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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 Oct 21. 2019

코리빙과 커뮤니티, 그 익숙한 조합

서른네 번째 이야기 - 사업의 디테일 10-3) UX - 커뮤니티 서비스

코리빙 서비스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또 혼란스러워 집니다. 코리빙을 어떻게 정의 했었지? 그리고 커뮤니티가 뭐지? 커뮤니티와 코리빙의 관계를 더 잘 정립하기 위해 이전에 말씀드렸던 코리빙의 정의를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주1)

코리빙은 “다수의 사람들이 '각자의 독립된 공간과 서로 공유하는 공간으로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고 제3자가 관리하며 심미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특정한 공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정서적 교감을 이루며 살아가는 주거 형태”라고 정의 했었습니다.


이번엔 커뮤니티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 공동체. 같은 관심과 의식으로 환경을 공유하는 사회집단(주2, 위키피디아)

- 첫째, 사회 조직체로서 공간적, 지역적 단위를 가리키며, 둘째 이러한 단위와 관련되는 심리학적인 결합성 또는 소속감을 지칭한다. (주3, 네이버 지식백과)


그런데 살짝 심각해 집니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단어와는 괴리감이 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정의하려 하기 때문에 무겁고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우리 코워킹 스페이스는 교통문화의 혁신을 위해 모인 공동체 입니다." 왠지 무언가 장엄하거나 아니면 특정한 정치사상을 공유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 않습니까?

일상 생활에서 실제로 쓰는 단어도 이상 합니다. "우리 아파트는 피트니스센터, 독서실 같은 커뮤니티 공간이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없이 '애매한' 공유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커뮤니티라는 '애매한' 단어를 '애매하게' 사용합니다.

한편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이 글을 쓰고 보는 온라인 게시판이나 카페 등도 커뮤니티라고도 합니다.

모두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위의 예에서 언급한 커뮤니티들은 실제로는 다른 것들입니다. 유사한 개념이 일부 섞여 있고 대체할 우리말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만 동음이의어 수준의 괴리감이 있습니다.

코워킹이나 코리빙 또는 커뮤니티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서비스조차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몇 가지 액션 아이템만으로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규정 합니다. 어쩌면 이게 맞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서비스의 범주는 확장될 수 있고 굳이 그 정의에 매몰될 필요는 없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했다면 이에 대한 정의를 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굳이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이겠죠. 저는 제 생각을 드러내 보겠습니다.

커뮤니티 서비스는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의 타인을 만나 인간관계를 확장할 목적으로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액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서비스이며 커뮤니티는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형성되는 상호 간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입니다.


부가하자면 새로운 관계를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일련의 필터링이 필요합니다. 서비스 공급자가 제공하는 액션을 수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필터링을 하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 사이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추가적인 필터링을 통해 종국적으로 내게 맞는 관계를 찾거나 만들어 가는 것 입니다.


필터링이란 단어에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소수자 등에 의한 차별적 요소에 대한 배제가 아니라 기호에 따른 선호도의 구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래 예를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 입니다.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트레바리에서의 제 활동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다른 이들과도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트레바리는 책을 읽고 짧게나마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이러한 필터로써 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커뮤니티 멤버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료 입니다. 4개월에 20여만원 정도 하는데 인간관계를 위하여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필터로 또 한 번 걸러 집니다. 그리고 제가 속한 클럽은 거의 매주 소모임을 가졌는데 모든 멤버가 아니라 여건이 맞고 그 액션 아이템이 맞거나 또는 사람이 맞는 사람만 참석하게 됩니다. 이렇게 4개월을 보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 관계가 형성되며 클럽 종료 후에도 몇몇은 좋은 관계를 맺으며 좋은 커뮤니티로 남게 됩니다.

이러한 필터는 서비스 공급자가 없으면 제공이 거의 불가능 합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필터가 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기반으로 그 안에서 더 나은 관계와 공감을 이루며 진짜 커뮤니티로 발전하게 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서비스 제공자의 의도적인 노력 입니다. 이런 노력이 없을 경우 제대로 된 커뮤니티의 발생 가능성은 확연히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코리빙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커뮤니티는 코리빙의 필수적인 서비스는 아닙니다. 반대로 코리빙이 아니라도 커뮤니티 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하숙집이나 고시원에서도 커뮤니티 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커뮤니티를 위해 멤버들 간의 기본적인 관계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코리빙 서비스 제공자는 차별화 요소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 합니다. 코리빙 보다 다소 앞선 코워킹의 경우 이 커뮤니티를 전면에 앞세 웁니다. 위워크도 패스트파이브도 많이 강조 합니다. 기존의 서비스드 오피스와 구분 짓는 유용한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 영향이 코리빙으로 넘어왔습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커뮤니티에 대한 강박이 생깁니다. 하지만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코리빙은 자연스러운 관계까지만 필수적으로 관리하면 됩니다. 그러나 더 큰 욕심이 있는 분들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해도 좋습니다. 분명 사업적인 효과는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커뮤니티 서비스를 잘 하는 것일까요? Community Management 또는 Manager의 역할을 생각해 볼 시점이 되었습니다.

