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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한량 Dec 03. 2018

치솟는 물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덴마크 라이프# 덴마크와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 비교 





덴마크, 그중에서도 코펜하겐은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다. 이런 도시에서 문자 그대로 '쥐꼬리만 한' 인턴 월급으로 연명해야 했던 나는 굶어 죽지 말라는 친구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코펜하겐으로 왔다. 참고로 덴마크는 인건비가 높아 아르바이트 기준으로 시간당 우리 돈으로 이만 원 정도를 받지만 인턴은 임금의 사각지대에 있다. 미국에서는 인턴을 보통 시급으로 계산해주지만 덴마크에선 불행히도 인턴을 학생이자 회사에서 배우는 문하생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 일정 금액으로 정해져 있다. 



잠시 알아보고 가는 덴마크 인턴 월급 

국가 지정 매월 6000 크로네 = 100만 원 

이런 제도 때문에 나를 비롯한 12명의 인턴 동기들은 회사를 때려치우고 시급 받는 알바를 찾자며 종종 푸념했다. 하지만 알바를 하고 싶어도 외국인의 경우에는 지정된 회사를 끼고 인턴 비자를 받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외국국적 동기들과는 달리 덴마크 출신 인턴 친구들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도 뛰었다. 아, 어느 나라나 청춘들은 고달프구나. 



photo credit: unsplash.com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계에 대한 걱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는데, 의외로 나는 이곳에서 꽤 잘 먹고 잘 지냈다. 외식비를 타이트하게 줄이고 장을 봐서 요리를 해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점심은 회사에서 제공). 덴마크에서 장을 보는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들러 싱싱한 재료를 사서 밥을 해 먹었다. 곰곰이 따져보니 한국에서 장을 볼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 같아 한번 알아보았다.       




조금 충격적인 한국의 물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비싼 도시(출처: The Economist)

알고 나면 화병 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비싼 도시:


다음은 The Economist Group에서 발표한 2018 물가지표다. 이는 식품과 담배, 가솔린 같은 기초생활 소비물품들을 비교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북유럽 최고의 물가라 불리는 석유 부국 노르웨이와 그보다는 덜 하지만 역시 살인적인 물가라 불리는 덴마크 코펜하겐 사이에 대한민국 서울이 껴있다(너 거기 왜 있니...). 여기서 중요한 건, 물가는 상위 랭크지만 소득지표에서는 20위권 내에도 없다는 것이다(노르웨이 5위, 덴마크 11위, 한국 29위). 



'물가도 오르고 술값과 담배값도 오르고 기름값도 오른다. 안 오르는 건 내 월급뿐이다.'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나 보다. 소득 순위 29위인 나라가 물가는 7위이니 우리가 입는 상대적 타격이 얼마나 클까.    







한 도시에서 최소 1주일 이상 머물며 생활해보면 그 나라의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할 수 있다. 장기간 머물렀던 이탈리아 로마, 미국 뉴욕, 덴마크 코펜하겐 만 놓고 보면(고급 식료품점 제외) 서울에서 장을 볼 때 위 나라들보다 대략 1.2-1.5배 정도를 지불했던 것 같다. 비슷한 재료의 같은 1인분의 양을 사도(두 나라 공통적으로 많이 먹는 식품 기준) 코펜하겐의 Fotex라는 대형 마트에서 3만 원 을 냈다면 한국의 이마트에서는 4만 원 이상을 내야 했다. 가끔 엄마를 따라 마트를 가면 계산대에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엥겔지수 높은 집 아님). 아니 대체 뭘 산 게 있다고 이렇게 나와?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래 이것아, 이게 다 네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들이다"


억울하옵니다 어머니  


          

photo credit: nepalisansar.com



물론, 인건비가 훨씬 비싸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건 역으로 덴마크가 훨씬 비싸다. 그렇지만 외식은 줄일 수 있어도 식료품을 사는 것은 필수항목이기 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뉴스에서는 늘 삼겹살 값이 오른다, 라면과 우유값이 오른다 하고, 어머니들은 매대 앞에서 한숨을 쉬시고. 그런데 미국 덴마크보다 간접세도 낮은 한국의 물가는 왜 이렇게 비싼 건지. 우리나라의 식품산업 유통구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대형 마켓 체인점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코펜하겐의 식료품 물가가 처음부터 이렇게 저렴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두세 곳의 회사에서 덴마크에 공급되는 모든 식료품을 독과점했었기에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매했었다. 이윽고 규제가 풀리면서 여러 소매 유통업들이 시장으로 뛰어들었고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들 슈퍼마켓의 수는 우리나라의 편의점 수만큼이나 많아 원하는 대로 골라갈 수 있다. 널린 게 슈퍼마켓인데 가격을 안 내리고 배길까. 몇 개의 마켓 브랜드가 공룡이 되어 초원의 풀을 전부 먹어치우는 우리나라의 시장과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펜하겐에는 현재 Rema 1000, Irma, SuperBrugsen, Føtex, Netto, Lidl, Fakta, Kvickly, Aldi, Bilka, Coop 등 10개가 넘는 슈퍼마켓 체인들이 있다. 며칠에 한 번 꼴로 각 마트에서 세일 품목 전단지가 배달되기 때문에 꼼꼼히 비교해보고 원하는 물건을 더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 신선도와 질적 측면에서 아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상향 평준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여러 마트를 돌아보며 골고루 이용했었다. 부모님 집에 눌러앉아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덴마크에 와서야 스마트 소비자 행세를 하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모습이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지갑을 지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photo credit: hispacoop.org



이 글을 정리하면서, 저런 화병을 일으키는 통계자료를 보고 있자니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 곧 연말인데 우울한 소식은 그만 듣고 싶다. '물가가 안정되었습니다'라던가 '내년부터는 월급이 대폭 인상됩니다'와 같이 모든 가정을 웃음 짓게 하는 좋은 뉴스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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