이 있다. 나는 물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트레비 분수에 동전 두 개를 던졌다. 트레비에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로마에 다시 오게 될 것이다.


다음날 남부 투어는 바티칸 투어보다 1시간 빠른 오전 6시 50분 집결이었다. 로마에서 출발해 폼페이를 거쳐 아말피 해안도로를 따라 소렌토 전망대를 찍고 포지타노에 이르러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장장 12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의 투어다.


로마에서 3시간을 달리면 사라진 도시 폼페이에 도착한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30분 만에 사라진 도시 폼페이. 그 모든 것이 그대로 굳어버린 폼페이 유적을 발굴했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 앞에서 인간은 참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특히 임산부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몸을 웅크린 채 굳어버린 석고상을 보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몸을 웅크려도 폭발하는 화산으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없음을 알았을 텐데 그녀는 어떤 심정으로 몸을 웅크려 아이를 보호하려 했을까. 나는 죽더라도 아이만은 살기를 바랐겠지. 그녀의 바람은 유적으로 남아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소렌토는 전망대를 볼 목적으로 방문한 것이기에 파란 하늘과 탁 트인 풍경을 바탕으로 사진을 촬영한 후 아말피 해안도로를 달려 포지타노에 이르렀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포지타노, 가파른 절벽에 빼곡히 지어진 집들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다를 통해 침략해 오는 적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절벽 위에 지은 생명의 터전이 지금은 절경이 되어 전 세계 수많은 여행자를 불러들이는 보물이 됐다.


니스와는 또 다른 느낌의 포지타노에서 신발을 벗어 던진 채 자갈 해변을 걸었다. 맑은 바다의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문득 어린아이처럼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었다. 낮 기온은 20°C를 훌쩍 넘은 탓에 바닷물은 차지 않았다. 이탈리아 남부의 3월은 여름이었다.


포지타노의 명물이라는 레몬 사탕과 레몬 슬러시도 맛봤다. 상큼한 레몬 맛이 더위를 잊게 했다. 자갈 해변을 지압 삼아 걷다 보니 이곳에서 1박을 하며 더 구석구석 돌아보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투어가 아닌 렌트를 해서 포지타노에서 꼭 1박 이상을 해보리라.


달콤한 티라미수와 함께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맑은 바다가 선물해 준 하루, 그렇게 남부 투어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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