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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09. 예상치 못 한 일들로 행복해지는 순간

이탈리아 36일 여행기

by 하도

22.09.14

Matera -> Bari 이동

저녁 - Il Mare in Piazza

숙소 - airbnb (https://www.airbnb.co.kr/rooms/13490759)



오늘은 마테라에서 바리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다. 마지막까지 믿기지 않는 풍경을 눈에 담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마테라 기차역

다행히 기차 정류장은 버스 정류장과 달리 사씨 근처에 있었다. 최근에 지어진 듯한 역은 마치 미술관같이 멋있었다. 보통 기차는 지상으로 다니기 때문에 기차역이 땅 위에 차지하는 면적이 큰데, 마테라역은 기차가 지하로 다닐 수 있게 설계되어 일반적으로 유럽의 기차역과는 달랐다. 너무나 오래된 사씨 옆에 이렇게나 현대적인 건물이 있다는 게 어색하면서도 어울렸다.


바리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공항까지 있을 만큼 큰 도시이지만 이탈리아의 다른 멋진 도시들에 밀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는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숙소 구하기가 어렵다는 포지타노보다 숙소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노력 끝에 선택한 숙소는 중심지로부터는 떨어져 있지만 버스를 한 번만 타면 쉽게 올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보니 숙소까지 가는 버스 배차 시간이 길었고, 이상하게 교통 체증이 어마어마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호스트가 너무나 친절했고, 발코니까지 달린 방이 너무나 좋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좋은 숙소였고, 다시 바리를 간다고 해도 그 숙소에서 머물 거 같다.


아침부터 이동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저녁을 먹으로 나왔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도시다 보니 해산물이 유명했다. 그래서 호스트가 추천해 준 생선가게에 가보기로 했다. 찾아보니 리뷰는 많지 않지만, 근처 사는 주민들이 남긴 좋은 리뷰가 많다기에 여기는 좋은 곳일 수밖에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빠와 아들이 운영하는 생선가게였는데 내가 갔을 때는 아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했던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려고 노력하는 거 같았다. 스시 자격증도 땄다며 주말에 스시를 먹으로 또 오라고 했다.


에스프레소 바에서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커피를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처럼 이탈리아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생선가게 주인 아들에게서도 자신이 파는 해산물과 해산물을 손질하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연어와 농어 카르파쵸


중심지로부터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을 수밖에 없어 아쉬웠는데 우연히 가게 된 생선 가게로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나는 여행을 다니며 이런 순간이 가장 행복한 거 같다. 예상치 못 한 일들이 모여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해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방에는 텔레비전이 있었다. 평소에는 텔레비전을 즐겨 보지 않지만, 새로운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해 가끔 시도해 보기도 한다. 백 개가 넘는 채널을 빠르게 넘기며 느낀 건 이탈리아 사람들은 더빙과 이상한 유머가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한다는 거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나와 비장하게 인사를 하기에 출발 드림팀 같은 체육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셰프 옷으로 갈아입더니 평형대를 건너 가서 리조또로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인 홍합, 새우, 마늘 등의 탈을 쓴 사람들을 데리고 와 큰 리조또 팬에 넣는 팀이 이기는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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