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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0.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던 하루

이탈리아 36일 여행기

by 하도

22.09.15

Bari, Polignano a Mare

점심 - Pescaria

카페 - The Super Mago del Gelo Mario Campanella

저녁 - Peppo

숙소 - airbnb (https://www.airbnb.co.kr/rooms/13490759)



오늘의 목적지는 Polignano a Mare로, 바리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마테라처럼 이곳도 사진 한 장을 보고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벽 위의 하얀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 있는 작은 해변 사진이었는데, 햇빛에 반짝이는 푸르른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기차를 한 번만 타면 되기에 이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놓쳐버렸다. 딱 한 정류장 더 갔지만 다시 돌아가는 건 힘들었다. 다음 기차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택시는 비쌌다. 그래서 곧 온다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토스카나에서는 내가 운전을 해야 하기에 이탈리아 사람들의 운전 문화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 살레르노에서 당당히 음주 운전을 하는 사람을 보고도 느꼈지만 이탈리아에서 운전은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호등을 지키는 차가 많지 않고, 어쩔 땐 누구보다 급해 보이면서 또 어느 순간에는 누구보다 느긋해 보인다. 폴리냐노 아 마레까지 가는 버스 기사님은 갑자기 멈추더니 지나가는 사람과 대화를 해 교통 체증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폴리냐노 아 마레에 도착했지만 오전부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바리 근처 바다에서는 문어가 많이 잡히는지 문어를 사용한 음식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그중 문어 버거를 먹기로 했다. 맛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문어와 빵이 잘 어울렸다. 거기다 맥주와, 젤라또까지 먹으니 다시 걸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문어 버거, 보이는 것과 달리 정말 맛있었다


폴리냐노 아 마레는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모든 볼거리가 모여 있었다. 해변도 음식점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하필 날씨가 흐려서 나를 그곳까지 이끈 사진 속의 해변 모습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날씨가 선선해서 해변에 누어 잠시 낮잠을 잘 수 있었다.


흐리지만 그래서 선선했던 해변


바로 바리에 돌아가기에는 아쉬워 바다를 따라 산책을 했다. 북쪽으로 20분 정도 걸으니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수영하기에 좋은 장소였던 거 같다. 만약 폴리냐노 아 마르에서 한 박을 했다면 해변보다는 거기서 수영을 했었을 거 같다. 막상 해변에서는 수영하는 사람보다는 그냥 앉아서 햇빛을 즐기려는 사람들만 많았다.


아기자기한 올드타운까지 산책을 마치고 저녁에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약속이 있어 바리로 돌아왔다. 바리 올드타운에는 오래된 극장이 여러 곳 있는데 호스트는 그중 가장 오래된 극장에서 모든 장비를 총괄하는 일을 하는 분이셨다. 어제 본인이 일하는 시간에 오면 극장 투어를 시켜주신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흔쾌히 좋다고 했다. 아직 관광객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곳까지 들어가 볼 수 있었고, 저녁에 있는 공연의 리허설도 볼 수 있었다.


만약에 자리가 남으면 공연도 볼 수 있을 거라기에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며 기다려보기로 했다. Peppo에서 까르보나라를 먹었는데 인생 파스타였다. 관찰레를 그렇게 바삭하게 튀길 수 있는지, 계란 노른자와 치즈로 그렇게 크리미한 소스를 만들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 까르보나라를 먹기 위해 바리를 다시 갈 수 있을 만큼 맛있었다.


IMG_3968.JPG 바리 오케르스트단의 공연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공연에 자리가 몇 개 남는다는 연락이 와 빠르게 극장으로 다시 향했다. 유럽의 극장을 가면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좌석 말고도 옆에 4명 정도 들어가 볼 수 있는 작은방이 있는데, 그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공연 내내 내가 이런 자리에서 공연을 보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잘 보였는데 그래서였는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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