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어디에서도 행복하면 좋겠다

하루살이 반딧불이 등불이 되기 까지

by 향긋한


주위의 부러움을 사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타던 제

캐리어에는 첫 해외 생활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 1도 없이

'행복한 상상' 뿐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어려서부터 미국 생활을 꿈꿔 왔고

영문학과 재학 시절 합격하고도

비싼 학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교환학생 기회를

만회해줄 절호의 찬스였거든요.


상상 속의 저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줌바 댄스 교실에서 사귄

외국인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사이에 두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한국에서 도착한 짐을 풀고

이제 막 적응이 끝났을 무렵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가 터졌어요.


한국에 있을 때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면

자유롭게 오후 시간을 보내던

생활에 익숙했었는데

코로나로 어린이집 등원이 어려워지자

꼼짝도 못 하고 아이 둘과

집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마치 첫째를 출산하고

하루 종일 누군가에게 쫓기며 육아하던

제 모습이 오버랩되는 날들이었어요.


신랑이 퇴근하기 전까지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은 똑같지만

아이 한 명을 육아하던 때가

신라면 매운맛이라고 한다면

두 아이를 육아하는 것은

매운 불닭 볶음면 맛이었어요.


견뎌야 하는 건 육아뿐만이 아니었어요.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뉴스에서만 보던

동양인에 대한 혐오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하고,

기름을 넣으러 주유소에 가면

동양인에 대한 혐오 글을 적어

차 와이퍼에 끼워두고 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동양인의 피해 사례가 늘어날수록

밤늦게 누가 집에 찾아와

위협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가족이 모두 잠든 후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깊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잦았어요.


분명

출국을 앞두고

'빨리 미국 가고 싶다.

미국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가득할 거야'하고

잔뜩 기대했었는데, 미국에 도착하고

세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핸드폰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검색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원하던 미국에서 와서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궁금했어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행복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현재 내 앞에 놓인 상황이 버거워

해결책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도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답답한 마음에 답을 구하기 위해

책을 읽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는 책 속에서

마음이 힘든 이유를 알게 됐어요.

바로, 제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수많은 가치 중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이들의 안전' 그리고

'자유'에요.


저희가 사는 텍사스는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아니어서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집에서 육아를 하기로 한 선택이

두 번째로 중요한 제 개인의 자유를 갖지 못하게 방해해서

아이들의 안전과 자유는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가치였던 거죠.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은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들을 등교시켜 제 자유를 얻는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건 제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두 가지의 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매일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도

혼자만의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하고 말이죠.


그러자 첫째를 출산하고

육아에 첫 발을 들였을 때

태어난 지 2주도 안된 아기 옆에서

15분 동안 전공 서적을 읽던

제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의 옆에서 '혼자만의 자유 시간'을

위해 15분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어요.


15분이면 분명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외국에서

24시간 독박 육아하면서도

자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15분,

아침 식사 후 15분,

점심 식사 후 15분,

아이들이 밤에 잠든 후 15분.

이렇게 4번만 모아도 이미 1시간이라는

자유의 시간이 주어질 테니까요.


물론 아이들이 시시때때로

엄마를 부르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감안하고

하루에 15분을 모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15분을 모아

하고 싶은 틈새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러자

두려움과 불안에 내어주던 마음이

차츰 '지금, 오늘'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가는 것 같았던 시간이

작은 15분이라는 반딧불을 발견하는데 집중하자

두려움으로 뒷걸음질만 치던 저를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었어요.



'나는 내가 어디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 찾기 시작한

15분이라는 작고 짧은 시간이

하루살이의 짧은 빛으로 끝나지 않고

제 마음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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