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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란 Aug 25. 2020

실수해도 괜찮아

직장인이 학생이 되면 좋은 점




"언니,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가 배우는 학생이 되니 너무 좋은 거 있죠"


결혼하면서 더욱 왕래하게 된 후배 A가 말했다. 그녀는 고등학생 대상으로 수업을 하다가 최근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학원에 등록했고, 나는 최근 대학원에 합격해서 개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 다 다시 학생이 된 소감을 주고받으며 서로 맞장구를 치는데, 마지막에 덧붙인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수해도 돼서 너무 좋아요”




실수해도 괜찮아



여느 사회 초년생이 그렇듯, 나 또한 자잘한 실수가 있는 편이었다. 첫 직장에서 작은 실수에도 크게 혼나서인지 이후에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실수하지 말아야 해’, ‘틀리지 말아야 해’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는 계속 받을 수밖에 없는데, 실수할까봐 그 스트레스를 스스로 1.5배 증식시키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유는, 결국 ‘혼날까봐’였던 것 같다. 실수 후에 그 책임을 혼자 오롯이 떠안게 될까봐,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까봐 두려워했다. 실수하더라도 그 이후를 잘 해결하면 될 일인데, 지레 겁먹고 스트레스부터 받았다.


그래서 “실수해도 돼서 좋아요”라는 후배의 말을 듣자, 실수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에너지를 쏟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역시 학생이 되니 좋긴 좋구나. 학생이 되니 좋은 점은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질문하기'였다.




좀 알아보고 와서 질문해!



며칠 전 수강신청을 완료했다. 듣고 싶은 과목을 맘껏 신청했고, 학부생 때처럼 박 터지게 수강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신기했다. 첫 학기 개강을 앞두고 기대가 커서 그랬던 건지, 대학원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나는 어떤 태도로 수업을 듣게 될까 상상을 하기도 했다. “교수님 그건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 “왜요?”라고 왠지 겁 없이 계속 질문을 던질 것 같았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마음껏 질문해도 된다는 것.


첫 교직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같은 부서에 있는 선배에게 좀 알아보고 와서 질문하라며 혼이 난 적이 있다. 내가 그게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알아보고 질문하란 거야? 나중에서야 나도 신입에게 일을 가르치면서 그 말을 했던 선배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런 소리를 듣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기도 했다.


그렇게 혼나고 나니, 무턱대고 질문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상사가 내게 일을 지시했을 때 '왜 이걸 해야 되는지, 왜 이렇게 해야 되는지?'라는 질문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 그런데 이제는 마음껏 질문해도 된다. 직장을 다니다가 학생이 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직장인이 학생이 되면 좋은 점



수강신청을 앞두고 교수님께 개설 강의에 대한 문의 메일을 쓰는데, 뭔가 어색했다. 일을 하는 것이 아닌데 꼭 교직원으로 일하는 것처럼 메일을 썼기 때문이었다. 제목도, 본문 구성도 분명 나는 학생인데 교직원처럼 메일을 쓰니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그래, 그동안의 내공이 어디 가겠어.


실수할까봐 끙끙거리고, 선배에게 질문하기도 전에 덜덜 떨고, 질문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시간을 견디고 내공 충만해진 나 자신이 기특하다. 그동안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이제 프로같은 대학원생 생활을 누려야겠다.





Instagram: @aran.ch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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