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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07. 큰 볼거리는 없다

이탈리아 36일 여행기

by 하도

22.09.12

Salerno -> Matera 이동

점심 - Trattoria Lucana

숙소 - airbnb https://www.airbnb.co.kr/rooms/14423090



저번 여행에서는 로마에서 4박 5일을 머물렀다. 보통 그중 하루는 다들 남부 투어에 가는데 찾아보니 나폴리와 폼페이가 큰 볼거리고 마지막에 아말피 해변도 잠깐 들리는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밑으로는 볼 거리가 많지 않을 거라 생각 했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이번 여행에서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었고, 검색을 하던 중 마테라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다. 마테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고 입에도 잘 붙지 않는 단어였다. 그러나 사진을 보고 난 후 나는 마테라에 꼭 가야 했다. 가지 않으면 이 여행의 의미가 조금 없어질 거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 답게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네이버 검색을 해도 살레르노에서 마테라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갔다는 포스팅은 딱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부다페스트에서 루마니아 사판타까지 가는 방법도 찾아낸 사람이 아닌가. 그때에 비하면 이번에는 나름 쉽게 찾았는데, Busmiccolis라는 회사에서 하루에 두 번 살레르노에서 마테라가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살레르노에서는 더 이상 보고 싶은 게 없어 아침 일찍 이동하기로 했다.


7시 10분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를 달려 마테라에 도착했다. 버스는 여행객들이 주로 머무르는 올드 타운이 아닌 시내 중심에 내려주었다. 지금까지는 올드 타운의 사진만 봤기에 너무나도 평범한 주변에 어리둥절했다. 왠지 마테라는 다른 도시와는 전혀 다른 풍경만 있을 거 같았다.


체크인 시간 전에는 가방도 맡겨 줄 수 없다기에 올드 타운으로 걸어오는 길에 보았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몇 년 동안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음식점이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오픈 전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에 맛집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트러플 버섯 파스타에서 풍미가 나긴 했지만 너무 짰다. 그리고 어떤 음식은 또 너무 싱거웠다.


마테라가 궁금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무거운 가방 들고 2km 이상을 걷고, 점심 먹으며 와인을 한 잔 마시니 몸이 안 좋아져서 본격적인 탐방 전에 숙소에서 잠시 낮잠을 잤다. 확실히 체력이 예전만큼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다. 예전엔 밤새 버스를 타고 이동해도 숙소에서 씻고 나면 바로 나갈 수 있었는데.



마테라에는 로마의 콜로세움,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포지타노의 해변처럼 큰 볼거리가 없다. 그냥 이 도시 자체가 하나의 큰 볼거리이기에 어떤게 더 큰 볼거리인지 비교할 수가 없다. 지금이 몇 년도인지 잊어버리게 만드는 길을 걷다 골목을 돌면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 나온다. 그리고 그 옛날에 이곳에서 산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30년 전만 해도 마테라는 너무나도 열악해 사람들로부터 버려졌다고 한다.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되어버릴 뻔한 이 도시가, 한때는 마치 “단테의 지옥”같다는 말이 나온 도시가 지금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꼭 오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니.


경험상 마테라와 같이 도시 자체가 볼거리인 도시에서는 일정이 많으면 안 된다. 오늘도 내가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두오모 성당에서 일몰 보기였다. 분명히 나폴리에서는 너무 더웠는데 마테라의 저녁은 쌀쌀했다. 갑자기 추워진 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거리의 음악가가 들려주는 기타 음악 소리에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주황색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고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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