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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리 Dec 14. 2023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결혼식

곧 부부, 같이 일해요 (11)

일 벌이기를 잘하는 사람, 그걸 수습하기를 잘하는 사람 둘이 만나면 시너지가 커집니다.

그게 바로 저희 둘이에요. 일에서 만난 사이로, 곧 2년이 다 되어가는 사이죠.

상견례는 끝이 났습니다. 이제는 결혼식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제목 그대로 저희는 결혼식이 하기 싫습니다.

철없는 소리로 들릴지는 몰라도, 한 번만 들어주세요. 



하기 꺼려지는 이유 1. 귀차니즘

우선 스드메, 식장, 밥 등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하나 일일이 준비를 어떻게 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솔직히 알아보고 발품 팔고 할 자신이 없습니다. 철없을 때 훅 해버려야 하는 것도 알고 있는데, 한 번 알아보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픈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기 꺼려지는 이유 2. 일 년 준비 후 하루아침에 끝나는 파티

보통 준비 기간을 1년 정도 잡고 준비하더라고요. 결혼하겠다 마음먹은 것도 하루 만에 생각 정리가 끝났는데, 길고 험난한 여정을 1년 동안 기다리는 것이 사실은 참을 수 없을 거 같아요. 

결혼식 당일은 어떤가요, 지인들을 불러서 함께 얼굴 보고 축하하는 자리의 주인공이 '나'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결혼식은 2-3시간 안에 끝이 나잖아요. 그 시간을 위해서 일 년 동안 준비해야 한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듭니다.


하기 꺼려지는 이유 3. 예산

집을 산 것도 한몫을 한 것 같은 게, 부차적으로 들어가는 돈들이 조금은 아깝다고 느껴졌습니다. 결혼식을 당장 하는 것보다 집에 들어가서 살고 (혼인신고 순서는 고민해야 할 문제) 조금 있다가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얘기한 것도 있어요.



하지만 해야 하는 이유 1. 부모님의 만류

그러나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부모님이요. 각자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사실 양쪽 부모님의 의견이 조금 갈리기는 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제 의견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씀이셨고, 서비 씨 부모님은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인데 꼭 드레스 입고 사람들한테 축하받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비용적인 문제는 부모님이 잘 해결해 줄 테니까 그런 거는 걱정하지 말고 한번 알아봤으면 좋겠다, 말씀하셔서 결국 결혼식을 진행하게 될 듯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하기 싫긴 하지만 언젠가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 것은 알고 있다... 하기 싫어서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고요. 하기 꺼려지는 이유 3번이 부모님의 도움으로 사라지게 되면 저희가 잘 참고 1년 동안 존버만 잘 성공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하루하루 즐기면서 사는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 조금씩 조금씩 준비해 보면 되겠지요...?


어린아이의 생떼와 비슷한 하소연이나 넋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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