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부부, 같이 일해요(12)
저희는 이것저것 떠벌리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사내연애도 처음에는 비밀로 시작했습니다. 정말 비즈니스적인 말만 하고 사적인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합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서로 먼저 "저희 사귀어요!!"라고 얘기하고 다니지는 않았어요.
다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차가 있는 제가 항상 서비 씨를 집에 데려다줬는데 (차로 5분 거리에 서비 씨 집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같이 퇴근을 했고, 출근도 항상 함께 했기 때문에 사실 티가 나려면 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원래 사내연애는 사귀는 사람들만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던 거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부원장님께서 아주 밝고 우렁찬 목소리로 "선생님들 둘이 사귀죠!"라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아찔한데, 다들 퇴근하고 우리 셋만 남은 공간이어서 다행이지, 사람들이 다 있었으면 부끄러워서 수치사할 수도 있었어요.
그 순간에 화끈한 저는 바로 "네"라고 대답을 했지만 서비 씨는 고장이 잘 나는 로봇이라 바로 버퍼링이 걸립니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졌어요.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당황한 서비를 앞에 두고 부원장님은 "언제부터예요~ 예쁘게 사귀세요! 결혼하는 게 최고입니다."라고 말씀하시고 저희 당황한 표정을 보시더니 얼른 퇴근하셨어요.
사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제가 친한 사람 딱 한 분께 말씀을 드렸는데 그분이 소문을 내고 다니셨을지도 몰라요. (부원장님이 알고 말씀하신 걸 수도) 이제는 입사하시는 분들께서 저희가 사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들어오시는 거 같아요.
굳이 알리고 싶지도 않고, 알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이 드는 이유는 저희가 일할 때는 정말 사적인 감정을 다 빼고 일하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이 보기엔 로맨스 필터가 걸려 있어서 서비 씨가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틋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같이 있을 때와 학원 내에서 같이 있을 때 온도 차이가 정말 크기 때문에, 일할 때는 감정 다 빠지고 일하는 느낌이 듭니다.
최근에는 "결혼소식"을 알릴 듯 말 듯 하고 있는데, 이미 수다 좋아하시는 부원장님은 알고 계시고, 같이 살 예정이라는 것은 다른 분들께는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는 이유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부끄러운 마음도 함께 드는 거 같아요.
위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저는 회사가 크지 않지만 저랑 서비 씨가 담당하고 있는 약 100명의 학생들을 포함하면 저희 둘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학부모까지 합쳐버리면 세미 인플루언서 아닐까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티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저희의 생활반경이 뻗어있는 구간이니까 저희를 마주치는 학생들도 많고, 실제로 같이 퇴근하는 것도 많이 봤기 때문에 은근 다 눈치채고 있었어요.
최근에는 학교에서 저희가 아주 큰 이슈라고 하더라고요. 연예인 된 기분으로 공식입장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기사라도 써서 내야 할까 봐요. 어쩌다가 저희에게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저는 대답을 피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어요. 그게 벌써부터 인정하는 부분 아닐까요.
제목에 대한 결론은, 사내연애 들키는 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굳이 잘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사람들이 보이는 대로 생각한다고 하는데, 선전지의 주인공이 된 기분은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굳이 해명하고 싶지도, 나서서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오랜만에 썰을 가지고 왔는데, 일상 글도 함께 올려야 할까요? 고민이 되는 월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