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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한량 Dec 10. 2018

자전거 도둑 들끓는 코펜하겐

덴마크 라이프#  당신의 자전거는 곧 모두의 자전거  




자전거의 실종


생애 첫 자전거라며 삼 주간 잘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외출을 하려는데 집 앞에 주차되어 있던 자전거가 사라진 것이다. 한 시간 가량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느 곳에도 자전거는 없었다. 이렇게나 빨리? 이렇게나 어처구니없게? 이 곳에서 발이 되어주던 자전거의 유실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 며칠 전 바퀴에 보라색 스프레이가 살짝 뿌려져 있어 이게 뭐지 했었는데, 그제야 알았다. 누군가가 훔쳐갈 물건을 미리 점찍어 놓고 갔다는 것을. 


코펜하겐은 안전하고 치안 좋은 나라라며! 이건 너무도 큰 배신이다. 중고자전거라 비싸게 주고 샀던 건 아니었지만 피코라고 이름도 붙여줘 가며 반려동물처럼 애착을 가졌던지라 마음이 더 아팠다. 




영정사진이 되어버린 피코의 사진




다음날 점심시간,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모두들 자전거 도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나는 코펜하겐에 삼년남짓 살면서 지금까지 세 대의 자전거를 잃어버렸어. 한 번은 누가 물에 던져놨더라고"

"나는 첫 해에 반년도 안돼서 두 번 연속으로 잃어버리고 자전거 근처에 덫을 설치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어"

"난 더 슬퍼. 통째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자꾸 부품만 떼어가... 뒷바퀴, 핸들, 안장, 바구니와 벨까지. 전부 미트패킹 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일이야"


외국인도 있지만 덴마크 현지인들도 자주 잃어버린다고 했다. 별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걸 보니 그 빈도가 정말 높은 것 같았다. 그런데... 




도둑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자전거를 잃은 자들의 처절한 대화를 듣던 인턴 동기 크리스찬(범죄자 실명 공개)이 한마디를 거들었는데,  아... 그 말은 넣어두는 편이 나았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어?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거기 나랑 내 친구들이 자전거 쇼핑하러 가는 곳인데! 어떤 날은 부품을 가지러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자전거를 통째로 가져오기도 해!”

"!!?... 뭐라고?"



너였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물론 크리스찬이 피코를 훔친 건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우리가 욕하던 도둑이 바로 앞에 앉아있었다니. 게다가 절도를 자전거 쇼핑이라고? 나는 밥을 먹다 말고 포크를 공격적으로 집어 들고 따졌다. 

“네가 내 피코 훔쳐갔지! 너 같은 놈 때문에 여기 우리 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거야 이 도둑놈아!”

"너 뚜벅이네. 내가 내일 미트패킹 스트릿에서 하나 갖다 줄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펜하겐에서 굉장히 흔한 자전거 쇼핑의 한 방법이라며 뿌듯해하기까지 했다. 부주의하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주인들의 자전거를 자신이 얼마나 예술적으로 들고 튀는지 설명하는 저 뻔뻔한 낯짝을 보고 있자니 먹고 있던 빵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양심은 대체 어디에 팔아먹은 거냐. 




photo credit: thebestbikelock.com
공공 자전거 주차장이 누군가에겐 쇼핑공간이 될 수도 있다. cyclingwithheels.wordpress.com



코펜하겐에서는 하루 평균 200대의 자전거 도난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아무리 자전거가 많다고는 해도 인구수를 생각해 봤을 때 꽤 많은 수의 도둑들이 그야말로 열일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조심해야 할 장소들은 (도둑 피셜) 자전거가 떼거지로 모여있는 역 근처의 주차장이나 미트패킹 스트리트라 한다. 


자물쇠를 잘 잠그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가능한 움직일 수 없는 시설물과 함께 묶어두거나, 두꺼워서 끊을 수 없는 체인을 감거나 두 개의 자물쇠를 양쪽 바퀴에 하나씩 거는 방법을 가장 많이 추천했다. 또 조명과 벨은 가장 빈번히 도난당하는 부품들이라 주차 시 꼭 분리해서 가지고 있으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구매하기 전 고유번호를 체크해  도난당한 물건인지 확인하고, 구매 후에는 덴마트 자전거 등록 사이트에 들어가 자전거의 정보를 등록한다. 도난당했을 시에는 덴마크 경찰청 사이트에 들어가 리포트한다(*신고 사이트 주소: www.politi.dk). 회수율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photo credit: metropolife.net



한바탕 소동 이후 자전거 상점을 들어갔는데, 나처럼 도난을 당해 두 번째 자전거를 사러 왔다는 프랑스인과 덴마크인이 내 손에 들려있는 가녀린 한 줄짜리 자물쇠를 보고는 내게 충고했다. 그런 간단한 자물쇠 하나를 걸어놓는 건 여기서 '이 자전거를 가져가십시오' 바치는 꼴이라고 말이다. 아차, 나는 한 차례의 실패 후에도 배우는 게 없구나. 그리하여 그들의 충고대로 3kg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체인 자물쇠를 두 번째 자전거 브라우니에게 걸어주며 다짐했다. 다시는 널 잃어버리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코펜하겐에서 사시는 분들, 자전거 도둑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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