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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 Feb 14. 2020

22회 나는 살인범이 아니에요

11년 차 유학생의 중국 적응기

22회 -나는 살인범이 아니에요-    


   베이징에서 어느 평화로운 오후, 날씨가 쌀쌀해져서 후드티나 후드 집업을 많이 입고 다녔다. 그날은 학교 수업이 없어서 씻지도 않고 집안에서 빈둥빈둥 옆구르기 앞구르기 하면서 지내던 시간이었다. 띠띠띠띠띠~~~~ 따르릉 벨소리와 함께 내 핸드폰이 울렸다.    

     

“어 줌마구나”     


“응 뭐해~~”     


“그냥 집이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국인 친구 줌마가 연락이 왔다. 평소 하는 행동이 아줌마 같아서 내가 지어준 별명이다.          

“그렇구나~ 야 나 식칼 좀 빌려줘”     


“집에 칼도 없냐”     


“어... 다 칼이 안 들어서 새로 살려고 버렸는데 지금 필요해”     


“하나면 돼?”     


“과도도 있으면 가져다줘”        

  

당시 한국인들이 많이 살던 아파트 근처

아줌마스러운 이 여인은 그날 뭘 만들어 먹으려고 했나 보다. 난 너무 귀찮은 나머지 천천히 집에서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나랑 같은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금방 갈 수 있었다. 나는 씻지도 않은 체 후드 집업을 입고 머리에 검은 모자를 썼다. 그리곤 운동복 바람에 집에서 식칼과 과도를 챙겼다.   

   

“어디 보자 신문지가..”     

어디선가 칼을 담을 때는 신문지에 많이 싸는 거 같아서 신문지를 찾아봤지만 신문지가 집에 있을 리가 없었다. 아쉬운 대로 공책이나 책을 찢어 담을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좀 뭔가 아까웠다.      


“그럼 봉지가 있나”     

하지만 봉지도 없었다. 어떡하지... 왜 항상 찾으라고 하면 이런 자질 구레 한 것들이 없는 거 같다. 결국 나는 후드 집업 안에 칼을 숨기고 가자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옷 속에 가리면 괜찮을 것 같았다.     


  조심조심 옆 동까지 칼을 옷 안에 숨기고 걸었고 친구네 집 동의 엘리베이터에 탔다. 친구 집의 층수를 누르려는 순간 어떤 여자 한 명이 탔고 그 여자는 나보다 낮은 층수를 눌렀다.  딱 봐도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은 특유의 모습이 있다. 이어폰을 끼고 슬 래퍼를 신고 야구모자를 쓴 사람은 거의다 한국인이다. 아마 그 사람도 나를 알아보았을 거다. 나도 슬리퍼에 후드에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으니...    그렇게 엘리베이터는 올라갔고 나는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었고 내가 내리려는 찰나 뒤에서 그녀가 나의 뒤통수에 대고 이야기했다.

         

“거기 8층 아니에요”  

   

“아...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는 누군가 복도 쪽에서 눌러놓은 층에서 문이 열였고 나는 거기가 내가 가는 층인 줄 알고 내리려다 만 것이다. 나는 순간 당황하고 쑥스러워서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잠시 잊고 있던 탓인지 , 감사합니다 라고 하면서 옷 속에 있던 칼을 잡고 있던 손이 긴장하지 않아서 칼이 바닥으로 쏟아지고 말았다.          


순간 얼음....

엘리베이터 바닥에 칼 두 자루가 떨어졌고 그녀와 내가 동시에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나는 아니에요 저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너무 겁먹은 먹은 표정이라서 나는 당황한 나머지 씨익 하고 웃었다.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와 그녀의 상황은 상당히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저 그게 아니라...”      

    

“아아아 아아아악”      

    

  변명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내가 말을 하며 다가가니 소리를 지르면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가는 여자의 소리에 나도 깜짝 놀라 같이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 아아아 앙”     


“아이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며칠 뒤, 칼을 다 썼다며 나에게 음식과 함께 칼을 가 지거 우리 집에 온 줌마가 나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야 우리 동네에 살인범 있데”   

  

“뭔 소리???”     


“아니 북유모에 우리 아파트에 살인범 있다고 떴데”   

       

  북유모라고 하면 북경 유학생의 모임이라는 다음 카페였다. 당시에만 해도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지 못해 네이버 밴드나 현재 유행하고 있는 커뮤니티들이 있지 않는 상태였다. 북유모에서는 북경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올라와져 있었다.          


“그 사람 인상착의까지 있어”

    

나는 순간적으로 그게 왠지 나로 오해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날짜와 장소 그리고 시간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줌마야 혹시 그 살인범 인상착의가 이 옷들이니?”   

  

  나는 방으로 들어가 그날 입었던 옷들을 줌마가 가지고 온 칼 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줌마 역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얼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거 아니야!     

     

  그때는 그랬다. 한동네에 살고 살림이 변변하지 못한 유학생들이라 일어날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만 들으면 생각나는 그때 그일... 지금은 웃으면서 하는 말이 됐지만 그때만 해도 이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평소 덜렁대는 내 성격을 아는 친구들이 나였으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서 다행히 오해를 풀었다.     


평화로웠던 베이징의 어느 저녁시간에 일어난 사건... 아직도 생각나면 재밌고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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