잘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티는 앞서 말씀드린 독서클럽 기반의 트레바리외에도 많습니다. 트레바리를 확장한 개념의 취향 기반 모임 공동체인 문토, 그리고 매 시기마다 특정한 주제로 예술가들의 아지트를 꿈꾸는 취향관등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각각의 특징이 있겠지만 특정한 컨셉의 표방, 일정한 액션, 그리고 새로운 만남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의지 등 유사한 사람을 모으기 위한 필터링 장치는 비슷합니다. 새로운 만남을 위한 설렘도 있지만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은 비단 저만일까요?

반면 코워킹에서의 커뮤니티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일단 사무공간이라는 일차원적인 니즈의 해소를 위해 모인 사람들인만큼 커뮤니티에 의한 관계 설정은 상대적으로 적은 니즈 입니다. 그래서 오다가다 어색하지 않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정도의 서비스가 제공 됩니다. 강연, 공연, 캔들 아트나 요가 같은 클래스, 파티 정도가 전부 입니다. 제가 위워크에 있을 때 커뮤니티 매니저의 눈물겨운 노력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커뮤니티'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파티에서도 같은 회사 구성원끼리만 대화하고 클래스에서는 그냥 클래스에만 집중 합니다. 물론 여러 인터랙션중에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지만 이는 서비스 제공자가 잘했다기 보다는 그러한 성향의 구성원들이 잘 만났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자는 모이는 사람들의 한계, 즉, 필터링이 되지 않고 커뮤니티를 갈구해서 모이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최선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코리빙에서는 어떠한 커뮤니티 활동이 정말 의미 있는 활동이 될까요? 가장 쉬워서 어디서나 하는 독서클럽과 요가 클래스를 하면 될까요?


코리빙 거주자의 일차적인 니즈는 편한 주거 공간 입니다. 그 다음이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한 관계 입니다. 코워킹 보다는 관계에 대한 기대가 훨씬 크긴 하지만 커뮤니티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적당한 관계까지만 원하고 더 이상의 친분은 원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코리빙 이니까 다 같이 친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는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반감만 삽니다. 그래서 저는 코리빙에서의 CM은 RM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목적이 가장 크다고 생각 합니다. '느슨하지만 단절되지 않는 관계'를 위하여 재미 요소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입니다. 결국 트레바리처럼 독서클럽이 될 수도 있고 문토처럼 악기 연주, 글쓰기, 와인 살롱 등의 모임이 될 수도 있으며 취향관처럼 약간 더 헤비 하게 취향을 더 강화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가장 무난한 공연, 강연, 파티로 시작하여 거주자들의 니즈를 더 파악한 후 깊게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요가 클래스는 꼭 포함시켜 주세요. 리소스 대비 효과가 좋습니다. 그래서 모든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것 입니다.) 규모가 적은데 커뮤니티를 시행하고 싶다면 처음에는 외부 커뮤니티와 제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입니다. 커먼타운은 88 Seoul Running Club 등의 외부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같이 하기도 합니다.

그럼 커뮤니티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코리빙에서의 커뮤니티 매니저는 진정한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활성화 시키는 것이 가장 큰 임무 입니다. 계속 언급된 공연, 강연, 파티, 액티비티의 카테고리에서 얼마나 대상자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적시에 시행하느냐를 알아채는 센스가 가장 중요한 역량 입니다. 이러한 센스는 선천적인 능력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사람에 대한 관찰에서 나옵니다. 많은 대화, 관계에 대한 pain point 관점의 행동습관 관찰,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 조그만 액션 아이템에 대한 A/B 테스트를 통한 반응 확인 등 대상 고객이 진정 바라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이는 사람 만나기를 사랑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즐기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사실 수행하기 어려운 직군 입니다. 그리고 아직 학문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배우기도 쉽지 않고 따라서 경험에 의한 습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커뮤니티 매니저 분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점 이기도 합니다. 아, 나만 이런 고생을 하나, 혹시 누가 먼저 이런 고생을 했다면 벤치마킹을 해서 좀 더 개선할 수 있을 텐데, 나랑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다른 회사에도 있을까? 등 실제로 많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게다가 CM이란 영역이 아직 독립적으로 수행할만한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다른 일과 병행해서 하거나 독립적으로 하더라도 기획부터 시행, 결과 리포트까지 거의 한 사람이 하다 보니 업무로드도 많습니다. 바로 수익이 나지 않으니 대표의 철학이 확고하지 않다면 많은 리소스를 투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러하기 때문에 매력적 입니다. 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개인이나 법인이 적기 때문에 조금만 앞서 나가면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향이 맞다면 일을 하는 내내 행복 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고 그들의 관계를 조력하고 간혹 타임의 인생 전환점을 맞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 멋진 직업이기 때문 입니다.

코리빙에서 커뮤니티를 고민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다면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은 곧 코리빙 사업의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단순히 수익성만을 고려하는 부동산 사업자라면 과감히 건너뛰는 것이 사업자, 고객 모두를 위해 행복한 결정이 될 것 입니다.




주1) 코리빙이 한마디로 뭐냐면요​, 필자글


주2) 위키피디아


주3)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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