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2.09.11
Cetara
점심 - Ristorante Cetara Punto e Pasta
저녁 - Mr. Crocche, Pepe Nero
숙소 - B&B il Soffione Home (https://maps.app.goo.gl/4Qho6wL6naHCVMa28?g_st=ic)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말피 해안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변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포지타노나 아말피가 아닌 살레르노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체타라 라는 곳이다.
체타라까지 가는 버스가 얼마나 자주 오는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바로 눈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결국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렸는데, 한국에서 일상을 살아갈 때의 한 시간과 여행하면서 보내는 한 시간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국에서 내가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울 테지만, 여행지에서는 이상하게도 모든 시간이 소중해진다. 비록 그 시간 동안 그저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포지타노에 비하면 체타라는 그만큼 아름다운 마을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어느 정도 있는 곳 특유의 여유로움이 좋았다. 버스에서 내려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라비올라를 시켰는데 에피타이저와 식후주인 그라파를 주는 곳이었다. 물도 시켜야 하고 자릿세까지 따로 받는 이탈리아에서 이런 서비스는 처음이었다.
바다는 물이 깨끗하고 파도도 세지 않아 수영하기에 딱 좋아 보였다. 가격도 괜찮아 해변 바로 앞에 있는 파라솔과 의자를 빌렸다. 바닷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다가, 낮잠을 자고,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다가, 청포도를 먹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하고 있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만큼.
바다를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어른들은 수영을 하지 않고 그저 바다에 몸을 허리까지만 담그고 서있었다. 한 번쯤은 물속에 들어갈 수도 있는 데 내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계속 그 상태 그대로였다. 날씨가 더우니 바다엔 들어가겠는데 몸을 다 담그기는 싫으니 그렇게 반만 담그는 것일까?
살레르노로 돌아가는 버스는 체타라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보니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아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길은 험하고 막혀 살레르노에 도착하고 나니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이 살레르노를 구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에 마지막 힘을 내 도시를 구경하기로 했다.
해변가를 따라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중간중간 길거리 음식도 팔고, 공연도 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상점에서 나오는, 절대 지금의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클럽 음악을 들으며 걷다, 구경하다를 반복했다. 올드 타운은 나폴리와 비슷했다. 중심 거리에는 큰 상가들이 많지만, 한 골목만 들어가면 마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거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저녁으로는 어제 먹었던 크로켓이 또 생각이 나 포장을 하러 가니 현지인 손님이 많았다. 역시 맛집이 맞았던 거 같다. 그리고 버스 타고 숙소에 오면서 보았던 Pepe Nero라는 레스토랑에서 토마토 해산물 스튜까지 사 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지금까지 먹어 본 해산물 스튜 중에 손꼽힐 정도로 맛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올리브와 케이프가 들어있었다. 지금까지 올리브는 와인 안주로, 케이프는 연어와 같이 먹는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두 재료가 스튜의 짠맛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깊은 짠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