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을 찾아다니는 꿀벌처럼 15분 모아 공부
"나 올해부터 매년 일본어 자격증 시험 볼 거야!"
뜬금없는 선전포고.
일본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빠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엄마인 저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일본어로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중학교 때 제2 외국어로 배운 게 마지막이었으니까
10년 만에 일본어 책을 다시 펼친 셈이었어요.
그런데 아는 건 히라가나가 전부라
책을 펼쳤을 때 이건 히라가나요
나머지는 모두 그림책처럼 느껴졌어요.
이왕 공부하려고 마음먹은 이상
간단한 회화뿐만 아니라
일본어 단어, 문법을 공부해서
읽고 쓸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해, 청해, 문법, 어휘를
골고루 공부할 수 있는
일본어 능력 시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24시간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해서
학원에서 수업을 듣긴 어려운 상황이라
책을 사서 집에서
독학으로 공부했죠.
처음 도전해 본 급수는
5급이었어요.
이력서에 쓰기 위해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졸업을 위해 자격증을 제출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어서인지
새 학기를 앞둔 새내기처럼 설레었어요.
그 무렵
말로만 듣던
100일의 기적이
제게도 찾아와서
아이가 잠자는 시간과
깨어나 노는 시간이 일정해지면서
아이가 모빌 보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을 잘 모으면
1시간 정도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어요.
뿐만 아니라 밤에 아기를 재우고 나서
핸드폰으로 SNS 구경하던 시간
드라마 보는 시간을 절약하면
적지 않은 시간을 공부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이가 놀고 있는 시간에
틈틈이 15분을 이용해서 일본어 단어 5개를 외우고,
아이가 잠들고 나면 몸을 일으켜
식탁에 앉아 책을 펴고 15분 동안
독해 지문 한 문제를 풀었어요.
물론, 열정에 비해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날도 있었죠.
모유수유하고 아이를 안느라
팔을 들어 올리기 힘들 정도로
온몸이 찌뿌둥한 날도 있었고
아이를 재우고 나서 그 옆에
쓰러져 자는 날도 있었지만
시험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시험 날.
포기하지 않고 공부했지만,
눈앞이 깜깜할 정도로 시험이 어려웠어요.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시험에 떨어졌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5급에 떨어지고도 계속 공부했어요.
5급 시험에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15분을 모아가며 배움으로 채웠던 그 시간이
시험을 친 후에 눈처럼 녹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으로 쌓이고 쌓여
신랑과 대화할 때
공부했던 단어를 사용해서
대화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첫 해에는 5급 자격증 취득에 실패했지만,
두 번째 해에는
5급을 시험을 준비할 때 부족했었던
문법과 어휘 공부 비중을 더 늘려
시험 준비했어요.
그리고 3급 자격증에 합격했어요.
매해 일본어 자격증 시험을 보겠다던
저의 선전포고는
둘째를 임신하고,
대학원 인턴 학기를 시작하던
해에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달라진 점이라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함께 생활하던 전업맘에서
9 to 5까지 근무하는 인턴 생활을 하는
워킹맘이 된 거죠.
2급은 3급보다 훨씬 난도가 높은 것 같아
모을 수 있는 시간은 모두 찾아
공부하는 시간으로 사용해야 했어요.
출근하기 전에 집에서 공부하다 보면
출근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30분 정도 더 일찍 출근해서
근처 커피숍에서 15분 동안
독해 지문 1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그리고
점심시간에 식사하고
시간이 남을 때 핸드폰 보는 대신
15분 동안
일본어 단어 5개를 암기했어요.
워킹맘이 된 후에는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최대한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녁식사는
10분 안에 조리할 수 있도록
주말 동안 밀프렙을 해두고
평일에 저녁 식사를 끝마치면
아이를 씻기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아이가 밤에 잠들고 나면
식탁에 앉아 15분 동안
문법 책 3장을 읽고
점심시간에 틈내서 외웠던
일본어 단어 시험을 보며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꿀을 열심히 찾아다니는 꿀벌처럼
저는 제가 활용할 수 있는 15분을 찾기 위해
안테나를
15분이라는 틈새 시간을 찾을 수 있도록
주파수를 맞춰 뒀어요.
운이 좋게 일이 일찍 끝났을 때에는
아이 어린이집 하원 하러 가기 전에
공부하는 데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방 속에는 공부할 자료들을 항상 넣어 다녔고
잠시 15분 동안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카페이든 도서관이든 벤치이든
일본어 공부하는 데 시간을 사용했어요.
그리고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몸으로
뱃속에 있던 둘째와 함께
JLPT 2급 시험을 보러 갔어요.
만삭의 몸으로 시험장에 가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몇 시간이나 시험에 집중하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동안 시간을 모으고 모아
공부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끝까지 시험에 임했고
당당히 2급 시험에 합격했어요.
저는 특별히 머리가 좋은 사람도
의지력이 강한 사람도 아니에요.
부지런히 거창한 계획만 세워
작심삼일을 밥 먹듯 해왔으며
학생 때는 신촌에 있는
토익 학원에 등록만 해두고
개강 첫날 하루만 출석하는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하루에 15분,
그저 여기저기 흩어진 모래알을
손으로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더니
어느덧 무수한 작은 모래알들이
작은 성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모래만큼 쌓이기 시작했어요.
15분은 작은 모래 알맹이 하나처럼
사소하고 작아 보여
'에이 15분으로 뭘 한다고 그래.
내가 공부할 자격증은
적어도 2시간이 필요하다고'하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하나의 15분을 찾는 대신
8개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친절하게 핸드폰 이용 시간을 알려주는
핸드폰의 '스크린 타임' 기능을 이용해서
인터넷과 SNS을 보느라
내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가고 있는
모래알 시간을 한 번 확인해보세요.
그 시간 중 절반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이용한다면
분명 2시간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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