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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한량 Nov 16. 2018

덴마크 수제 맥주 브랜드, Mikkeller

덴마크 라이프# 펍 - 미켈러 앤 프렌즈




미켈러 브랜드는 2006년 덴마크에서 처음 만들어진 비교적 신생 맥주 브랜드다. 그런데도 벌써 세계 40개국에 수출되어 연일 상한가를 달리는 핫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멀고도 먼 북유럽의 작은 맥주 브랜드가 몇 년 전 한국의 가로수길에도 상륙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정말 대단한 모양이다.     

     




photo credit: megganard.com


미켈러를 처음 알게 된 건 코펜하겐에서였다. 덴마크 친구에게 로컬들이 사랑하는 맥주집을 소개해 달라고 졸라 가게 된 첫 번째 집이자 단골이 되어버린 맥주집이었다. 주말 꽤 이른 오후부터 외부 벤치에 사람들이 쪼르르 앉아 저마다 색색의 맥주를 마신다. 바람이 꽤 쌀쌀하게 으슬으슬 온몸을 감싸는데도 그들은 굳이 딱딱하고 협소한 벤치에 서로 힘겹게 낑겨앉아 있었다. 유럽 사람들 특유의 테라스석에 대한 집착이 북쪽 나라에서도 유효하구나 싶어 웃었다(이탈리아 친구들은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테라스석에서 술 마시는 걸 고집한다).   



photo credit: megganard.com



내부에는 스칸디나비아풍의 가구와 테이블마다 하나씩 있는 촛불, 북유럽 특유의 파리하고 깨끗한 색, 심플하지만 아늑한 인테리어가 덴마크의 술집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미켈러는 자신들의 양조장에서 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맥주 양조장들과 콜라보로 끊임없이 새로운 종류의 맥주들을 만들어내고 있어 '집시 브루어리' 혹은 '유령 브루어리'로 불린다고 한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남의 집에 얹혀살면서 맥주를 만드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대형 브루어리에서 똑같은 맥주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보다, 로컬 양조장들도 살리면서 특색 있는 맛을 창조해내는 그들의 '마이크로 브루어리' 전략이 참 신선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바는 두, 세 개에 불과하지만 여러 지역 식당들과 협업해서 자신들의 맥주를 납품하고 있고, 현재는 병맥주도 샵에서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자신들의 양조장 하나 없는 떠돌이 집시지만 덴마크 사람 모두가 미켈러 맥주를 잘 알고 또 좋아한다. 



photocredit: visitcopenhagen.com


메뉴판을 보면 이런 식으로 칠판에 손글씨로 휘갈겨쓴데다가 종류도 너무 많아(자주 가던 Stefansgade 거리의 미켈러 바에는 40개가 넘는 종류가 있었다) 뭘 시켜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이럴 땐 당황하지 않고 물어보는 게 최고다. 바텐더에게 좋아하는 취향이나 찾고 있는 맛에 대해 얘기해주면, 작은 컵에 추천 맥주를 따라준다. 시음해 보고 입맛에 맞으면 작은 사이즈와 큰 사이즈 중에 골라서 시키면 된다(도수가 높은 맥주는 작은 사이즈밖에 제공되지 않음).

   


여기서 잠깐, 맥주 종류에 대해 참고하세요! 


photo credit: 조선일보 그래픽



너무 물 같은 맥주는 먹다가 배가 불러 에일과 IPA의 중간 정도의 맛을 좋아한다고 얘기했더니 바텐더는 내게 도수가 조금 높고 신맛이 강하며 적당하게 떫은, 발효된 로제 와인 같은 맥주를 추천해줬다. 신맛이 나는 맥주는 호불호가 조금 갈리지만 내 입맛에는 너무 잘 맞아 결국 앉은자리에서 같은걸 세잔이나 마시고 알싸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갔다.   



과음하지 마세요~ 
photo credit: google map_anders jensen



옆 테이블에 덴마크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각자 맥주 한 잔씩을 앞에 놓고 미친 듯이 떠들고 있는 걸 보니 한국에서 술 마시던 생각이 많이 났다(특히 쏘맥 생각이). 혈혈단신 맥주만 마시다 보면 본능적으로 안주를 찾게 되는데, 해외에 나와 맥주를 마시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그리워하는 것은 아무래도 '치느님'이 아닐까! 이 곳의 거의 유일한 안주인 육포를 아쉬운 듯 씹으며 나는 치킨과 함께하는 우리나라의 호프집을 잠시 그리워하기도 했다.



photo credit: visitcopenhagen.dk



미켈러는 작은 실험정신으로 시작해 로컬 시장과 끈끈하게 맺어져 주류회사 특유의 대규모의 마케팅 없이도 덴마크를 대표하는 맥주로 성장하고 어느새 세계 시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중이다. 글로벌화에 대적하는 지역화 물결(Localization)의 승리를 보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요즘엔 보편화된 입맛으로 통일하기보다 개인의 개성에 맞춰 수제 맥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특색 있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지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종류의 맥주들이 개발되어 우리를 찾아올까 하는 생각에 애주가는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조만간 가로수길의 미켈러 바도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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